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의자 ‘감싼’ 충북도 장애인육상의 난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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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의자 ‘감싼’ 충북도 장애인육상의 난맥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7.26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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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감독, 신고 받은 내용을 가해자 측에 전달…사전 인지 후 방치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당해서”…전 감독‧현 선수 상대로 소송전
충청북도 장애인체육회 사무실.

충청북도 장애인육상 대표선수 사이에 빚어진 성폭행 혐의 사건이 관련 기관에선 사실상 1년이 넘도록 방치 수준을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4월 26일, 충북장애인체육회(회장 김영환) 및 충북장애인육상연맹(회장 김성수) 소속 육상 전임(專任)지도자(감독) A씨는 성폭력 혐의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가 없었다. 그동안 5월 2일로 알려진 것 보다 일주일 앞선 시점이다.

취재를 종합한 결과 15세 이상 나이 차이가 있는 충북 장애인육상대표 남녀 선수 간 성폭력 및 성추행 행위가 당시 2년 전부터 있어왔다는 것. 타 지역이 집인 나이 어린 여자선수(신고자)는 경비 절약과 잘 아는 관계라는 점에서 남자선수 아파트의 방 하나를 일주일에 1, 2회 정도 임대 형식으로 이용하다가 성폭력 피해를 입어 왔다는 게 사건 혐의의 요지다.

고민이 많던 신고자(피해선수)는 지난해 5월 2일 문자를 통해 A감독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에 감독은 이를 충북장애인체육회에 보고하고 가해 혐의자에게도 알려줬다. 이날 피해선수와의 문자에서 A감독은 “체육회에 보고했어요, 체육회에서는 다음 과정으로 스포츠인권위, 장애인인권위, 경찰신고라는 절차가 있다고 합니다.”라며 “어떻게 하길 원합니까”라고 여자선수에게 물었다. 이에 여자선수는 “경찰신고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A감독이 이 신고 내용을 가해선수에게도 알려줬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피해선수는 가해선수로부터 협박성 문자를 받는 등 2차 피해를 당했다는 게 피해자 가족의 설명이다. 이는 피해선수가 A감독에게 성폭행 피해를 알린지 8일 뒤인 같은 해 5월 10일, 가해선수와 피해선수 간의 문자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문자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가해선수 “나 얼마전에 A감독한테 들었다. 내가 너에게 성추행하고 성폭행하고 폭력까지했다고 신고 했다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감독이 말해줬다. 만나자, 나도 못참는다. 내가 이런 말 들어야 되나. 신고하려면 해라. 만나자 당장”.

이에 피해선수는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 거냐”고 반항면서도, 감독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는 답변을 적었다. 또한 피해선수는 같은 날 A감독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서 피해선수는 감독이 도와주는 것처럼 하고 신고내용을 가해자에게 전달해 빚어지게 되었다는 2차 피해에 대한 원망, 감독을 처벌받게 하겠다는 등 격한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 이후 감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 측의 설명이다. 피해선수의 구체적 문자 내용은 공개가 적절하지 않아 기사에 싣지 않기로 했다.

가해선수, 강간혐의 검찰 송치

피해선수 측의 주장에 따르면 A감독은 안내 문자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장애인체육회와 충북장애인육상연맹 관계자 및 A감독 본인 등의 발언을 통해서도 자체조사 등 적극적인 조치와 관련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감독이 성폭행 문제를 피해선수가 고민을 털어 놓기 일주일 전에도 이미 인지하고, 아무런 조치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은 25일 기자와의 통화 과정에서 A감독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26일 해당 가해선수와 함께 장애인육상 시합이 개최되고 있는 다른 지방의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이 선수는 피해 여자선수가 보내왔다는 “성폭행 사실을 체육회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자신에게 보여줬다는 게 A감독의 말이다.

이 문자에 대해 A감독은 “뭐 2년 동안...아무튼 그런 내용으로 보냈고”라며 “이제 신고할 거다. 체육회에 다 알릴 거다. 이런 내용이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어서 “남자선수가 인제 겁이 나니까. 저한테 그걸 잠깐 보여주긴 했어요." 그러면서 ”두 사람이 같은 아파트에 주거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제가 가해선수한테 얘기하지 않아도(않았어도) 신고할 거라고 (피해선수가) 먼저 (가해선수에게) 문자를 보내줬어요“라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A감독은 지난해 4월 26일 성폭행 사건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A감독은 피해자 측의 ‘2차 가해’라는 주장에 대해 “여자선수가 남자선수에게 성폭행 사실을 체육회에 알리겠다는 문자를 먼저 보냈다”는 것과 “같이 살아 왔다”고 강조한다는 점에서 “2차 피해가 아니다”라는 항변이다.

그러나 사건이 장애인체육회에 보고된 이후에도 전국체전 출전을 대비한 훈련 과정에서 가해선수를 피해선수가 있는 같은 훈련장에 데려와 마주치게 한 적도 있다는 게 선수 다수의 증언이다. 하지만 A감독은 "그동안 분리 조치해 왔고, 해당 선수는 징계로 등록이 안된 선수로 운동할 자격이 없는데 (훈련장에)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애인육상연맹 또한 뒷짐을 진 모습이다. 24일 육상연맹 관계자는 (사건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개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까지 무슨 파악을 하냐”면서 “선수 사생활까지 우리가 관여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훈련비 미지급도 논란

또한 “경기 역량과 결부될 수 있는 문제일 텐데”라는 반문에는 “일단은 소송 중인 상태고 경찰이나 검찰에서 뭐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상태라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어 “결과에 따라서 나중에 징계를 하든지 해야 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만약에 무혐의 나오면 선수 개인한테 치명상을 주는 거다”라고 부연했다.

해당 선수에 대한 조사나 면담은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진행보다는 (남자선수는) 개인적으로 물어봤는데 그런 일 없다고 하고, (여자선수는) 접촉도하기 어렵다”라며 “경찰이나 검찰에서 판단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응했다. 장애인체육회 또한 수사나 조사 기관의 결과에 따를 것이라는 같은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충북 경찰은 이미 지난해 10월 2일, 해당 사건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위반(장애인 강간)’ 죄명으로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로 송치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육상연맹과 장애인체육회는 해당 피의자 선수를 지난해 10월 19일~24일 6일 동안 울산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제42회 장애인체육대회에 정상 참가시켰다.

피해자인 해당 여자선수는 다른 문제로 인해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ID카드를 발급해주고도 울산 경기장 현장에서 쫓겨나가는 문제가 발생되기도 했다. 이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는 없지만 양손을 다 사용할 수 있어 선수단에 큰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ID카드를 갖고 체전 현장을 찾은 상태였다는 것. 하지만 익명의 민원 제기로 현장에서 출입금지 조치를 당했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A감독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게 참가 선수들의 증언이다.

체전 출전에 앞서 피해선수 가족은 “장애인체육회에 경찰이 혐의를 인정해 검찰로 송치했으니 출전을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를 위한 요청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피해선수 측은 경기장에서 쫓겨난 부분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6월경 방송사 취재가 시작되자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청주에 내려와서 조사해 가고는 이 또한 결과가 없다“고 원망했다. 피해선수 가족 등은 구체적 자료를 정리한 뒤 충북도 등 관련 기관의 소극적 대처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개최를 계획 중이다.

그런데 A감독은 전 감독인 B씨와 현 장애인육상선수인 C씨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현 감독인 자신을 비방해 손해 및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패소한 상태다. B감독은 2021년말까지 충북장애인 육상감독직을 5년간 역임하며 전국 우승을 이끈 인물이다. 현 A감독 자리였다.

감독‧선수 내홍에도 ‘뒷짐만’

B감독은 현재 모기업체의 장애인육상운동부 감독이며, C선수는 이 운동부의 주장이다. 세 사람 모두가 충북장애인육상의 중요 역할인 상황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피해선수도 B감독이 있는 기업 소속이다. 장애인체육회는 전현직 감독 간 대치 문제에 대해, 해결책 보다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A감독과 C선수는 체전 육상선수 등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해당 성폭력 문제 및 훈련비 미지급 문제 등과 관련한 격한 논쟁을 벌였다. 지난해 훈련비 미지급은 B감독이 이끄는 기업팀 선수들에 대한 것으로, A감독 측과의 부당함과 정당함의 부딪침이다. A감독은 C선수가 쓴 이 단톡방 글 내용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단톡방에는 장애인육상연맹 회장 등도 함께 들어 있었다.

육상연맹과 A감독은 해당 선수들이 훈련에 동참하지 않아 훈련비를 미지급, 반납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B감독은 자신의 팀 소속 도대표 선수들 지도는 자신이 하는 것으로 A감독과 지난해 1월 이야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장애인 특성상 직장과 이동 문제로 인해 개인훈련을 하면서 단체 훈련에 불참해도 훈련비는 당연히 찾아가서라도 지급해야 한다는 게 B감독의 설명이다. 훈련비는 훈련 기간 분기별 1인당 13만원 가량으로 식비 등을 실비 계산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감독은 “장애인 특성상 편의를 봐주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 꼭 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전 감독은 그렇게 했고, 저는 안했다고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맹에서 다 허락을 받고 이렇게 (예산을)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훈련에 불참한 선수에 대한 훈련비 미지급과 반납은 당연하다”고 A감독과 동일한 입장을 나타냈다.

훈련비와 별도로 한 선수는 특수 육상신발을 지난해 체육회가 감독을 통해 지급했지만 계속 전달받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그간의 과정을 확인해줬다. 이 또한 의도적인 부당 처우라는 해석이다.

한편, 일각에선 장애인체육회 고위 임원, 부서장, 감독 및 육상연맹 고위직 등이 특정 대학과 특정 고교 학맥으로 엮어져 충북장애인육상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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