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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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7.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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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글로컬 대학’…비수도권 대학 30개 뽑아 지원
충북대-한국교통대 통합안으로 도내에선 유일하게 선정돼
​​​​​​​‘학령인구 감소’ 가장 큰 위협, 생존 앞으로 10년 남았다

대학의 위기
지방대 생존 위협받는다

 

대학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사립대 교직원은 이미 데이터는 다 나와 있다. 애를 안 낳으니 답이 뻔하다. 대학은 이제 살길이 없다. 앞으로 생존을 논할 수 없다. 아마 하나님이 와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암담한 심경을 표현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된 2021년 전국 대학입학정원 향후 추이 자료를 보면(도표1 참조) 18세 이상 대학 입학 가능연령이 2020464826명 수준에서 2040년엔 283017명으로 약 40%줄게 된다. 그런데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정원 및 국립대 입학정원이 약 26만명이다. 결국 수도권 대학을 다 채우고 난 뒤 지방으로 올 학생이 없는 상황에 놓인다. 지방대가 가장 큰 위기에 놓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글로컬 대학 30’사업을 통해 대학들의 통폐합 및 학과 융합을 유도하고 있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세계적)과 로컬(local·지역적)을 합한 말로 비수도권 지방대 30곳을 뽑아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6201차 예비지정을 받은 15곳이 발표됐다. (도표2참조)


 

 

정부는 316글로컬 대학 30’계획을 발표했다. 대학들은 5페이지 분량의 혁신안을 부랴부랴 작성해 5월 말 교육부에 제출했다. 22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컬대학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들은 보완유지를 위해 합숙훈련을 하면서 전국의 대학들이 내놓은 혁신안을 검토한 뒤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 간 통합은 총 4곳이 선정됐는데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다. 모두 국공립대로 사립대보단 대학 간 통합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내 학과의 통합 및 구조조정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대학들은 11곳이 뽑혔다. 대학 내 과를 아예 없애는 무전공부터 학과 간 융합을 시도하는 곳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디션처럼 대학 줄세우기

 

정부는 지난번 발표된 대학들 가운데 5곳을 탈락시키고, 오는 10월에 최종 10곳을 뽑을 예정이다. 이른바 대학들도 오디션프로그램에 응모해 기량을 뽐내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부는 오디션을 통과한 대학에게 5년간 1000억을 인센티브로 주기로 했다. 해마다 200억씩 5년 동안 주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모 대학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는 돈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야 정년을 채우기는 하겠지만 후배들을 보면 암담하다. 정부는 지금 대학들을 무조건 줄세워 통폐합시켜야 하는 이른바 골칫거리로 보는 것만 같다. 이게 지방대만의 문제인지 솔직히 따져묻고 싶다. 사회구조적인 변화의 문제인데 모든 게 지방대가 그동안 혁신을 안해서 그렇게 됐다라는 내러티브가 만들어진 것 같아 속상하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통합을 바라보는 대학 내 구성원들은 생각이 복잡하다. 당장 부산대와 부산교대 학생들의 반응은 갈라진다. 부산대 학생회는 통합을 찬성하고 있지만, 부산교대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두 대학이 통합할 경우 최종 학력에 어떠한 대학명을 쓸지도 학생들에겐 첨예한 관심사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 학생들도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막말이 오갔다. 충북대 모 학생은 총장 간담회에서 입학당시의 졸업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국교통대 총학생회에선 합의가 안 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입학할 당시 입시 결과가 차이가 나는데 졸업장에 같은 이름을 쓰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 중엔 충남대가 이번에 유일하게 글로컬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다. 충남대는 한밭대와 통합을 논의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통합됐을 때 교명을 두고 두 대학 총장 간에 이견이 생겼고, 결국 이번에 탈락했다.

이는 대학의 졸업장이 곧 한국사회에서 신분처럼 일종의 꼬리표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환경은 수도권 대학들에게 무조건 유리하다. 당장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줄지 않았다지만 지방대는 수년 동안 정원을 줄여나갔다. 그런데 급격한 학령인구감소로 이제는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게 됐다.

자본의 셈법은 냉정하다. 위치와 권력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고, 국립대와 사립대가 나뉘고, 4년제와 전문대가 나뉜다. 이 모든 사회의 구조적인 배경을 그냥 대학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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