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충북희망원 ‘폐가 체험’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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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충북희망원 ‘폐가 체험’ 놀이터였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7.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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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동안 잠그지 않고 방치되자 유튜버 등 드나들어
7월 25일~28일에도 도시○○가 채널에 1~3편 업로드
충북도, 사유재산이지만 변호사 자문 거쳐 ‘잠금‘ 결정

2020년 시설 폐쇄에 이어 20231월 전 법인대표가 법정 구속된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희망원이 그동안 모든 시설이 잠기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이고,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실은 폐건물을 뒤지며 영상을 찍는 유튜버가 희망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을 본 Q씨가 청주 흥덕경찰서와 청주시, 충북도청 등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충북도는 변호사 자문을 거쳐 728, 희망원 건물 잠금을 긴급히 결정했다.

폐쇄된 희망원이 잠기지 않은 채 방치돼 폐가체험 놀이터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대구의 한 시민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폐쇄된 희망원이 잠기지 않은 채 방치돼 폐가체험 놀이터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대구의 한 시민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충청리뷰에도 제보 전화를 걸어온 Q씨는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으며, 2021년 국가 보안 시설인 부산 영도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원에서 흉가 체험영상을 찍어 공개한 유튜버와 무속인을 신고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폐쇄된 뒤 방치됐던 부산 국과수에서 영상을 찍은 유튜버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 무속인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Q씨는 제보 전화에서 “725, 유튜버 도시○○가 올린 희망원 영상을 보고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어 관련 기관에 잇달아 신고했고, 경찰 등이 해당 유튜버를 고발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알려왔다.

유튜버 ‘도시○○가’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폐보육원 탐험’이라는 제목으로 1~3부까지 모두 세 편의 영상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쳐
유튜버 ‘도시○○가’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폐보육원 탐험’이라는 제목으로 1~3부까지 모두 세 편의 영상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상의 길이는 편당 11분 내외로 총 35분 분량이다. 구독자가 1만 명 남짓한 도시○○채널에는 약 120편의 영상이 올려져 있는데 모두 폐건물 내부를 탐사하듯 찍은 것들이다.

도시○○가 찍은 희망원 영상 도입부에는 이미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건물 입구에 남겨놓은 흔적들이 나온다. 그동안 폐가 체험 놀이터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사무실과 생활 시설에 서류나 속옷을 포함한 옷가지, 가전제품, 가구, 심지어는 식료품까지 하나도 치워지거나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유튜버는 잠기지 않은 시설 곳곳을 누비고, 들추며 영상을 찍었다.

영상에는 아이들이 생활했던 시설과 사무실의 자료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상에는 아이들이 생활했던 시설과 사무실의 자료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충북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이틀 전(26) 경찰과 함께 현장에 갔으나 경찰의 권고로 사유재산인 시설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지는 못했다사유재산이긴 하지만 지도감독에 대한 책임이 도에 있는 만큼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28일 경찰 입회하에 시설을 잠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보자 Q씨는 영상을 본 뒤 관련 기사 등을 통해 희망원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운 일들을 알게 됐다해당 유튜버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가구는 물론 속옷을 포함한 옷가지들도 그대로 남아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사진=화면 갈무리
가전제품, 가구는 물론 속옷을 포함한 옷가지들도 그대로 남아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사진=화면 갈무리

폐쇄된 충북희망원에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여 동안 10여 건이 넘는 아동학대 및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청주시는 20203월 충북희망원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충북도도 시설 폐쇄조치로 목적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5월 충북희망원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아직 법인은 해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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