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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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21
  • 이재표
  • 승인 2023.06.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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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견인차를 공공으로 견인하라

중국 초나라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이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이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한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모순(矛盾)’이라고 표현하게 됐다. 모는 창, 순은 방패를 뜻한다. 행정에도 이런 억지스러운 일이 넘쳐났다.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공직사회의 풍토를 풍자한 말이었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일은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다. “계획이 없다. 예산이 없다. 법규가 없다는 등 빠져나갈 구멍은 많았다.

예산이나 법규의 문제를 피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민관합작이 시도됐다. 대규모 민간자본을 투자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도로나 공원 등을 기부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비밀은 인허가였다. 민간이 단독으로 진행할 때는 수많은 허들을 넘어야 하는 일들이 관()이 관여돼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민간기업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고 통행료나 사용료를 받기도 했다. 이른바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이다. 그래도 적자가 나면 공적자금으로 채워주니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이 나왔다. 민관합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특수목적법인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됐다. 셈법이 복잡해서 관은 뒤통수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고도 모자라 곳곳에서 공공의 민영화가 진행됐다. 공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자본의 이익은 극대화되고 공익은 실종됐다. 모순이었다.

공공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은 오민심 시장의 신념이었다. 시장군수가 시군의 CEO가 돼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면 될 일이었다.

오민심 시장은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TV에서 민주시의 긴급 견인차들의 경찰 무전을 도청해 사고 현장에 출동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민주시 경찰이 특정 장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가짜 무전을 송신한 뒤 이를 도청해 현장에 모인 견인차 기사들을 입건했다는 뉴스였다. 이 같은 함정단속은 이제 불가능하지만 견인차 지금도 기사들이 119나 순찰차보다도 빨리 현장에 나타나는 데는 그들만의 시스템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오민심 시장이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때 동생처럼 지내던 후배가 교사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견인차 사업자였다.


언니, 요새 민주시에 교통사고가 없나 봐.”

그래? 좋은 소식이네. 하긴 요즘 보면 사람들의 운전습관이 많이 개선됐더라고.”

언니! 그게 아니라 남편이 일거리가 줄어서 못 해 먹겠데. 맥없이 기다리다 보면 왜 이렇게 사고가 안 나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고 해요. 참 먹고사는 게 힘들지 않은 게 없어요. 그렇지?”

그렇네.”

남편의 그런 넋두리 듣는 게 싫어서 처음엔 힘들면 때려치우라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은 일이 없잖아요. 사람들이 건강해서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환자가 줄 테고, 그럴 때 의사는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두 사람은 깔깔웃었지만 오민심은 세상이 조홧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타인의 불행이나 불안으로 돈을 버는 일은 적어도 공공에서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라로 치면 그게 안보(安保)였다. 군대와 경찰, 소방 등이 안보를 책임지는 것처럼 공공의 영역은 더 확장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장이 되고 나서 파악해 보니 민주시의 견인차는 150여 대에 달했다. 이 많은 견인차가 사고 현장으로 총출동하다 보니 출동 과정에서부터 신호위반, 과속 등 불법이 난무했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현장을 둘러싼 채로 먼저 견인할 순서를 따졌다. 1년 전에는 광장 네거리에서 10여 대가 충돌 또는 추돌해 뒤엉켰는데, 견인차 때문에 구급차가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민심 시장은 견인차를 최대한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구난 활동을 하는 견인차는 119112가 맡는 게 맞지만, 시장인 내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어요.”

시장님, 벌집을 건드리시면 큰일 납니다. 우리는 그저 시민들이 쏘이지 않도록 안내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복지부동이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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