우리는 ‘밥’으로 서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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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밥’으로 서로를 응원한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6.08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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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공동체밥상’운영하는 김근환‧이정아‧김윤모 씨
시민활동가를 지원하고, 청년을 위로하고, 이웃을 사귀고

먹는 이야기
함께 먹어서 더 좋다

 

혼밥보단 사람의 온기를 함께 나누는 밥이 더 좋다. 오늘도 공동체의 밥상을 열심히 차리는이들을 만났다. 각기 다양한 이유로 이들은 을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 그 대상이 오랜 지인일수도 있고, 처음 만난 남일수도 있고, 도와주고 싶은 누군가일수도 있다.


 

중년 남자의 고급진 응원밥상 공탁

김근환 대표, 시민단체 활동가 위해 매달 앞치마 둘러

훈제연어스프, 생바질샐러드, 스테이크 등 코스요리

 

 

오프라인에서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인 김근환 씨는 사람들에게 평소 요리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남을 위한 밥상을 차린 것은 3~4년 전부터다. 본인만의 요리 한 개를 완성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최소 100개의 콘텐츠를 챙겨본다는 그는 진심 요리에 몸과 마음을 건다.
 

김근환은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요리를 한다.
김근환은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요리를 한다.
김근환 표 메인요리. 장식이 화려하다.
김근환 표 메인요리. 장식이 화려하다.

 

그런 그가 올해부터 공탁사업을 시작했다. ‘공탁은 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이다. 지역에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4월엔 충북환경운동연합, 5월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활동가들을 초청했다. 6월엔 충북교육발전소 활동가들의 식사가 예약돼 있다.

그의 메뉴는 조금씩 변동이 있긴 하지만 지중해 요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요리가 다 섞여있다. 한마디로 고급지다’. 제일 먼저 나오는 음식은 훈제연어스프. 40~50분 끓여 만드는 정성이 가득한 요리인데 먼저 채소를 끓인 뒤 체에 거른다. 훈제연어와 우유를 저온에서 끊이고, 체에 거른 채소를 다시 믹서기에 갈아 함께 넣는다. 마지막에 로즈마리와 올리브유, 딜 같은 허브로 데코를 한다.

이탈리안 샐러드는 생바질을 풍부하게 넣고 이탈리아산 페코리노 치즈, 방울토마토 등을 사용해 만든다. 이어 감바스 알 아히요, 메인 스테이크가 나오고 디저트로 마무리한다. 김 대표는 내가 한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면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있죠. 새로운 요리도 틈틈이 구상중이에요라고 말했다. ‘공탁을 위해 요리 사전준비만 3시간 정도 한다고 하니 이건 김근환 표오마카세다.


 

자립준비청년들과 요리의 추억을 만들다

이정아 책한그릇 대표, 청년 돕는 요리 활동

작년부터 충북시민재단에서 재료비 후원받아

 

엄마의 밥상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추억이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들은 그 익숙한 추억이 없다. 언제나 완성된 밥상을 식판으로 마주한 이들에게 요리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활동이다. 청주대 근처에서 책한그릇을 운영하는 이정아 대표는 2020년부터 우리지역의 청년들과 연을 맺었다. 우연히 은둔형 청년들과 함께 요리수업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요리수업을 하면서 무언가 자신의 삶에 자극을 받는 모습을 보고 일종의 가능성을 봤어요. 이후 관내 한 보육시설을 찾아가 자립준비청년을 소개해달라고 했죠. 이후 매달 2번씩 청년들과 수업을 했어요.”
 

이정아 책한그릇 대표는 청년들을 돕는 요리활동을 펼친다.
이정아 책한그릇 대표는 청년들을 돕는 요리활동을 펼친다.
청년들과 직접 싼 김밥을 들고 인근 학교로 소풍을 갔다.
청년들과 직접 싼 김밥을 들고 인근 학교로 소풍을 갔다.

 

2021년부터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해온 수업이 벌써 2년을 넘겼다. 처음에는 재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남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이러한 사연을 알고 충북시민재단에서 해피빈 모금을 통해 비용을 후원해줬다. 그래서 지금은 한살림과 생협에서 재료를 넉넉하게 사서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는 일체의 요리수업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는 워낙 요리를 좋아해서 책한그릇 가게를 내고 원데이 클래스를 간간히 운영해왔어요. 코로나시기 때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난 게 계기가 돼 지금은 요리를 통한 사회적 활동에 더 관심이 가요라고 말한다. 최근 자립준비청년들과 요리교실에서 각자 김밥을 싸고, 인근 청주대 잔디밭에 가서 같이 먹었다. “그 과정 자체가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이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는 것 외에도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수업도 벌이고 있다. 요리는 그에게 세상을 위한 봉사이고 나눔이다.

 

■ 우리, 오늘 함께 밥 먹어요

공유밥상 운영하는 라다크 김윤모 대표

정해진 시간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밥상


 

다소 서먹했던 이웃도 친구가 되는 자리가 있다. 청주시 가덕면에 자리잡은 라다크는 다양한 공동체 실험을 벌인다. 커피 공장이 있고 이 주변으로 카페, 공유마켓, 목공소와 동네기록관을 운영한다. 또 공유밥상은 코로나 때부터 시작했다. 김윤모 라다크 대표는 다들 우울하고 힘든 시기, 같이 밥 먹고 힘내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라다크에선 공유화페가 유통된다.
 

라다크 김윤모 대표는 공유밥상을 매주 차린다.
라다크 김윤모 대표는 공유밥상을 매주 차린다.
사진 공유밥상은 늘 파티다. 선물같은 의외의 밥상이 차려진다.
사진 공유밥상은 늘 파티다. 선물같은 의외의 밥상이 차려진다.

 

김 대표는 매주 수요일이 저녁 오후 6시에 공유밥상이 차려져요. 한 시간 정도 각자 준비해온 것들을 펼쳐놓기도 하고, 때로는 조리를 하기도 해요. 밥이 부족해서 밥을 서로 나눈 적은 있지만 너무 부족해서 라면을 끓인 적은 없어요. 그날그날 무언가 밥상이 채워집니다. 무언가 엄청나게 조직하지 않아도 말이죠라고 말했다.

공유밥상에 고정적으로 오는 이들은 10여명. 동네 토박이와 외지에서 온 이들이 밥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게 됐다고 한다. 공유밥상은 벌써 60회를 넘겼다. 이를 계기삼아 한달에 한번 매주 첫째주 토요일 낮 12시에도 공유밥상을 연다. 항상 의외의 밥상이 차려지지만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겁다고 한다. “재미있잖아요. 서로 부담도 없고요.” 그는 밥을 같이 먹는 건 인생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밥을 먹으면서 항상 역사에 남을 중요한 결정을 내리잖아요. 오픈된 밥상을 이웃들과 차리고 싶었어요. 누구나 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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