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천화폐로 결제가 가능했던 지역의 일부 마트와 서비스 업체 등에 대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해져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우려된다.
제천시에 따르면 그동안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했던 제천 지역 가맹점 중 지난해 연 매출액이 30억 원을 초과한 144곳이 다음달부터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자동으로 등록 취소된다. 이 중에는 지역 소재 병‧의원과 대형 주유소는 물론 제천지역 농협 하나로마트도 포함됐다.
이처럼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제한된 것은 지방자치 사무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올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사업 종합지침’을 통해 연 매출액 30억 원이 넘는 업소는 상품권 가맹점에서 등록 취소하도록 한 데 따른 조치다.
행안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취지에 부합하도록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상공인 매장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널리 사용토록 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인 당 매월 70만 원 한도로 10%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제천화폐의 효용성이 떨어져 상품권 구매 감소와 상권 위축 등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 소비자와 상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제천화폐 이용자 A씨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많은 상점들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극심한 경제난 속에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권장해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매출만을 기준으로 상당수의 가맹점을 퇴출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 상인 B씨는 “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 소상인들에게 상품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게 한다는 정부 정책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상품권 사용처가 140곳 넘게 축소되면 그만큼 지역화폐로서 효용성이 떨어지고 상품권 구매자도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B씨는 “농협 하나로마트나 병‧의원, 대형 주유소 등은 영세 소매상들과 경쟁관계도 아니어서 이들을 가맹점에서 제외한들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득이 될 일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지역상품권 가맹점 축소에 나선 것은 그동안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사랑상품권을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등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게 이용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역화폐 정책이 과열되면서 지역화폐 강매와 불법 ‘현금깡’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역화폐 발행과 사용을 적극 지원했던 전 정부와는 달리 지역화폐에 대한 지원을 비효율적 예산 낭비 정책으로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상반된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말 올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역화폐 관련 사업비를 전액 삭감해 야당의 극한 반발을 샀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이 일부 살아나기는 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도 관련 사업비를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자체가 빠진 2024년도 예산 요구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역화폐를 사실상 고사하려는 의도를 보다 분명히 하면서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물론, 지자체들의 고민도 커져만 가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연 매출액 30억 초과 가맹점에 대한 등록제한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시행했지만 제천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행을 미뤄왔다”며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더 이상 가맹점 등록 제한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