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실험극단, 기존 극단과 ‘상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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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실험극단, 기존 극단과 ‘상생’할 수 있을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7.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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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내년 창단 가시화…구체적인 안 내놓고 의견수렴
작품별 ‘오디션제’로 단원 선발, 대형 작품 도내 순회공연
민간극단 “도립극단이 깔대기처럼 자본‧인력 가져가”우려
​​​​​​​도립예술단 공공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난제

충북실험극단이 생긴다.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은 올해 (가칭)충북실험극단 안을 짜고 내년에 출범시키겠다는 목표다. 내년 관련 예산으로 약 20억원을 세우려고 한다.

충북실험극단은 연극분야 도립극단이다. 하지만 기존 도립극단과는 다른 모양새를 취한다. 일단 가안으로 나온 것은 시즌제 공연을 올린다는 것이다. 1년에 3~4개의 대형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그 때마다 단원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예술감독은 상근(2년제, 1회 연임 가능)으로 뽑지만 그 외 연출 및 피디 등은 그 때마다 새롭게 구성한다는 것. 실무는 문화재단 사무국에 충북실험극단을 돕는 최소한의 전문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지난달 6월 29일 (가칭)충북실험극단 설립 필요성과 운영방향 토론회가 충북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달 6월 29일 (가칭)충북실험극단 설립 필요성과 운영방향 토론회가 충북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연극인들, 대전제 찬성하지만

 

이 같은 안에 대해 연극인들은 일단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진운성 전 청주예총 회장은 충북연극협회의 숙원사업과도 같았던 일이 이뤄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일이지만 내용을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그동안 연극계를 지켜온 이들에게 도립극단의 수혜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연극인들끼리라도 난상토론을 벌어야 하는데 그런 자리가 지금까지는 없었다. 세미나는 모두 외부사람들을 초청해 내부 상황이 전달이 잘 안됐다라고 지적했다.

전국의 도립, 시립 등 공립극단들은 운영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아예 상근단원을 뽑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추세는 1년 단위 시즌단원 또는 아예 오디션 형식으로 작품마다 단원을 선발한다.

충북실험극단은 기본적으로 경남도립극단(매회 단원 오디션제)의 방식을 차용했지만 여기에 플랫폼기능을 더해 기존 민간극단들이 충북실험극단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극단들이 필요한 서류 업무, 의상, 무대제작 등의 노하우를 충북실험극단 내 전문가들이 전수해주겠다는 것. 또 배우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극단 새벽 김옥희 대표는 배우로서만 보면 충북실험극단이 생긴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새로운 외부 예술감독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단대표로서 봤을 때 일종의 대기업 앞에 놓인 중소기업이 된 느낌이다. 일종의 깔대기처럼 도립극단에 자본도 인력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막대한 예산을 조금만이라도 도내 민간극단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연극을 하다 대학로에 가서 염쟁이 유씨’1인극으로 입지를 굳힌 유순웅 씨는 충북실험극단이 생기면 후배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대할 순 없다. 연극인들에게 충북실험극단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민입장에선 이것이 지역문화예술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상생이 제일 중요한 데 뾰족한 대안이 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15년 전부터 외친 숙원사업

 

충북연극협회는 충북실험극단에 대해 대찬성이다. 이미 15년 전부터 도립극단 창단을 줄곧 외쳐왔다. 정창석 충북연극협회장은 오디션제로 뽑는 것은 소위 단원들이 철밥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 연극전공을 한 젊은 친구들이 극단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충북실험극단이 생겨야 한다. 어떤 단체든 처음 출발할 땐 다 논란이 있다고 본다. 기존 극단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충북실험극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극단들이 하지 못하는 대형극, 가족극, 청소년극 등을 만들어 시군 순회를 하는 것을 모토로 해야 한다는 것. 지역의 자원을 스토리화한 작품 등을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충북문화재단 전애실 사무처장은 “3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행정절차상 8월 내에 다음해 예산을 올려야 해서 마음이 분주하다. 예산은 확정된 게 없지만 경남도립극단이 17~18억 사이인데 부족하다고 들었다. 이보다는 더 많아야 할 것 같다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일부 연극인들은 충북실험극단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추진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다른 연극인들은 숙원사업이라며 박수는 보내고 있다. 15년 전 워낙 충북연극협회 주도로 한 도립극단 설립이 거의 기정사실화됐지만 정우택 지사 시절 도립교향악단으로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09년 출발한 충북도립교향악단은 처음에 15억 예산을 잡았지만 상임단원이 점차 늘어나 지금은 175000만원이 들어간다. 충북문화재단은 충북실험극단에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계산하고 있다. 왜냐하면 무대제작비가 더 들어간다는 것.

충북도내 연극단체는 약 26개다. 충북문화재단에 공모사업을 지원한 숫자만 보면 그렇다. 연극인들은 최근 5년 사이 청주대, 중원대, 극동대, 우석대, 세명대 등에서 연극관련학과가 생기면서 졸업생들이 극단에 많이 유입되고 있고, 그들끼리 새로운 단체 등도 꾸리고 있다. 지역의 40대 이하 연극인들이 약 60%까지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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