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을콘서트, 우리도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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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을콘서트, 우리도 한번 해보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8.1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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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주하우스콘서트 공동대표 박미경 충북오페라단장, 권오성 지앤지보석 대표, 김향숙 충북대 명예교수
청주하우스콘서트 10주년 맞이 ‘썸머뮤직페스티벌’개최
‘뭉치면 된다’음악을 사랑한 이들이 벌인 유쾌한 도전기
매월 넷째주 목요일 7시 30분, 동부창고 34동에서 공연

음악과 어우러진 인생의 특별한 기억과 장면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내하는 이들이 있다. 청주하우스콘서트의 무대는 이미 100회를 훌쩍 넘겼다. 음악애호가들이 모여 지난 10년 동안 클래식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를 기획했다. 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실력 있는 국내외 수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섰다. 지금은 연주자를 일부러 초청하지 않아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을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청주하우스콘서트의 운영진이자 공동대표는 박미경 충북오페라단장, 권오성 지앤지보석 대표, 김향숙 충북대 명예교수다. 이들의 공통점은 음악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음악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듬뿍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 인생의 팔할은 청주하우스콘서트다.

김향숙 명예교수는 “20여 년 전 마케도니아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9세기경 지어진 자그마한 동방정교회 성당에서 여름음악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공간을 꽉 채운 훌륭한 연주도 좋았지만 관객들이 이웃이자 친구니 음악회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어요. 이토록 아름다운 일상의 장면을 청주에서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박미경 단장 또한 영국 유학시절 작은 규모의 콘서트 무대에 자주 서기도 했고, 관람도 많이 했어요. 언젠가 지역에서 이러한 무대를 꼭 기획하고 싶었어요라며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권오성 대표는 “2011년 독일에서 1년 정도 있으면서 유럽의 주변 지역을 많이 여행했는데 그 때 작은 공간에서 열린 콘서트를 장르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이 봤어요. 길을 걸을 때마다 전봇대에 붙은 포스터를 유심히 보고, 공연장을 찾아갔죠. 그 때 기억이 너무 강렬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청주하우스콘서트 공동대표인 사진왼쪽부터 권오성 지앤지보석 대표, 김향숙 명예교수, 박미경 충북오페라단장.
청주하우스콘서트 공동대표인 사진왼쪽부터 권오성 지앤지보석 대표, 김향숙 명예교수, 박미경 충북오페라단장.

 

음악으로 꿈꾼 세계

 

원래 이들 셋은 25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지역에 살면서 서로 아는 사이였던 이들은 음악이 끼어들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그래서 이들은 어느 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바로 일을 벌였다.

김향숙 명예교수는 마침 서울에 기반을 둔 더하우스콘서트10주년을 맞아 100회 공연을 전국에 동시에 열려고 하는 데 청주 쪽 공연장을 알아봐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충북문화관 다다미방에서 공연을 열게 됐죠. 20137월이었어요. 그 후 바로 두 달 뒤 셋이 뭉쳐 청주하우스콘서트첫 무대를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열어요. 대단한 실행력이죠(?)”라며 크게 웃었다.

주변인들은 청주하우스콘서트를 몇 번 하고 나면 운영진들이 지쳐서 그만둘꺼라고 했다는 것. 하지만 세 명의 강철 여인들은 난관을 뚫고 역사를 만들어냈다. 권오성 대표는 초창기에는 공연장소도 마땅치 않아 여러 곳을 옮겨 다녔어요. 그랜드피아노가 없으면 대여를 했고요. 피아노가 있는 곳을 쫓아다니기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처음엔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공연을 열다가 개신동 가배시광 커피숍, 충북문화예술인회관 따비홀등을 거쳐 20158월부터 청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동부창고 34동에 터를 잡았다.

청주하우스콘서트는 월1회 공연을 연다. 매월 넷째주 목요일 오후 730. 특별히 여름 휴가 시즌엔 썸머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한다. 올해는 822, 23, 25일엔 오후 730, 26일엔 오후 4시에 열린다. 썸머뮤직페스티벌은 2018년부터 기획했다. 모든 공연 입장료는 2만원이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나아갔다

 

이번 썸머뮤직페스티벌의 첫 무대는 영 아티스트 갈라로 준비했다. 10주년 기념 특별공연이다. 영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는 3주년이 되던 2016년에 시작했다. 청주 출신의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 연주자들에게 생애최초 독주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취지다. 고향의 청중 앞에서 독주무대를 경험한 영아티스트들은 국내외 유수의 콩쿨에 입상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는 최아현 첼리스트, 지인호 피아니스트, 지현호 바이올리니스트, 장윤지 비올리스트가 모여 피아노 사중주를 연주한다.

김향숙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청주하우스콘서트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관객이 약 1200명이에요. 매번 공연이 열릴 때마다 공연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요. 이중 5~10% 정도가 공연에 오죠. 그 외에도 페이스북, 카카오톡채널,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주하우스콘서트를 홍보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은 정년퇴직 후 시간이 많고 컴퓨터에 능해 회원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어요. 문의 전화도 많이 받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청주하우스콘서트 1회 공연 당시 모습.
청주하우스콘서트 1회 공연 당시 모습.
지난 6월에 열린 ‘POS Trio’공연 모습
지난 6월에 열린 ‘POS Trio’공연 모습
지난 7월에 영아티스트 공연무대에 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정현 양의 무대.
지난 7월에 영아티스트 공연무대에 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정현 양의 무대.

 

이들은 처음부터 무료공연을 지양하고 관객은 소정의 공연관람료를 내고 연주자에게는 반드시 개런티를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것이 지난 10년을 버텨온 힘이기도 했다. 일부러 공적자금을 받지 않은 것도 순수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롯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나눌 수 있는 경험과 에너지를 기금을 받으면 정산 등 공적 절차로 빼앗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는 충북문화재단이 메세나 사업을 추진해 평소 친분이 있던 법무법인 하윤의 대표가 후원을 해줬고, 그 금액만큼 충북도의 지원을 받았다. 11 매칭사업이기 때문이다.

지금 청주하우스콘서트는 연회원(12회 공연 및 기획공연 참여 24만원)5년회원(100만원) 평생회원(500만원 이상) 등 후원회원이 약 70명이다. 권오성 대표는 특히 감사한 것은 초창기 아무런 대가나 보상도 없이 후원금을 쾌척해 주셨던 분들이라고 말한다.

 

대성로 122번길에 전용홀 오픈

 

권오성 대표는 청주지역 관객이 대다수이지만 청주하우스콘서트 무대가 좋아 일부러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기도 해요. 매번 보는 관객과는 눈인사를 나누죠. 관객은 50~60명 선이에요. 연주자와 관객이 같이 호흡하면서 무대를 즐겨요. 청주하우스콘서트 때문에 청주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블로그 글을 본 적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공연자 섭외는 세 명이 모여서 같이 한다. 공연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사전점검을 한다고 한다. 박미경 단장은 성악가는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는 한계가 있어요. 청주하우스콘서트를 통해 음악회를 기획하면서 음악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어요라고 말했다.

청주하우스콘서트는 분명 이 세 대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뒤흔들어놓았다. 당장 권오성 대표는 대성로 122번길(청주향교 가는 길)에 청주하우스콘서트 전용 연주홀 신축을 계획 중이다. 빠르면 내년 공사가 마무리된다. 100여명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문홀이다. 뿐만 아니라 김향숙 명예교수는 전용 홀 인근에 연주자들이 오면 숙박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열 계획이다. 할머니집이란 뜻의 오마하우스(OMAHOUSE)’를 향교길에 낸다. 오마하우스는 에어비엔비도 함께 운영한다. 이들은 청주향교 가는 길에서 한달 내내 콘서트가 열리는 을 꾼다. 유럽에서 본 마을콘서트를 이곳에서 벌이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이들의 강력한 실행력으로 봤을 땐 조만간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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