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버스, 현실에 맞게 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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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버스, 현실에 맞게 하면 안 되나요?
  • 이소연 충청리뷰 독자권익위원
  • 승인 2023.08.02 08: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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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면 지역 35일의 기록…청주시에 문의합니다
5일장 등에 맞춰진 벽지 노인들 “짐도 실어야지”
호출 불가 정기노선도 10인승 배차 ‘콩나물시루’

콜버스 관찰기- 문의합니다

청주시가 전국 최초로 읍면 지역에 수요응답형 콜버스를 도입했단다. 오송읍은 이미 정식운행에 들어갔으며, 현재 현도면가덕면문의면에도 13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청주 콜버스의 우수한 운영방법이 국내외 지역에 많이 도입돼 대중교통 취약지역이 모두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보도자료도 배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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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어린이와 버스를 타러 갔더니 노현리 마을회관 벽에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청주 콜버스, 버스를 직접 불러 편안하게 이동하세요.” 열 살 어린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르신들은 힘드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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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왜 안 오냐는 마을의 아우성이 문의면 노현리에 사는 내게도 들려왔다. 이장님은 병원 가야 하는 어르신들 태워 들락날락하느라 일상이 마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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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콜버스, 도입 성공사례로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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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면 청주콜버스 관련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심의회가 개최되었고 이 바쁜 농사철에 문의면 행정복지센터 대회의실에는 주민 200여 명이 모였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고 종전의 공영버스 재운행을 촉구했다. 이어 진행된 2차 회의에서 문의면장, 대중교통과장, 주무팀장, 주무관은 각 마을 이장과 함께 건의 사항을 토대로 검토하여 안을 만들어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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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유실되어 통제된 도로를 확인하러 들른 묘암리, 마동리에서는 개선되지 않은 버스 탑승의 불편함을 여전히 호소하셨다. 도로가 통제되었던 6일 동안(15~20)은 그 버스마저도 마을로 들어올 수 없어서 8개 마을 주민들은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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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의 장날이다. 아침 810분에 마동 1리 종점에서는 문의 5일장이 서는 문의 종점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고 했다. 그 버스를 타려고 8시에 나갔더니 10인승 청주형 콜버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이미 만원이었다. 마동리, 미암리는 주민들의 요구로 콜버스 대신에 시간에 맞춰 공영버스를 배차하기로 했는데, 예전의 25인승이 아닌 수요응답형 콜버스를 배차한 것이다. 콜버스는 원래 15인승인데 카드체크기 공간과 주민안전 등을 고려해 10인승으로 개조했다.

입석형이 아니기에 손잡이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 좁은 통로에 서서 의자에 살짝 기대어 중심을 잡았고 버스는 출발했다.

- 첫 번째 정류장

장에 내다 팔려고 손수 농사지은 농산물들이 든 보자기 꾸러미가 경운기에 실려 있다. 의자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의 발 앞과 기사 옆으로 짐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좁은 통로 안으로 몸을 밀어 넣어 두 분이 더 타셨다. 같이 앉자며 4석인 맨 뒷줄엔 다섯 분이 앉았다.

- 묘암리 정류장

! 여섯 분이 버스를 기다리신다. 앉을 자리는커녕 서 있을 자리도 마땅찮다. 그래도 일이 있어 꼭 나가야 한다는 어르신은 버스비 투입구 옆으로 간신히 걸터앉으시고 몸이 힘들어 도저히 이 버스를 타고 갈 자신이 없다는 어르신은 냈던 버스비를 돌려받았다. 이 마을의 주민분께 기사님이 연락하신다. 버스를 못 탄 어르신이 있는데 혹시 태워다 줄 수 있냐고. 결국, 두 분은 버스를 타지 못하고 버스는 출발했다. 나오셨는지 나오시기를 포기하셨는지 모르겠다.

- 두 배를 태우고

이렇게 타도되나 싶을 정도로 가득 찬 버스이지만 정해진 버스 노선대로 마을 곳곳을 들러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마다 한 분씩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이거 탈 수 있겠냐며 손사래를 치시다가 그래도 나가야 한다며 몸을 밀어 넣으셨다. 그렇게 노선대로 마을을 들러 승객을 태우고 나니 청주콜 버스 10인승에는 기사님 포함 스무 명이 타고 있었다. 위험한 건지 다행인 건지 버스가 흔들려도 몸은 서로 끼여서 적당히 흔들리며 꼬부랑길을 달린다.

- 드디어 종점에 도착

오전 9, 면 소재지인 문의 종점까지는 꼬박 50분이 걸렸다. 50분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다 내리시니 내리시는데도 소리가 난다. “아이고야, 아이고야.” 갈 길을 바로 못 가시고 정류장 보도블럭 바닥에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신다. 40대인 나도 아침부터 진을 다 뺀 느낌인데 나보다 40년 더 사용한 몸으로 이 버스를 타고 온 어르신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머릿속에 남는 생각

2023101일 청주시 시내버스 노선은 전면 개편된다. 콜버스라 불리는 수요응답형 버스 도입과 함께 해당 시스템이 가닿지 않는 문의면의 오지마을에는 운행시간마저 단축된 정기운행을 기존의 버스 대신 10인용 콜버스가 담당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설계라고 한다. 하지만 10인용 콜버스는 현재 주민의 삶을 태우기엔 공간이 너무 좁다.

효율적이지 않아도 농촌에서는 여전히 안전한 먹거리가 생산되고 있다. 시골버스는 그 먹거리의 운송수단이고 종점에서 종점을 오가는 동안 나오는 동안 마을의 온갖 생사 소식을 실어 나르는 숨 쉬는 수다방이다. 도시의 시선으로 미래를 예상하여 설계한 농촌의 버스 노선은 현재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시범 운행 기간인 지금도 숨이 막힌다고 아우성치니 말이다.

나는 오지마을의 어르신들이 말하는 차편도 좋은, 운이 좋게 콜버스 시스템이 닿는 마을에 산다. 2023101일 버스개편이 확정되고 나면 청주시내와 연결해 주던 기존의 고정노선은 폐지되고 승하차시간 예상이 불가능한 콜버스만 남는다.

우리 마을에는 현재 중학생 2, 고등학생 2명이 살고 있고 우리 아이도 2025년이 되면 중학생이 된다. 시내버스가 없으면 부모님이 통학을 시켜주거나 진학을 위해서는 청주로 나가야 한다. 나는 마을에서 반기는 귀촌을 했지만 다른 젊은 친구들에게 귀촌을 권할 수가 없다. 농촌의 미래도 이렇게 늙어갈 수밖에. 그렇게 청주콜버스는 농촌의 현재와 미래를 싣고 떠나가 버릴 채비를 한다.


구시렁구시렁, 다들 한마디씩


-이렇게 많이 타도 되는 거예요?

원칙적으로는 10명만 태워야죠.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아침 시간에는 출발하는 마동 1리에서 6~7분이 타세요. 많이 탈 때는 오늘처럼 10. 그런데 사람이 탈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짐을 실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이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7~80대 노인분들이세요. 이분들에게 버스는 농사지은 것을 장날 내다 팔고, 판 돈으로 반찬거리를 사서 다시 돌아오는 교환역할을 하는 수단이거든요. 그런데 그 농산물을 실을 자리가 아예 없어요. 보행 보조기는 엄두도 못 내죠.

교통과에 얘기하면 대중교통은 사람이 타는 용도이지 짐을 싣는 용도가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와요. 행정을 법 테두리 안에서만 하겠다는 논리죠. 그게 도시에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시골의 차 없는 노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되죠. 여기 이분들의 삶인데 그 삶을 살지 말라는 거 아니겠어요? (버스 운전기사)


- 이장님, 중간에서 힘드시죠?

마을 이장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었어요. 마을마다 콜버스가 다 된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콜버스가 되면 현재 다니는 버스도 있고 급할 때 부를 수 있는 콜버스도 있으니까 편해진다고 설득을 했지요. 그런데 통보도 없이 노현, 괴곡, 구룡 거기까지만 콜버스가 운행되더라고요.

이제 8월 지나면 이런 고추 보따리가 엄청 많아요. 노인네들 이걸 바라보고 1년 내내 땀 흘려가며 농사를 지어요. 이 작은 버스에 고추, 마늘을 어떻게 싣고 나오겠어요. 이거 못 싣고 나오면 문의장이 설 수 있겠어요? 시장의 존폐가 시골버스에 달린 거예요.

지금 하는 정책은 농촌 말살 정책이지요. 버스 타시는 분들이 거의 70~80대 분들이예요. 그분들이 농사를 짓지 다른 사람들이 농사짓나요. 그분들은 차가 없잖아요.

공무원들은 현실을 잘 몰라요. 알면서도 그깟 몇 동네 안 되는 거 하며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요. 시 관계자들과 마을 이장이 같이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고 정작 개선이 필요한 마을들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요. 장날만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공영버스를 넣어 달라고 교통정책과에 전화했더니 답이 없대요. (마동1리 이장)


-어르신들은, 어떠셔요?

노현, 구룡, 산덕은 차편도 좋은 편이여. 그런데 그런 곳에는 콜버스가 다니게 하고 여기는 콜버스도 운행이 안 되면서 이런 차를 줬어. 이건 여기 어울리는 차가 아니여.

그리고 문의에서 들어오는 910분차, 그게 중요한 차인데 그건 또 없애버렸어.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여. 암만 얘기하면 뭐햐. 안 와봤으니 모르는 겨. 지금은 그냥 옛날처럼 돌아가기만 해도 좋겠어. 타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거면 차비를 올려서 받으면 되잖어. 사람 탈 데도 없고 짐 실을 데도 없고. 사람만 타고 다니면 뭐햐. 짐을 싣고 나가서 팔아야 세금도 내고, 먹고 살지. (마동리, 묘암리 어르신)


- 젊은 주민도 할 말이 많아요.

콜버스 도입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불편하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귀가 어두워서 통화가 불가능한 분들도 많아요. 자식들 전화번호도 단축번호 1, 2번으로 전화하시는 분들에게 앱을 다운 받으라고 하지 않나. 전화를 해서 안내 멘트를 들으라고 해요. 내가 전화를 해도 아홉 시가 넘어야 전화를 받고 통화량이 많아서 통화 불가하니까 대기하라는 안내 멘트가 나와요. 간신히 통화가 연결되어도 버스 오는 시간은 마냥 기다려야만 해요.

콜택시는 내 목적에 의해서 부르는 거니까 목적지까지 바로 가지만 버스는 다른 동네에서도 콜이 오면 순차적으로 들러서 와야 하니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노선대로 운행이 되면 시간이 일정하니까 시간을 예상하고 다닐 수 있지만 콜버스는 오는 시간도, 도착 시간도 예측이 불가능 해요. (마동리 50대 주민)


●이글을 쓴 이소연 충청리뷰 독자권익위원은 문의면에 귀촌해 활동하는 로컬크리에이터로, 독립서점 내안에 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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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2023-08-16 15:11:07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 우리말가꿈이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언어 감시단이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사 등에서 발견한 오탈자를 수정 요청드리는 활동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궁시렁'이라는 표현을 보게 되었는데 '구시렁'이 옳은 표현이라고 합니다. 댓글을 보게 되신다면 앞으로는 올바른 표현을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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