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 정확히, 총선용 정쟁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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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처벌 정확히, 총선용 정쟁 그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8.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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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여야 ‘장군 멍군’, 둘로 갈라진 충북
충북도민들 "정쟁은 싫지만 책임자 처벌은 확실하게 해야"

 

충북도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이 충북도청 정문 쪽에 내건 현수막
충북도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이 충북도청 정문 쪽에 내건 현수막

 

충북 괴산군 청천면 발전협의회가 충북도청 정문 쪽에 내건 현수막
충북 괴산군 청천면 발전협의회가 충북도청 정문 쪽에 내건 현수막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 이후 민주당 충북도당과 국민의힘 충북도당 간 브레이크없는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도당은 연일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을 공격하고 있고, 국민의힘 도당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충북도민들은 참사마저 ‘장군 멍군’하며 싸우는 정치권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다. 국민의힘은 무조건 자당 도지사와 청주시장을 감싸고 도는 게 문제이고, 민주당은 일부 정치인들의 낯내기가 심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상한 현수막 등장
 

한동안 충북도청 주변에는 ‘오송 중대시민재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민주당·정의당 등의 야당과 충북 시민사회단체, 각종 노조 등이 걸었다. 오송 참사 때 14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는가 하면 오송 일대는 큰 수해 피해를 입었다.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경찰 등이 매뉴얼대로만 대처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게 당시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겉으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척하며, 뒤로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태에 도민들이 분통 터질 지경이다. 사법당국이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결과를 정해놓고 처벌기준을 제시하는 현수막으로 여론몰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기다렸다는 듯 도청 주변에 ‘이웃의 아픔이 당신의 기쁨인가? 도정 태클하는 정쟁은 이제 그만’ ‘전임 도지사가 확정한 사업을 현 도지사가 사업시행하는 게 무슨 잘못인가’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앞은 청천면 발전협의회, 뒤는 청천면 주민자치위원회 이름으로 걸렸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은 김영환 지사가 오랫동안 살아 제2의 고향같은 곳이다. 실제 이들이 자신들의 소재지를 떠나 충북도청 정문 옆에 걸었는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이름만 빌린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지난 5일 청주시 흥덕구에는 ‘재난을 정쟁에 이용하는 정치권의 행태 지긋지긋하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런데 여기에는 주최측 이름도 없다. 항간의 비판여론을 뒤집기 위한 여론호도용이 아닌가 의심된다. 이름도 없는 현수막을 본 청주시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도의회 민주당은 지난 7월 31일 오송참사 관련한 특위 구성과 행정사무조사 실시를 도의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오송참사 검찰수사가 진행중이고 피해지원과 재발방지대책에 집중한다며 하지 않기로 했다. 행정사무조사를 하려면 재적의원 1/3 이상의 발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도의회는 국민의힘 28명, 민주당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부터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청주시의회 민주당은 지난 3일 시의회에 똑같은 요구를 했다. 벌써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시의회는 이에 대해 답이 없다. 그렇지만 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라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시의회는 국민의힘 22명, 민주당 19명, 무소속이 1명이다.
 

국무조정실 결정 ‘불만’
 

지난 7일에는 민주당 충북도당 청년위원회가 충북의 정상화와 도민의 안전을 위해 김 지사 사퇴를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자 국민의힘 도당 청년위원회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공세 중단하라며 맞섰다. 이어 김영환지사 주민소환 준비위원회는 주민소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주민소환은 행정처분이나 결정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지자체장을 주민투표를 통해 해임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한편 오송참사 이후 그동안 민주당 충북도당은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의 책임감있는 재난대응을 촉구한다(7.17), 김 지사는 망언에 석고대죄하라(7.20), 김 지사는 도민 생명보다 본인 당이 우선인가(7.25), 수사를 받아야 할 책임자는 김 지사다(7.31) 등의 논평 및 성명을 냈다.

반면 국민의힘 도당은 희생자 애도 빙자한 정치선동 현수막에 도민들은 분노한다(7.28), 참사에 민주당만 신났다는 풍문 아니길 바란다(8.2), 민주당이 참사를 정쟁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8.3) 등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충북지역은 둘로 갈라졌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되풀이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양 당의 정쟁은 사사건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무조정실은 감찰 결과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청주시 부시장, 청주흥덕경찰서장, 당시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 등 5명에 대한 경질 등 인사조치를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인사권자에게 건의·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있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서 선출직들에게는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관계없이 오송참사 책임자 처벌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도민 대다수 의견이다. 그것이 재발방지 대책이라는 것이다. 대신 총선용 정쟁도 없어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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