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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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
  • 이재표
  • 승인 2023.07.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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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원도심에 옛 영화가 돌아왔다

2033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시민연대가 추천하는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오민심 민주시장 36개월의 성과는 경이로웠다. 85만 명이던 민주시 인구가 80만 명으로 줄었음에도 이를 탓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인구가 3만 명 이하가 된 주변 다섯 개 군으로 10만 명 이주를 성사시켰으나 출생률이 올라가고 전입 인구도 늘었다.

사라지고 축소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원도심으로 들어오는 승용차도 사라졌다. 레커차의 굉음 경적이 잦아들었고, 서부개척시대처럼 질주하던 도심 외곽개발도 멈췄다. 무려 50년 전 국산 포니 자동차가 마이카시대의 개막을 알리기 전, 바로 그때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오민심 시장은 며칠 전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남편이 먼저 옛 추억에 젖었다.


우리 옛날에 국민학교 다닐 때 말이야. 선생님이 앞으로는 집집마다 승용차가 한 대씩 다 있는 마이카시대가 올 거라고 했잖아. 당신은 그때 믿었어?”

그걸 믿은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30년 뒤엔 석유가 고갈되고, 병에 든 물은 사 먹는 시대가 온다고 했죠. 줄이 없는 전화기를 들고 다닐 거라고 했는데, 그때 집전화도 없는 집이 많았잖아요.”

맞아 집집이 차가 한 대가 아니라 지금은 차가 한 대만 있는 집이 거의 없으니.”


그때 우리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믿지 못했던 것처럼, 원도심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옛 영화도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더더욱 믿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셈이다.

기적이 일어났다.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원도심을 다니니 그동안 주차공간을 갖추지 못해 시들다 못해 말라버렸던 원도심 상권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싹이 나고 꽃이 피더니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이치였다. 그때처럼 걸어 다녔고, 그때처럼 장바구니를 들고 다녔다. 차가 없으니 한꺼번에 많이 살 수도 없었다. 대신 집 앞 작은 가게들과 시장을 이용하니 집에 많이 쌓아둘 이유도 없었다. ‘대형냉장고를 없애는 집이 늘었다는 풍문이 돌았는데,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패턴이 바뀌니 복고의 시대가 왔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신기한 것은 그런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더 즐거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원도심에서는 대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없애자는 운동이 일었다놀라운 것은 24시간 편의점도 그 대상이었다. 매우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동네 구멍가게들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문을 닫았다가도 동네 손님이 문을 두드리면 빼꼼 문을 열어줬다.

오민심 시장에게 4년만 더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서명운동을 벌이는 단체도 있었다. 공심당이나 국력당 같은 보수정당들도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오민심 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시민 앞에 서야 했다.


시민 여러분, 아직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는데 다음 선거의 제 거취를 거론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지만 더는 이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않기 위해서 저의 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드립니다. 저는 지난 선거에서 4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은 8년을 해도 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습니디. 많이 부족했습니다. 저의 좋았던 생각들도 거의 다 고갈됐습니다. 여러분께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할 만큼 잘못한 일도 많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했던 일 중에 잘한 것이 있다면 다음 시장께서 잘 이어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부분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폐기해 주십시오.”


일부 지역 언론들은 오민심 시장이 민충북도지사로 추천되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인근 군으로 인구를 분산한 것도 도지사 출마를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오민심 장은 여전히 매일 시내버스로 출근하고 외근 시에만 출장용 경차를 타는 일상을 이어갔다. 시민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려고 했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모르면 배우려 했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데는 매우 신중하고 인색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오민심 시장은 짐을 빼서 나올 일도 없었다. 월세로 살던 아파트에서 4년 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바깥 일을 하는 동안 살림을 도맡았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여보, 수고했어. 당신 너무 멋있었고. 그리고 시장 월급이 쫌 많아서 빚은 많이 갚았네.”


, 다음 시장으로는 사회민주당 소속의 37살 청년이 당선됐다. 민주시민연대는 지난 선거처럼 자체 후보를 내는 대신에 이 청년 후보를 지지했다. 취임 일성은 오민심 시장을 보며 청년시장의 꿈을 키웠습니다. 저도 4년만 하겠습니다였다.

■에필로그: 도망치듯 연재를 마칩니다.

양당 구도와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만약 진짜 시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만약 시의원 중 일부를 추첨으로 뽑는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였습니다. ‘활극(活劇)’ 수준의 활약을 벌여 시장에도 당선이 된다면?

민주시(旻州市)’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 연재콩트 자치활극 민주시장 오민심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으나 24화를 끝으로 연재를 종료합니다. 면밀한 조사와 자문을 거쳐 10년 뒤, 20년 뒤에 현실 가능한 민주시(民主市)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 힘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연재는 끝났지만 계속 오민심이 되어 꿈꾸겠습니다. 보다 완성도 있는 자치활극으로 완성해 다른 경로로 만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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