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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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6.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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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편집부국장
박소영 편집부국장

요즘 거리에 붙은 현수막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진실을 따질 수 없는 문구나 상대방을 비하하는 자극적인 내용이 써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누군가를 찬양하는 내용도 나온다. 청주 도심 광역철도 통과! 윤석열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윤석렬 대통령님의 k-바이오 스퀘어 조성(2조원) 확정을 감사드립니다! 등이 그렇다.

게다가 청주 도심 광역철도 통과를 국민의힘이 이뤄냈다거나, 공치사를 위해 대통령 이름 옆에 국회의원 본인의 이름을 현수막 뒤에 박아놓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청주에 와 속도감 있게 도심 광역철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하자 언론들은 다음날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청주를 더 발전시켜 주기로 했다는 워딩을 받아썼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과연 전지전능한 신의 위치에 있는가. 낯뜨거운 문구의 플래카드나 신문 1면 헤드라인이랑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사실 청주 도심 광역철도가 정말 놓일지 상당한 의문부호가 생긴다. 도심 광역철도는 대전세종에서 KTX오송역, 청주 도심, 청주국제공항으로 이어진다. 도심 광역철도는 일단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사업이다.

과연 정치권의 주장대로 몇 년 안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도심을 통과한 철도가 놓인다고 하자. 그 위 도심의 공간은, 사람들은 긴 공사기간을 감내하고 난 뒤 어떠한 과실을 획득할 수 있을까.

당장 눈 앞에 청주 중앙동 지하상가를 보자. 대현지하상가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주시내의 대표적인 상권이었다. 수 많은 다양한 가게들이 지하에 포진했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옷가게부터 신발가게, 서점, 귀금속점들이 성업을 이루었다.

하지만 2000년 초반 보행권 확보 차원에서 중앙동과 성안동을 절단한 거리를 연결하는 횡단보도가 놓였고 그때부터 지하상가는 시나브로 죽어갔다. 덕분에 죽었던 중앙동 상권이 부활했다. 예전엔 중앙동과 성안동을 횡단하기 위해선 지하상가를 꼭 거쳐야했지만 횡단보도가 놓이자 사람들은 굳이 내려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 예를 확장해보면 도심 지하 광역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심 위로 올라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들의 목적이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빨리 가기 위해서라면 굳이 더더욱 도심 위를 걸을 이유가 없다. 또 도심 광역철도가 건설된 이후 운영과정에서 빚어낼 수많은 적자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더군다나 인구소멸의 시대에.

무엇보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이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 대신 한 나라의 위정자의 마음먹기따라 결정될 일인가. 그렇다면 모든 지자체는 윤 대통령님을 더더욱 찬양할 수밖에 없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 의제는 이렇게 몇몇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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