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鳥瞰)…오송 참사, 뒤바뀐 공사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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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鳥瞰)…오송 참사, 뒤바뀐 공사순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8.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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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7월 16일 인터넷판 “미호강 넓히려다 다리밑 터져”
다리 연결부에 진출입로 있었던 기존 제방 ‘상판 밑으로’
8월 1일, 금호건설 등 시공‧감리업체 5곳 전격 압수수색

검찰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관련 수사가 초기에는 경찰을 표적으로 삼다가 8월에 들어서면서 건설사와 감리업체 등을 겨냥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호천교 확장공사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연장공사가 참사의 선행 요인이라는 판단(본보 716일 보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장공사를 진행하면서 길어진 다리의 경사도를 따라 상판이 낮아졌고, 임시 제방의 높이도 함께 낮아졌기 때문이다. 연장공사를 위해 제방을 허문 것은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이 됐다.

하늘에서 보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사고의 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참사 현장. 드론 촬영=김재원. 그래픽: 김해민
드론으로 촬영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참사 현장. 드론 촬영=김재원. 그래픽: 김해민

먼저 번은 왕복 2차선으로 아스팔트가 깔린 기존 제방이다. 이 제방이 무너지거나 넘친 적은 없다. 하지만 미호천교 밑의 하천 폭이 하류보다 좁아 하천 병목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제방을 번의 위치로 300m 정도 밀어내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번은 기존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고, 제방 밀어내기로 다리 길이도 360m에서 710m로 연장공사를 동시에 진행 중인 다리와 도로다. 이 다리 옆 양쪽으로는 공사 기간에 각각 청주와 오송 방향으로 하천을 건널 수 있도록 임시다리를 놓았다.

이 모든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다리 밑 번 구간의 제방을 헐었으며, 2년 동안 화물차 등 장비가 이 구간으로 통행했다. 이번 수해 직전 홍수에 대비해 이 부분에 임시 제방을 쌓았으나 상판보다 낮고 허술했다.

714일부터 청주 일원에 500mm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715일 새벽 미호천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단. 오전 630분에는 계획 홍수위에 도달했고, 약한 고리인 임시 제방 쪽으로 물이 넘기 시작했다. 결국, 임시 제방으로 쏟아진 물은 번 일대 농경지에 가득 차서 거대한 물바가지가 됐다. 이 농경지 바로 옆은 청주국제공항에서 세종시로 가는 도로다.

농경지에 고여있던 6t의 물은 오전 845분쯤 허술한 논둑과 밭둑을 무너뜨리며 순식간에 번 궁평2지하차도 터널 685m 구간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하차도는 눈 깜빡할 사이에 물에 잠겼고, 이 구간을 지나던 차량 열일곱 대도 물살에 휩쓸렸다. 그렇게 열네 명이 숨지고, 열 명이 다쳤다.


공사내용 변경 여부 확인해야

 

미호천교 확장공사와 동시에 연장공사를 하면서 기존 제방을 임의로 헐어낸 것이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연장공사로 상판의 기울기가 변하면서 임시제방은 기존보다 1.6m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이재표 기자
미호천교 확장공사와 동시에 연장공사를 하면서 기존 제방을 임의로 헐어낸 것이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연장공사로 상판의 기울기가 변하면서 임시제방은 기존보다 1.6m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이재표 기자

검찰수사본부는 81일 오전부터 금호건설 본사와 지역업체 I건설 등 시공업체 두 곳, 감리업체 세 곳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미호천교 제방의 시공을 맡은 두 개 업체와 감리업체 세 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제방 부실조성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향후 조사는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에서 밝힌 대로 공사 발주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금호건설 등이 하천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자연제방을 무단 철거한 이유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리뷰는 참사 다음 날인 716일 인터넷판에서 행복청이 미호천 다리 확장공사와 함께 연장공사를 하면서 제방을 헌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호천교 밑의 하천 폭은 320m인 반면, 하류 쪽은 700m까지 넓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물흐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하천 폭을 620m로 넓히기로 했고 그러다 보니 제방도 뒤로 밀어내는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었다는 내용이다. 하천 폭을 계획대로 넓히게 되면 미호천교는 기존 360m에서 약 두 배인 710m로 길어진다.

토목공사업체를 운영했던 Q씨는 하천 폭을 넓히기 위해 제방을 뒤로 밀어내는 공사였다면 그 전에 상판을 높여서 다리 연장공사를 먼저 끝내는 게 순서다. 아니면 제방을 옮길 위치에 먼저 옮겨 놓은 뒤에 기존 제방을 헐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Q씨는 연장공사를 진행하면서 다리의 경사도를 따라 상판이 낮아졌고, 임시 제방의 높이도 함께 낮아졌다면서 연장공사를 위해 먼저 기존 제방을 허문 것이 어처구니없게도 결정적인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2021년 공사 이전의 미호천교. 다리 양쪽의 제방(2차선 아스팔트길)은 다리 상판과 같은 높이로, 진출이 가능했다.
2021년 공사 이전의 미호천교. 다리 양쪽의 제방(2차선 아스팔트길)은 다리 상판과 같은 높이로, 진출이 가능했다.

미호천교는 기존 4차선 다리를 활용해 6차선으로 넓히는 공사와 다리 길이를 연장하는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리 양옆으로 각각 시내 방향과 오송 방향의 임시 다리를 놓은 상태다. 이 다리를 놓기 전에는 2차선 아스팔트 도로인 기존 제방이 다리에 진출입할 수 있도록 놓여있었다. 제방과 다리 상판의 높이가 같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임시 제방은 다리 상판 밑으로 1.6m나 낮게 쌓은 상태다.

20218월부터 약 2년 예정이던 이 공사의 전체적인 공사 기간이 연장된 것인지 아닌지는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행복청은 세종시로 가는 미호천교(미호강교)와 연결도로를 왕복 6차로로 확장하는 이 공사를 752억 원을 들여 발주했다.


오송파출소에 때아닌 격려 화환도

초기수사 경찰 표적에 직장협 명의 40여 개 진열

 

초기수사가 경찰을 표적으로 삼자, 한때 오송파출소 앞에는 전국의 경찰 직장협의회에서 보낸 격려화환 40여 개가 놓이기도 했다. 사진=이재표 기자
초기수사가 경찰을 표적으로 삼자, 한때 오송파출소 앞에는 전국의 경찰 직장협의회에서 보낸 격려화환 40여 개가 놓이기도 했다. 사진=이재표 기자

검찰은 812차 압수수색에 앞서서 724일부터 사흘 동안 충북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다섯 개 기관을 압수수색 했다. 1차 압수수색의 초점은 경찰에 맞춰졌다. 참사 직전 여러 경로로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책임을 경찰에 물으려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청리뷰가 입수한 당시 압수수색영장(유효기간 730)에는 범죄사실에 ‘1. 충청북도경찰청 소속 피의자들의 주의의무 위반을 먼저 서술하고 나머지 기관과 업체 등을 ‘2. 공범들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묶어 경찰을 표적으로 삼았다.

특히 피해자들의 사망 발생과 관련해 경찰의 공전자기록등위작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112 지령을 내리지도 않고 이를 허위로 입력했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첫 압수수색영장에 19번까지 피의자 기재란을 만들었으나 오송파출소 소속 경찰관 네 명 등 경찰관 여섯 명만 이름을 적고 나머지는 모두 성명불상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경찰이 표적이 된 1차 압수수색영장. 1번에 피의자로 경찰들을, 2번에는 다른 모든 기관과 기업을 다 묶어서 공범으로 적시했다.
경찰이 표적이 된 1차 압수수색영장. 1번에 피의자로 경찰들을, 2번에는 다른 모든 기관과 기업을 다 묶어서 공범으로 적시했다.

경찰은 723, 순찰차의 블랙박스 영상까지 공개하며, 대응에 일부 오류는 있었지만 사실관계를 조작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726일에는 순찰차를 운행했던 오송파출소에 전국의 경찰 직장협의회 명의로 힘내십시오라는 화환 40여 개가 도착해, 건물 앞에 놓이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열네 명이 숨지고 열 명이 다치는 참사를 빚은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는 내부 지적에 따라 이틀 뒤 모두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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