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정상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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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의회 정상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6.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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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보임 양보카드 협상용으로 ‘운동장 고르기 시도’
김병국 의장 중립, 임정수 의원 고소 취하 등 얽히고설켜
임 의원 “생각 전혀 바뀌지 않아”…경찰조사 장기전 예상
2022년 12월 20일 임정수 의원의 본회의 출석을 놓고 감금 시비가 일었던 현장. 사진=뉴시스
2022년 12월 20일 임정수 의원의 본회의 출석을 놓고 감금 시비가 일었던 현장. 사진=뉴시스

202212월 꽁꽁 얼어붙었던 청주시의회 얼음판은 만춘을 지나 초여름으로 가는 상황에서도 녹지 않고 있다. 하지만 봄기운을 머금은 물이 얼음장 밑으로 숨죽여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한병수 의원 작고와 보궐선거 패배로 일방적으로 밀리던 더불어민주당이 협상용 카드를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청주지방법원 행정1부는 519, 이영신 청주시의원이 김병국 의장을 상대로 낸 상임위원회 의원 사보임 의결 효력정지가처분을 인용했다. 김 의장이 도시건설위원장이던 이영신 의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재정경제위로 보낸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다.

이로써 이영신 의원은 이우균(국민의힘) 위원장 체제로 바뀐 도시건설위로 돌아왔고, 여덟 명으로 정수(7명 이내)를 초과한 도시건설위는 조례 위반으로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사보임 문제를 풀어서 얽히고설킨 의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는 것이다.


양당 원내대표 큰틀에서 합의

자타가 공인하는 문제 해결사는 박노학(국민의힘), 박완희(민주당) 원내대표다. 일단 민주당은 협상용 카드로 쥔 사보임을 강공이 아닌 교환목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덟 명인 도시건설위 구성원 중 한 명은 반드시 재정경제위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굴러온 돌은 한병수 의원 작고에 따른 보궐선거로 입성한 이상조(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의원이 고 한병수 의원이 있었던 재정경제위로 가면 원상회복이다. 하지만 김병국 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강경파의 생각은 누군가는 의회 분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바뀐 만큼 민주당 의원 중 한 사람이 재정경제위로 가서 ‘43’을 만들라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영신 의원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만큼 본안소송까지 가도 싸워볼 만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동안 너무 많이 맞았고, 다수의 의원은 싸울 의사를 잃은 상태다.

이영신 의원은 권력에 취해 자치법규까지 위반하며 상임위를 강제 배정한 전횡도 문제지만, 소각장 문제 등 지역구의 현안과 민원 때문에 사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누구든 가면 된다는 전제를 제시한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현재 도시건설위에 배정된 민주당 의원은 이영신 의원 외에 초선인 박승찬, 신민수, 허철 의원이다. 이 가운데 한 의원은 기자에게 재정경제위도 나쁘지 않다. 어려움에 처한 당을 위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을 박완희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선 양보, 국민의힘은?

다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에게 양보만 요구한다면 상황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민주당 내 다수는 동지에서 사실상 적군이 된 임정수(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의원 열한 명을 감금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국민의힘이 모종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임정수 의원은 2022년 청주시청 옛 본관 철거비용 등을 포함한 2023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당론을 어기고 표결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윤리심판원이 제명을 의결하자 민주당을 탈당한 임 의원은 52, 민주당 의원 열아홉 명 중에 열한 명을 고소했다.

피고소인 열한 명은 소장 나열 순서로 박완희 이영신 박승찬 변은영 한재학 정연숙 송병호 한동순 김성택 김영근 허철 의원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임정수 의원의 눈밖에 난 순서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Q의원은 고소장에 적힌 내용 중 장소 등 중대한 사실관계마저도 틀린 걸 보면 임 의원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일부 사실이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Q의원은 특히 임 의원이 감금당한 상태에서 화장실까지 쫓아와 감시했다고 주장하는데 20일에는 함께 모 도의원 빙모상에도 문상을 다녀왔다소설 같은 얘기들이라고 일축했다.


사실관계 입증 복잡한 상황

하지만 피고소인 열한 명 외에도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대대적인 참고인 조사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건을 배당 받은 신지욱 강력범죄수사 대장은 고소인 조사는 마쳤지만 피고소인 조사는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먼저 들어온 사건이 많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의회가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를 떠나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가장 강경한 두 사람이 안 되면 또 직권상정한다는 김병국 의장과 고소인인 임정수 의원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데 사납고도 큰 고양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인 셈이다.

임정수 의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난 5월 말 경찰에 나가 고소인 조사를 받았던 내용에서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면서 고소를 취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노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임정수 의원은 무소속 의원이고 고소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68일 민주당 도시건설위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이영신 의원 외에는 모두 참석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박노학 원내대표는 또 하나하나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사보임 문제가 잘 풀리고 나면 아무래도 원로 의원들이 나서서 중재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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