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출신 유순웅 2004년 초연 “3000회부터 세는 것 포기”
세간에 ‘염쟁이 폐인’ 만든 연극…16일까지 5회 ‘유료 발매’
충청리뷰 30년 독자 헌정 공연: 9월 11일, 12일 2회. |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봤냐 안 봤냐’가 아니라 ‘몇 번 봤는가’를 따져야 할 연극 <염쟁이 유씨>가 다시 청주 무대에 오른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충청리뷰는 독자 헌정 공연작품으로, 청주에서 탄생한 명품 1인극 <염쟁이 유씨>를 결정했다.
충청리뷰는 창사기념일인 9월 15일(토)이 있는 주간, 9월 11일(월)~9월 16일(토)에 <염쟁이 유씨>를 총 6회, 청주 ‘씨어터제이’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평일은 오후 7시에 각 1회, 토요일인 16일은 오후 3시, 오후 7시 2회 공연이다. 이 가운데 11‧12일 1‧2회 공연은 오직 구독자만을 위한 헌정 공연이다.
7월 말 기준으로 충청리뷰 독자라면 11일과 12일 공연 좌석 각 160석(총 320석) 중에 1인 2매까지, 선착순으로 좌석을 무료 배정받을 수 있다. 좌석 배정은 8월 7일부터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 충청리뷰에 전화를 걸어 유료 독자임을 확인받은 뒤에 좌석을 배정받으면 된다. 티켓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13~16일 유료공연은 인터파크를 통해 7월 중순 이후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는 3만 원이다.
2004년 5월 청주의 ‘연극창고 새벽’에서 첫 막을 올린 <염쟁이 유씨>는 대학로로 올라가 5년 7개월 만인 2009년 12월 1000회 공연을 돌파했다. 이어 3000회를 넘어섰다는 보도는 2018년부터 눈에 띈다. 그 이후로는 횟수를 헤아리는 게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염쟁이 폐인’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로 여러 번 공연을 본 이들도 있다.
<염쟁이 유씨>는 평생 죽은 사람의 시신을 닦아온 유 씨의 이야기다. 1인극으로서 1인 15역쯤은 되는 것 같은데, 유순웅 배우는 “그걸 따지지 말라”고 주문한다. 관객들도 불려 나와서 같이 곡을 하고 유 씨가 따라주는 쓴 소주를 마셔야 할 때도 있다.
‘산 사람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죽은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염쟁이는 얼마나 고귀한가. 염쟁이의 입을 빌어 피할 수 없는 고민 한 가지를 같이 풀어보고자 한다…’ 극에서 같이 풀어보고자 한 ‘피할 수 없는 고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물론 그 답은 연극 속에 있다. 죽음이 생명을 마감할 수는 있어도, 살면서 만들어 놓은 관계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 스스로 삶에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죽음이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거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극이 갖는 힘이다.
충청리뷰는 15년 전인 2008년 10월 14일~18일에도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염쟁이 유씨>를 공연해 대성황을 이뤘다. 이 공연의 여운이 어찌나 뭉근하면서도 오래갔던지 이듬해인 2009년 3월, 충북대 개신문화관과 사찰 관음사에서 각각 <학교로 간 염쟁이>와 <절로 간 염쟁이>라는 파생상품이 탄생했다. 이어 2010년 4월 2일~4일에는 충주호암예술관에서 충주 공연으로 관객을 맞았다.
유순웅 배우는 2023년 충청리뷰 공연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6월 21일 충청리뷰를 직접 방문했다. 유순웅 배우는 “인생의 3분의 1을 ‘염쟁이 유씨’로 살다 보니 대사를 까먹었다가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생각이 난다”면서 “시간이 오래 흐르고 전국을 돌다 보니 지역마다 세대마다 울고 웃는 감정의 포인트가 많이 다름을 느낀다. 이 안에 내 인생도, 시대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동안 무슨 일은 없었겠는가? 유순웅 배우는 “수많은 진짜 염쟁이들이 다녀갔고, 장례지도사들도 연극을 보러 온다”며 “가끔은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지만, 관객들을 통해서 연극이 더 풍부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유순웅 배우는 헌정 공연을 제안받자마자 흔쾌히 응했다. 30년 전 충청리뷰를 만든 이들이 ‘형님들’이기 때문이다. 유순웅 배우는 “충청리뷰를 창간할 때의 젊었을 때의 종환이(도종환, 초대 대표) 형, 석위(윤석위, 2대 대표) 형이 눈에 선하다”며 “이번 공연이 충청리뷰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제는 유 배우의 흰머리에서도 연륜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