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와 커피 한 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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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와 커피 한 잔 할까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6.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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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새 인생 찾은 이상규 충북보건과학대 호텔제과음료과 교수
“유행 빨리 받아들이는 한국인 커피소비 급증…알고 마시면 더 행복”

 

이상규 교수
이상규 교수

 

커피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했던가. 당신은 하루에 커피 몇 잔을 마시는가. 대한민국은 지금 바야흐로 커피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부터 시내 중심가까지 곳곳에 카페가 들어섰다.

6월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카페 점포수가 9만9000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3년 평균 19%씩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국내 카페수는 1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청주시에는 9000여개가 영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커피박물관은 11개나 된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인 커피소비량이 367잔으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라는 뉴스도 나왔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쨌든 한국인들의 커피사랑은 대단하다. 이런 유행 덕분인가. 도서관에는 커피와 관련된 책도 많다. 커피로 읽는 세계문화사도 나름 재미있다.

커피는 그 옛날 가배(咖啡)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는 중국식 표기이다. 커피를 파는 곳은 대략 끽다점-다방·다실-커피전문점-카페의 변천사를 갖고 있다. 커피 인문학자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저서 ‘커피세계사+한국가배사’에서 “대형 로스팅업체에서 공급하는 커피 원두와 인스턴트 커피가 지배하던 제1의 물결, 소규모 로스팅 전문가들에 의한 스페셜티 커피 개발과 스타벅스에 의한 표준화가 몰고 온 제2의 물결, 2000년대 이후 스타벅스 주도의 커피 문화를 넘어서겠다는 새로운 도전 제3의 물결은 현대 커피역사를 구분하는 기준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세 가지 물결이 출렁이는 세계를 살며 새로운 물결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커피를 내리는 이상규 교수
커피를 내리는 이상규 교수

 

이상규(61) 충북보건과학대 호텔제과음료과 교수는 커피교수로 유명하다. 그는 16년째 학생들에게 커피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15~2020년에는 (사)한국커피협회장도 지냈다. 그는 홍익대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하고 제주관광대학과 충북보건과학대에서 사진예술과 교수로 10년을 재직했다. 사진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는 시대가 도래하자 사진예술과는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때 그가 선택한 게 커피였다. 결과적으로는 커피로 새 인생을 찾은 셈이 됐다.

그는 “어려서 꿈인 영화감독을 해보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커피 좋아하는데 커피 공부하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 커피공부를 하게 됐다. 일본, 미국, 유럽의 바리스타 육성 및 로스팅 과정, 향미커피 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당시 나는 절박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007년 충북보건과학대에 호텔제과음료과가 생겼고 그는 다시 이 대학 교수가 됐다.

23일 오후 충북보건과학대로 이 교수를 만나러 갔다. 최근 학생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가 학교는 조용했다. 커피를 공부한 사람은 어떤 커피를 마실까 궁금했다. 그의 연구실에는 각종 기구들이 즐비했다. 마치 커피 실험실 같았다.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쓰는 머그잔이 20개가 넘었다. 연구실에 자주 오는 사람들의 컵과 어쩌다 한 번 오는 방문객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물을 끓이고 커피를 담더니 천천히 커피를 내렸다. 코스타리카에서 사온 스페셜 커피라며 한 잔을 권한다. 향이 독특했다.

 

연구실 안의 각종 커피 기구들
연구실 안의 각종 커피 기구들

 

- 커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쓴 맛을 중심으로한 오묘한 맛이 마치 예술작품 대했을 때 느끼는 것과 같다. 이것이 매력이다. 세계적으로 커피 생산국이 70개국 정도 되는데 이 중 10개국을 다녀왔다. 나는 그 나라를 여행했을 때, 커피농장을 방문했을 때, 농부를 만났을 때 등의 추억을 떠올리며 커피를 마신다.”
 

-어떤 커피 맛을 좋아하는가?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마다 독특한 향이 있다. 이런 커피를 찾아다닌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요즘 어느 때보다 커피에 열광한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문화가 있나?

“문화라고 부를 만한 건 없다. 우리나라 커피소비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유행에 민감하고 유행을 빨리 받아들이는 속성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커피를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알고 마시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알고 마시면 더 행복할 것 같다.”
 

- 6년 동안 (사)한국커피협회장직을 수행했다.

“2005년에 한국커피협회가 창립됐다. 내가 회장일 때 코스타리카 커피 생산지 견학과 한국바리스타사관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쌀 장사는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알아야 좋은 쌀을 선택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혼자 코스타리카 생산 농장 견학을 했다. 회장이 된 뒤에는 회원들과 코스타리카 상호교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가르치는 교수와 커피산업 관계자들이 그 나라에 가서 농장과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렇게 세 번을 했는데 코로나가 발생해 중단했다. 바리스타사관학교는 유능한 바리스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충북보건과학대와 한국커피협회가 인재육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시작했다. 모든 경비를 협회에서 부담했다. 전국적으로 커피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가 20여개 된다. 이들 학교에서 똘똘한 학생을 뽑아 2주간 우리 학교에서 합숙시키며 바리스타 1급 및 2급 과정과 서비스교육을 했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는 고급 바리스타 교육에 적합한 최신 교육시설을 완비했다. 낙오자 한 명 없이 이 과정을 졸업한 학생이 5년간 200명 정도 된다. 이 학생들이 지금 프랜차이즈 회사나 큰 그룹의 R&D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연구용 커피 원두
연구용 커피 원두

 

- 일반인들을 위한 바리스타 과정도 운영한다고 들었다.

“국비를 받아 방학 중에 성인들을 위한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운영한다. 6주일 동안 1주일에 2~3번 수업을 하는데 인기가 높다.”
 

- 학생들에게 커피를 가르칠 때 가장 중시하는 건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물을 강조한다. 물과 커피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한국커피협회에서 ‘워터 소믈리에’라는 책을 발간했다. 물의 성질, 물과 커피, 커피 테이스팅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이 대학의 교육과정은 식물학, 커피 추출, 에스프레소, 로스팅, 향미평가, 블랜딩, 매장운영, 베이커리카페 시그니처 메뉴, 와인, 칵테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커피를 가르치는 교수인걸 알면 주변에서 커피에 대해 많이 물어볼 것 같다.

“카페를 창업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카페 입지부터 커피 기계, 원두, 맛 등 별별 얘기를 다 물어본다. 커피농장부터 커피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지만 10명 중 8명에게는 카페를 하지 말라고 한다. 카페 운영은 어려운 일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카페는 작은데 로스팅기계까지 들여놓는 사람도 있다. 이는 작은 가게에 100인분 압력솥을 구비한 것과 같은 일이다. 그리고 무조건 유명한 회사 커피를 취급하려고 한다. 카페에 맞는 커피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또 카페를 창업했을 때 이웃사람들이 불편해하면 안된다. 입지를 선정할 때는 주변을 고려해야 한다.”
 

손님접대용 머그잔
손님접대용 머그잔

 

이 교수는 종강하던 날인 22일 호텔제과음료과 2학년 학생들이 1학년 학생들을 위해 밥을 해서 함께 먹었다고 말했다. 2학기 종강 때는 1학년생들이 밥을 해서 2학년을 대접한다고 한다. 실습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라 식구처럼 밥 한 끼 먹는 전통을 오래전부터 이어 왔다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대학가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전통이다.

그는 또 학생들의 실습실을 여기 저기 열어 보여 주었다. 커피 및 제빵과 관련된 많은 기구들이 있었다. 실습실 한 켠에는 그가 키우고 있다는 커피나무가 한 그루 서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왜 카페를 차리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남겠다고 말했다.

 

이상규 교수가 키우는 커피나무
이상규 교수가 키우는 커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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