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LH 카르텔 해체, 허언 전망 깨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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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LH 카르텔 해체, 허언 전망 깨지길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8.0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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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수도권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가 ‘LH 이권 카르텔’의 광범위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A업체는 LH 임원으로 퇴직한 인사를 5개월 만에 대표로 기용한 뒤 이번 철근 누락이 밝혀진 아파트 단지 15곳 중 감리 3곳, 설계 1곳을 맡았다.

해당 인사는 이직 취업 심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H 상임이사 이상 취업제한 신고 대상 업체 기준인 ‘자본금 10억 원과 거래액 100억 원’ 이상 동시 제한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최근 5년간 LH 감리 수주 1위 업체도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다.

이런 견제(?) 장치 틈을 만들어 LH 퇴직 임원들의 이권 개입을 유도한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이렇다 보니 퇴직자가 출자한 신생 감리업체 B사는 설립 4년 만에 LH에서 160억 원대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목상인 취업제한 규정을 만들어 국민을 속여 ‘LH 이권 카르텔’을 굳건히 한 것이다. 철근 누락 15개 단지 공사 참여 업체 중 설계 9개와 감리 11개 업체가 LH 출신 인사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드러났다. 건축업계는 문제가 드러난 설계 감리뿐 아니라 구조, 기계, 전기 분야 등 외주업체 전 분야에 LH 출신이 포진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LH 사태의 근본 원인인 이권 카르텔을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지시했다. LH는 이후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는 등 긴장하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H 사장은 “매년 수백 명씩 퇴직하는데,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건설사, 설계사, 감리사뿐”이라고 고백에 가까운 해명을 했다. 건설업계 전관예우를 자백한 셈이다. 이는 비대해진 LH가 건설업계 비리와 비효율의 원인임을 자인한 꼴이기도 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건설분야의 이권 카르텔 퇴치를 약속했다. 원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로서 건설분야의 이권 카르텔을 뿌리뽑겠다”며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철저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LH 전관 문제를 포함해서 제기되는 이권 카르텔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다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인사 및 법적 불이익 조치뿐만 아니라 더 깊은 조사를 위해 공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사 고발 조치해서 LH 안팎에 민간건설사를 둘러싼 총체적 부실 카르텔을 정면 겨냥하고 끝까지 팔 생각”이라고까지 했다.

전 정부의 LH 개혁 약속보다 더욱 굳건해 보이지만 솔직히 국민들은 반신반의일 것이다. LH 이권 카르텔을 해체하려면 LH 분리 또는 해체까지 염두에 둬야 할 판이다. 과연 끝까지 실행할지 지켜보겠다. 윤 대통령이나 원 장관의 말도 허언이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깨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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