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자랑 물었을 때 ‘단재’가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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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자랑 물었을 때 ‘단재’가 나올 때까지
  • 충청리뷰
  • 승인 2023.06.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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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기념사업회 초‧중‧고 대상 일일 국내유적답사 진행
묘소‧영당 참배, 기념관‧교육관서 수업, 문동학교 터 방문
선착순 모집 사나흘 만에 종료… “규모 확대, 대상 늘리자”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골든벨 퀴즈다. 6월 8일, 금천초 6학년 1반 학생들. 사진=이재표 기자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골든벨 퀴즈다. 6월 8일, 금천초 6학년 1반 학생들. 사진=이재표 기자

신기선의 추천으로 신채호 선생님이 입학하신 조선시대 교육기관의 이름은? 지금으로 치자면 서울대 같은 우리나라 대표 고등교육기관이야.”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각자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는다. ‘성균관이라는 정답이 많았지만 연세대, 고려대, 심지어는 ‘SKY’라고 적은 아이도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태어나신 연도 1880년을 주관식으로 척척 맞히는 아이들도 있다. 골든벨 퀴즈를 풀기 전에 단재기념관에서 수업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1928년에 일본 경찰에게 체포된 사건은,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걸 위조했기 때문이야. 무슨 사건일까?” 어음처럼 현금으로 맞바꿀 수 있는 위체(爲替)’라는 단어는 초등학생에게 어렵다. 칠판에 ㅇㅊㅇㅈ사건이라고 초성 힌트를 쓴다.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아이들이 답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답 위체위조사건보다 인체위조사건이라고 쓴 아이들이 더 많다. 교사도 아이들도 까르르웃는다.

68,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귀래리 등에서 진행한 청소년과 함께하는 단재 유적답사프로그램 중 골든벨 퀴즈의 광경이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상임대표 이장섭, 이하 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답사에는 청주 금천초등학교(교장 신남숙) 6학년 1반 학생 스물여섯 명이, 담임 신상옥 교사와 함께 참여했다.

답사단은 등교와 함께 학교에서 관광버스로 귀래리 단재 선영으로 왔다. 이들은 단재 신채호와 박자혜 여사 동상, 영당(靈堂), 묘소 등을 참배하고 기념관의 전시물을 보며 단재전문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들었다. 이어 단재교육관에서 진행한 골든벨까지가 오전 일정이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 가덕면에 있는 신형호 고가에서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신형호 고가는 성균관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신채호 선생이 1901년 신규식, 신백우 선생과 더불어 설립한 문동학교가 있던 곳이다. 신형호 고가는 1881년에 지은 고택인데, 신형호의 부친인 신정식을 비롯하여 신규식, 신건식, 신동식 4형제를 비롯해 집안의 배우자, 자녀, 사위 등이 모두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단재전문강사가 일정 진행

금천초 6학년 1반 학생들이 문동학교가 있었던 신형호 고가를 방문했다.  사진=이재표 기자
금천초 6학년 1반 학생들이 문동학교가 있었던 신형호 고가를 방문했다. 사진=이재표 기자

이날 답사에 참여한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엄지섭 학생은 평소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신채호 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정확히 몰랐다이번에 골든벨 퀴즈를 통해서 선생님에 대해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윤희진 학생은 역사 과목을 좋아하지 않아서 신채호라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어떤 분인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기념관에서 사진과 자료,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담임인 신상옥 교사는 초등학교는 5학년 때부터 사회과목 안에서 역사를 배우는데 5학년 때는 선사시대부터 독립운동사까지, 6학년 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민주주의를 주제로 공부한다전문강사가 모든 과정에 함께하고, 영당과 묘소 등을 참배할 수 있어서 현장학습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신 교사는 또 진행 과정을 학부모들과 함께하는 톡방에 실시간으로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다지난해에도 이 답사에 참여한 교사들의 평가가 좋아서 신청해봤는데 입소문이 날만 하다고 덧붙였다.

단재 국내유적답사는 기념사업회가 양성한 전문강사들의 주도한다. 이날 프로그램을 운영한 임선화 강사는 아이들과 함께 논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어려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과 자세는 늘 에너지가 넘치고, 새롭고 신선하다며 즐거워했다.


호응에도 불구 예산 소폭 감소

단재 국내유적답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다. 사진은 5월 25일, 단재 묘소를 참배하는 청주 금천초 6학년 3반 학생들. 사진=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단재 국내유적답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다. 사진은 5월 25일, 단재 묘소를 참배하는 청주 금천초 6학년 3반 학생들. 사진=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2022년 시작한 청소년과 함께하는 단재 유적답사는 청주시내 초중등학교에서 입소문이 난 프로그램이다. 2022년에는 3000만 원의 예산으로 스물한 개 팀이 630여 명이 참여했다. 예산이 2700만 원으로 준 2023년에는 511일부터 1130일까지 열여덟 개 팀, 540여 명이 예약돼있다. 기념사업회에서 공고를 내면 담임교사 등이 접수하는 방식으로 모집했는데, 불과 사나흘 만에 모집이 끝났다.

배경은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아침에 학교로 버스를 보내서 프로그램을 마칠 때까지 모든 일정을 주최 측이 책임지고, 점심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로 제공해서 인기가 좋다특히 5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초등학교의 참여 열기가 높다 보니 선착순 모집에서 중고등학교는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올해 모집한 열여덟 개 팀 가운데 초등학교가 열다섯 개인 반면 중고교는 세 개 팀에 불과했다. 모든 일정을 청주에서 마무리하는 초등과 달리, 고교는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 있는 생가(生家)를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돼있다. 배경은 사무처장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재와 독립운동가들의 생애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매우 높다도내 중학생이라면 순차적으로 모두 단재 국내 유적답사에 모두 참여하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고 밝혔다.

배 사무처장은 이어 아이들에게 청주의 자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직지와 함께 신채호라는 답변도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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