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병목 해소한다면서 폭 ‘320m를 620m로 확장’
2배 연장 교량 아래로 물 거칠게 흘러간 흔적 뚜렷
제방 옮기며 허술하고 낮게 쌓아…16일에도 공사中
미호강교 공사현장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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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만 넓힌게 아니라 다리의 길이도 360m에서 710m로 늘리는 중이었다. 하천에 병목이 있다고 하천을 넓히다 보니 제방을 옮겨야 했다.” |
이면을 들여다 보니 사고의 원인이 보였다. 7월 16일 오후 6시 현재, 아홉 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하천 폭을 넓히기 위해 애초 제방의 위치까지 옮긴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교량 확장 및 연장공사를 벌이면서 우기를 앞두고 손을 댄 구간 50여m의 제방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손상되면서 지하차도 옆 농지가 흡사 물바가지가 됐고, 이 바가지가 깨지면서 사고의 단초가 된 셈이다.
청주에 500mm에 가까운 비가 쏟아진 7월 15일 오전 8시 45분쯤 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오송3거리에서 오송읍 쪽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이 지하 차도는 길이 430m, 높이 4.5m, 왕복 4차선 규모다.
CCTV 영상 등을 참고하면 200여m 거리에 있는 미호강에서 넘어온 물이 지하차도 옆 농지 등에 고여있다가 허술한 농지 둑이 터지면서 폭포수처럼 차도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지하차도에 6만t의 물이 밀려드는 데는 불과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하차도 안에는 747번 급행 시내버스 등 차량 열다섯 대가 갇혔다고 추정되며, 16일 오후 6시 현재, 모두 아홉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고여있던 물의 배수가 모두 끝나고 펄을 제거하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원인은 첫째도 인재, 둘째도 인재로 꼽힌다. 먼저 미호강 수량이 늘어 제방을 타고넘었는지, 아니면 둑 어딘가가 터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16일 오후 3시 현장 확인 결과, 물이 제방을 월류(越流)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가드레일 등 구조물은 물론이고 풀이나 나무도 눕지 않았으며 흙탕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새로 확장하는 다리 밑에서는 굴삭기를 이용해 흙을 쌓고 방수포를 덮는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방수포를 덮은 약 50m 구간은 제방의 높이가 주변보다 낮았다.
물길이 지난 흔적은 다리 밑 방수포를 씌운 쪽으로 이어졌고 방수포 아래에는 아직도 물이 고여 있었다. 방수포 너머는 물이 고여있다가 지하차도로 쏟아진 농지다.
전후 과정을 빤히 아는 오송 주민 오 모 씨는 “공사를 하는 K건설이 하천 폭을 넓히느라 제방을 옮기면서 튼튼했던 옛날 제방과 달리 허술하게 둑을 쌓았다. 높이도 달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사고가 난 날에도 공사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다리 밑의 하천 폭은 320m인 반면 하류 쪽은 700m까지 넓어져 하천의 병목 현상을 없앤다고 하천 폭을 620m로 넓혔고, 그러다 보니 제방도 뒤로 밀어내 새로 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다리 폭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다리 길이도 늘이는 공사를 진행했다는 얘기다.
2021년 8월부터 약 2년 간의 공기로 진행하는 이 공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752억 원을 들여 발주한 공사로, 세종시로 가는 미호천교(미호강교)와 연결도로를 왕복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다. 오 씨의 설명처럼 하천 폭도 함께 넓힘에 따라 다리의 길이도 기존 360m에서 710m로 길어진다.
예정했던 공사기간이 한 달여 남은 상황을 고려하면 하천 폭 넓히기나 교량 연장만 마무리했을 뿐 제방 상태는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불량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추가로 취재할 계획이다.
이처럼 공사 상태가 미완이거나 불량했음에도 행정 당국은 점검에도 소홀했을뿐더러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도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에서 15일 새벽부터 미호강에 홍수경보를 내렸고 주민대피와 교통통제를 권고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호강에 홍수경보를 발령한 시간은 15일 오전 4시 10분, 계획홍수위인 9.29m를 넘어서 흥덕구청에 주민대피와 교통통제를 권고한 시점은 2시간여 뒤인 6시 30분쯤이다. 흥덕구 관계자는 “시청 관련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으나 이 도로의 교통통제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 권한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홍수경보가 내려도 상황 등을 파악해 차량을 통제하게 돼 있다”며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침수지점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제방을 옮기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현장을 제대로 점검했는지, 또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