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정원도시, 도심 속 가로수 ‘그늘목’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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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정원도시, 도심 속 가로수 ‘그늘목’ 고민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8.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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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폭염일수…연구용역 통해 가로수 수종 변경 추진
충주시가 도심 은행나무 가로수 2000여 그루를 구름 모양으로 가지치기 한 모습.
충주시가 도심 은행나무 가로수를 구름 모양으로 가지치기 한 모습. 경관은 좋아 보여도 한여름 폭염 속에 그늘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원도시를 추구하는 충북 충주시가 매년 길어지는 폭염일수를 감안한 가로수 그늘목(녹음수) 식재에 고민이 깊다. 녹음수 식재는 대통령 공약 사업에 포함된 중부권 충주 국가정원 조성 사업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의 폭염일수는 2019년 26일, 2020년 28일, 2021년 37일, 2022년 41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 여름은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더 큰 불쾌지수를 느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에서 그늘목의 고마움과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산림청도 자료를 통해 녹원수로 이용할 수 있는 수종을 추천하기도 했다.

충주시는 수년전 그늘을 많이 제공하는 느티나무를 교차로 부근에 식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재 부지를 넓게 차지하는 특성으로 2차선 도로변이나 좁은 인도에 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더 이상 확대를 못하고 있다. 시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구름모양으로 가지치기해 ‘보기좋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한여름 폭염 속 그늘 제공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전국에서 그늘목으로 점점 선택이 많아지는 수종은 이팝나무와 대왕참나무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가로수를 담당하고 있는 충주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이팝나무는 병충해도 강하고 그늘도 많고 하얀 꽃으로도 인기가 좋다”면서도 “도심 좁은 도로변에는 키가 높아지면서 간판을 가리는 단점으로 민원의 소지가 많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이팝나무를 신연수동과 호암동에 가로수로 식재했는데 전정을 하면 부패균이 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우산형으로 자라는 특성으로 그늘목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대왕참나무에 대해서는 “추위와 병해에 강하지만 겨울에 잎이 지지않아 지저분한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도시바람길 숲에 다수 식재하면서 이 같은 특징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봄철에 자연적으로 잎갈이가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대왕참나무는 서울의 다수 구청에서 건널목 부근에 친환경 그늘목으로 가꿔 시민들에게 넓은 그늘을 제공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산림청도 녹음수로 가장 먼저 추천하고 있다.

충주시는 이번 추경예산으로 6억 원을 확보해 ‘공원 및 녹지 기본계획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추경 예산 신청을 한 상태”라며 “예산이 확보되면 1년 기간으로 용역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재 가로수와 공원 녹지대 쪽에 대해 전문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면 가로수를 교체하는 게 낫다든지, 어느 구간에 녹지가 부족하니까 더 확충하는 게 좋다든지 하는 안이 나오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는 구체적인 용역 과제를 제시해 전문가들의 판단을 구해 적절한 그늘목을 제공하는 등 경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실용적인 면에서도 이용 가치가 높은 식재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대왕참나무‧이팝나무 인기

하지만 도시숲 등과 관련한 조례 정비 및 시행규칙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주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 조례’에는 ‘4장 가로수 조성 및 관리’의 제19조(수종의 선정)가 있지만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조항을 찾기 어렵다. 또한 관련 시행 규칙이 없는 상태다. 정부의 ‘도시숲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산림청 자료에는 숲 및 가로수 등 녹지조성과 관련한 세부적인 자료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가로수+조성·+관리+매뉴얼(2022)’을 보면 다양한 수종 선정에 대한 상세 자료가 나온다. 충주시는 이러한 내용 등을 반영하고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관련 조례 시행규칙을 마련해 시행하면 좋을 듯하다. 전국의 6곳 시군에서 도시숲 조례 관련 시행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이 식재해 그늘목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왕참나무 가로수. /사진=마포구청 공식블로그.

한편, 서울 마포구는 2019년부터 폭염을 막는 친환경 대왕참나무를 길러 그늘목으로 이용하고 있다. 보행자가 많은 주요 지역 교통섬과 횡단보도 인근에 햇볕을 피하는 용도의 그늘목을 식재했다. 대왕참나무 그늘목은 나무줄기 자체가 넓게 퍼진 형태를 띠고 있어 특별한 별도의 장치가 없이도 그늘을 제공한다.

청주시도 올해 교통섬과 횡단보도 등 가로변에 '그늘나무'를 심었다. 상당구 용암동 횡단보도 가로변 등 6곳에 느티나무와 산철쭉, 수수꽃다리 등 12개 수종 3900여 그루의 관목 등을 식재했다. 시민들에게 횡단보도 신호 대기 중에 햇볕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해 주고, 녹지도 확충해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목적도 있다.

도시숲 시행규칙 필요성

충주시는 천막형 그늘막을 대신해 도심이미지에 맞는 스마트 ‘그늘막’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데 자연수를 이용한 ‘그늘목’ 설치가 시급하다. 정원도시에 어울리는 경관과 실용성을 겸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대왕참나무의 경우 교차로나 건널목 뿐 아니라 좁은 도로변 인도에 이어지는 가로수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팝 나무의 경우는 4차선 이상의 도로와 접한 넓은 인도에 가꾸면 간판을 가리는 문제와 결부되지 않을 것 같다.

앞서 시는 터미널 주변 등 주요교차로에 인공의 그늘막을 설치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 그늘막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기온·풍량 등 기후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확장되는 자동식 차양시설이다. 그렇지만 정원도시 면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19년 충주에선 관문인 중주내륙고속도로 충주나들목 인근 국도변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50여 그루와 무술공원 옆 메타세퀘어 나무 30여 그루 등이 잘려나가 문제가 됐다. 그 전해에 제천에선 도심 명물의 벚나무 가로수가 잘려나갔다. 인근 상가 신축 현장의 진입로 설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베어졌다. 일부에선 상인들이 간판을 대신해 설치한 현수막의 끈 및 교통 안내문구 설치를 위해 사용한 강력접착제 때문에 가로수가 앓거나 고사하기도 했다. 또한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농약을 조금씩 지속적으로 뿌려 고사시킨다는 의혹도 일었다.

정원도시화와 국가정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충주시가 “도심 가로수를 통해 충분한 그늘과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평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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