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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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 김민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 승인 2023.06.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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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서점에 가면 일상에 지치거나 업무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수많은 책들이 있다. 필자 역시 그 책들 중 몇 권 정도는 읽었는데, 지금도 주변에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 지인을 위해 구매해서 선물할 정도로 아끼는 책도 있다. 짧지 않은 인생 중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혹독한 인간관계를 경험한 나를 지켜보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듯 위로하는 문장들로 가득한 책이었고, 읽는 내내 나 자신에게만 빠져 펑펑 울기까지 했었던 책이다.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는 듯한 메세지나 작가의 경험을 전달해주는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방법과 같이 지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지 못한다면 틈틈이 주변의 한적한 곳에서 산책을 하는 시간도 좋고 반대로 재래시장 같은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여러 방법 중 모두가 많이 원하는 방법은 아마도 여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지를 고르는 순간, 계획을 세우는 순간, 여행지에 도착해서 즐기는 모든 순간순간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항상 가본 곳을 선택하거나 조금이라도 익숙한 곳으로 다녀왔다.

언제가도 좋은 곳임은 틀림없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아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정을 했다. 낯설고 처음 가보는 먼 곳을 혼자 가보기로 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부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이 해주었는데 소매치기를 포함해서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사실 사람이 많지 않은 한가한, 그래서 조용히 자연소리를 들으며 발길 닿는대로 산책하다가 조금은 지저분한 벤치를 툴툴 털고 앉아서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좋아했기 때문에 지인들의 이런 걱정이 더 크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였을까. 볼 것 많고 사진찍을 것 많은 장소에서 크로스백을 배 앞으로 하여 내배인지 가방인지 구분하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꼭 부여잡고 다녀야 하는 처지가 가끔은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웅장한 배경을 뒤로하여 멋드러진 포즈로 나 여기 왔다는 인증샷을 찍고 싶었지만 셀카봉을 높이 올리지도 못하고 현지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도 못해 결국 사진의 한쪽 모서리에 얼굴 한 부분만 빼꼼 내민채 사진을 찍을 때도 뭔가 불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내가 영 못되게 생기지는 않았구나 생각하며, 이것 또한 나를 알게 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살짝 미소지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세상을 향한 나의 마음을 너무 닫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걱정하던 익숙한 곳만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낯선 곳으로 떠나기로 한 것은 큰 용기였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보니 오히려 나를 더 잘 바라보게 된 것 같다. 혹독했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경험이 그나마 견딜만한 경험이었고, 그로 인해 내 자신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졌음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힘들었다고만 생각했던 경험이 새로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고, 이렇게 홀연히 여행을 다니고 있는 삶을 부러워해주고 격려하며 약이며 먹을 것이며 이웃 동생처럼 챙겨주기까지 하는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사람으로 인한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받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한번쯤은 낯선 곳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익숙한 곳 역시 처음엔 낯선 곳이었을테니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를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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