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곳에서 나그네를 기다리는 포항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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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곳에서 나그네를 기다리는 포항역
  • 신용철 전문기자
  • 승인 2023.07.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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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 우주공간을 걷는 독특한 콘셉트 ‘스페이스워크’
동해안 최대 규모 죽도시장, 일본인가옥거리 등 가볼 만

신용철의 철길 따라-경북 포항역

KTX포항역과 역 스탬프. 사진=신용철
KTX포항역과 역 스탬프. 사진=신용철

독자들은 포항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대다수가 포스코(포항제철) 혹은 과메기 또는 고래고기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미래세대들에게는 아마도 스페이스워크라는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를 듯 싶다.

포항에 있는 환호공원의 명소화를 위해 건립한 조형물 스페이스워크는 27개월여 제작 기간 끝에 건립했다. 지금은 개장한 지 19개월 만에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갈 만큼 이제는 명실상부 포항의 랜드마크가 되어 가고 있다.

과거 여행패턴이 선의 여행이었다면 최근 여행트렌드는 점의 여행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느 한 곳의 여행지에 꽂히면 오직 그곳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방식이다. 필자도 중앙일간지 한 컷에 실린 스페이스워크 사진기사를 보고 뭐 이런 조형물이 다 있나!’ 생각하며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기 위해 포항으로 가는 KTX열차에 몸을 실었다.


114년 전 간이역으로 출발

 

예술 위, 구름 위를 걷는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만든 스페이스워크.
예술 위, 구름 위를 걷는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만든 스페이스워크.

포항역은 약 110여 년 전인 지난 1914년 포항시 북구 대흥동에서 간이역으로 출발해 1918년 협궤열차가 오가는 보통역으로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철길이 놓이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0여 년만인 2015년에 북구 흥해읍에 KTX포항역이 생기면서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열렸다.

금강산도 식후경. 오송역에서 1시간 30여 분만에 포항역에 도착하자마자 맛집을 찾았다. 한국철도공사 코레일 직원으로 일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대한민국 전국 방방곡곡 철길이 놓여있는 곳에는 코레일 직원들이 근무하기에 맛집을 찾을 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내 열린게시판 검색창에 포항맛집을 쳤더니 포항 출신 혹은 포항여행을 다녀왔거나 그곳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등 친절한 사우들이 이곳저곳 맛집을 알려준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너무 맛있어 발우공양을 실현한 독특한 메뉴 덮죽.
너무 맛있어 발우공양을 실현한 독특한 메뉴 덮죽.

친구들과 포항여행을 갔는데, 방송에 소개된 죽집을 가자고 하길래 여기까지 여행 와서 웬 죽집?’이라고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육두문자를 날리고 투덜대며 그곳엘 갔었는데, 너무 맛있어 발우공양까지 했다는 재미난 댓글을 보고 그곳을 찾아갔다.

덮죽이라는 독특한 메뉴였는데, 과연 추천해 준 대로 필자 또한 발우공양을 실현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다소 짠지라 혹 이곳을 찾아갈 독자들이 있다면 주문할 때 취향에 따라서 좀 싱겁게 해 달라고 주인장께 부탁하시길.


비가 내리면 걷는 체험 불가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바로 포항의 첫 여행목적지인 스페이스워크로 향했다. 독일의 세계적인 부부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우주선을 벗어나 우주를 유영하는 혹은 우주 공간을 걷는 것 같은 느낌으로, ‘예술 위, 구름 위를 걷는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스페이스워크 앞에서 내려다본 풍경.
스페이스워크 앞에서 내려다본 풍경.

철강의 도시답게 포스코가 투자한 스페이스워크는 탄소강과 스테인리스강이 계단 소재로 쓰였다. 중간에 놓인 360도 롤러코스터 구간을 제외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흐리고 비가 많이 내린지라 안전을 이유로 걷는 체험을 할 수 없었다.

계단에 올라가 포항의 도심과 푸른 바다를 한 눈으로 보며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을 비록 가질 수는 없었지만, 그곳이 언덕 위에 있는 곳이기에, 또 인근에 전망대가 있는지라 눈으로 대리만족해야 했다.

포항의 관광 킬러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페이스워크가 위치한 환호공원 주변에는 볼거리와 먹거리들로 한나절 관광하기에 충분했다. 환호공원 내에 위치한 포항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조금만 더 걸어가면 포항 해상스카이워크가 기다리고 있다.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긴 스카이워크로 포항 여남항 끝자락 끝자락에 위치해 기암절벽과 영일만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투명한 유리 바닥을 걸으면 말 그대로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1.2m의 해수풀은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이곳만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듯싶다. 밤이 되면 이곳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드는 영일대 너머 환하게 불 밝히고 있는 포스코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 영일대해수욕장 근처에 밀집해 있는 식당들은 대게를 비롯해 다양한 생선요리들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영일대 근처에서 바라본 야경.
영일대 근처에서 바라본 야경.

 

폐철도 부지에는 공원 조성


영일대 근처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오전 포항철길숲으로 향했다. 철도노동자로서 앞으로 철도덕후의 길을 가고 싶은 이에게 철길의 흔적이 있는 곳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이곳은 KTX포항역 이전으로 폐철도가 된 부지를 공원으로 재탄생시켜 도시숲을 조성했다. 수경시설인 벽천, 음악분수, 스틸아트 작품 등을 조성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KTX포항역 이전으로 폐철도가 된 부지를 공원으로 재탄생시켜 도시숲을 조성했다.
KTX포항역 이전으로 폐철도가 된 부지를 공원으로 재탄생시켜 도시숲을 조성했다.

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있는 곳이 하나 있는데, 지난 2017년 이곳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관정 굴착 중 200m 지점에서 나온 천연가스에 불꽃이 옮겨붙어 현재까지도 계속 타오르고 있는 이른바 불의 정원공간이다. 이 꺼지지 않는 불꽃은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들과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포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자 동해 최대 규모의 상설시장인 죽도시장을 구경하고 간단하게 요기한 뒤 포항 시내를 벗어나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를 방문했다. 수산자원이 풍부했던 구룡포는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들어와 어업, 선박업, 통조림 가공공장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집단 거주지를 형성했다.

그들의 부흥기가 가능했던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보존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당시의 가옥들을 복원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이곳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관을 만나게 되는데, 1920년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림집으로 지은 2층 일본식 목조 가옥이다. 건축 당시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운반해 건립했으며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어 창살과 난간 등 일본식 건물의 다양한 구조적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다.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으로 나와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들 찾고 있어 문화관광지로 부상하는 중이다.
일본인 가옥거리에 있는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한편 이곳의 거리는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2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으로 나와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들 찾고 있어 문화관광지로 부상하는 중이다.


해돋이 명소 상생의 손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까지 온지라 내친김에 좀 더 시간을 내서 국내 새해 해돋이의 대표적 상징지역이라 할 수 있는 호미곶까지 향했다. 호미곶의 상생의 손조형물은 밀레니엄 새천년에 새해 첫 해맞이를 기리는 상징물로 만들어졌으며 육지에선 왼손 바다에선 오른손이 마주 보며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를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상생의 손 조각물
해돋이 명소 상생의 손 조각물

상생의 손이 만들어진 취지처럼 그렇게 이 나라에 사는 모든 국민이 서로 돕고 존중하며 살면 좋겠건만 오늘날 이 나라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다. 상식과 소통의 세상은 여전히 요원한 것만 같아 한숨만 더욱 늘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은 많고 시간과 여건은 유한하기에 늘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여행을 마치고 오송역으로 돌아가는 길. 이 글을 주로 보게 될 충청지역의 독자들은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포항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포항지역에 사는 지역민들의 불편을 생각하게 됐다.

포항을 비롯한 진주·여수 방면 지역민들이 서울 강남(수서) 방면으로 가려면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 버스나 지하철·택시를 타고 이동하거나 대전이나 동대구역 등에서 SRT를 갈아타야 한다. 반대로 SRT가 있는 수서역에서 열차를 타고 포항이나 진주·여수 방면으로 가려면 SRT를 타고 오송이나 동대구역 등에서 KTX를 갈아타야 한다.

KTXSRT 모두 같은 선로를 쓰고 있고 코레일이 역 업무와 선로를 관리하고 있건만 소위 철도경쟁체제를 만든다는 명분 아래 SRT를 만들어 국민들만 고생 중이다. KTX가 수서로 운행할 수 있다면 간단히 끝나는 일을 국토부 철도 관피아들은 이마저도 말할 때마다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며 허락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이 나라에서 상식과 소통의 부재는 현재진행형이다.

●신용철

월간 ‘말’에 이어 ‘충청리뷰’, ‘제주신문’ 등에서 10여 년 동안 다양한 기자생활을 경험했다. 제주도에 꽂혀 7년 동안 자연과 벗하며 살다가 지금은 어쩌다 철도노동자의 길을 가고 있다. 이른바 ‘철도덕후’가 되고자 퇴직 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역을 방문하리라 계획하고 있으며, 먼 훗날 퇴직 후엔 전 세계로 기차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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