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근본 원인제공은 교량 다릿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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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근본 원인제공은 교량 다릿발”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8.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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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 병목 구간에 도로·철도·가설교량·가설도로 등 8개 설치돼 물 흐름 막아
촘촘하게 엮인 X-브레이싱은 ‘댐’ 구실···임시제방 양쪽에 톤백만 쌓았더라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미호강 임시제방 부실시공 등 관재(官災)가 빚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하폭이 좁은 미호강에 설치된 수많은 도로, 철도, 가설교량, 가설도로 기둥이 물의 흐름을 막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설교량 X-브레이싱에 걸려 있는 쓰레기가 참사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미호강 임시제방 부실시공 등 관재(官災)가 빚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하폭이 좁은 미호강에 설치된 수많은 도로, 철도, 가설교량, 가설도로 기둥이 물의 흐름을 막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설교량 X-브레이싱에 걸려 있는 쓰레기가 참사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 50일이 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고 원인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그 어느 하나 명쾌하게 해결된 게 없어 유족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고 원인이 미호강 임시제방 불법·부실 시공에다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더해져 빚어진 총체적 인재(人災), 관재(官災)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무조정실은 애초부터 사고의 근본 원인을 미호강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하게 쌓은 임시제방을 지목했다.

사고지점인 미호강 최소 하천 폭은 350m. 상류 400~500m, 하류 600~700m에 비해 폭이 매우 좁은 병목구간이다,

국토부는 미호강 하폭을 610m로 늘려 배수능력을 확장시킬 계획이었고 임시제방은 이에 맞춰 계획홍수위(29.01m)보다 낮은 28.78m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행복청은 100년 빈도 홍수량을 고려한 설계 기준 계획홍수위인 28.78m보다 0.96m 더 높은 29.74m로 시공했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기존 제방 높이인 31.45m보다 낮다. 사고 당일 미호강교 최고수위는 29.87m였다.

그렇지만 임시제방 붕괴가 오송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분명하나 관계 당국에서 미리 교통 통제에 나섰다면 오송 일대가 침수는 됐을지언정 14명의 목숨은 희생되지 않았다.

 

참사 더 큰 근본 원인 간과

 

당국과 언론이 이처럼 부실 임시제방을 오송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미호강을 횡단한 교량 구조물이다.

강폭이 급격하게 좁아지는 병목지점에 설치된 많은 교량 구조물이 강물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참사를 불러온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토목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호강과 병천천의 합수머리로부터 대략 330m 하류 지점에 기존 충북선 복선 철도 교량 2개가 있다. 또 충북선 개량공사에 따라 건설 중인 충북선 신설 교량이 공용되지는 않았지만 복선철도교량 1개가 더 설치돼 있다. 또 이 교량 100m 안쪽에 공용하지 않는 미호강교가 건설돼 있다.

그리고 철도교와 미호강교 아래로 도로를 연결시키는 하상도로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 차량의 우회소통을 위해 설치된 가설교량들이 철도교 1, 도로교 2개가 있으며 교량 빔(거더) 거치를 위해 하부에 가설도로가 설치돼 있다.

이 병목지점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최소 8개의 교량과 가도가 신설되는 미호강 교량과 우회 가설교량 사이로 건설된 임시제방이 수마에 붕괴돼 오송 참사의 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교각·가설교량 기둥도 책임?

 

미호강 철도교와 미호강 신설교량, 우회도로 가설교량들이 촘촘히 들어선 합수머리 하류인 이 병목구간에서 물의 적체는 시작됐다.

특히 임시 가설교량들은 교량의 경간(기둥과 기둥 사이)이 짧아 물의 흐름을 더디게 했다.

철도교를 만들기 위해 설치된 가설교량과 대체 우회도로 역할을 해온 미호강교 가설교량, 가설도로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통과하는 교각 사이로 단면적이 좁아 물의 적체를 가져왔다. , 물의 흐름을 늦춰 수위 상승을 가져와 하천 범람의 원인이 되고, 임시제방의 가장 약한 부분을 치고 나가 순식간에 지대가 낮은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잠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 하나, 이번 참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X-브레이싱이다. 가로보와 세로보를 연결하는 브레이싱(bracing)은 구조물을 보강하는 대각선 방향인 구조 부재(部材)를 말한다.

가설교량에 설치된 X-브레이싱은 너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물의 흐름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X-브레이싱에 폭우로 떠내려온 각종 나무, 비닐 등 쓰레기가 걸려 원활한 유수를 막았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교각과 기둥, 브레이싱이 역할을 해 사태를 키우는데 일조한 셈이다.

이름 밝히기를 원치 않는 한 토목 전문가는 하폭이 협소한 미호강과 기존 미호강 철교, 미호강 도로교량, 가설교량의 수많은 교각과 기둥은 물이 흐르는 하천유로 단면을 축소시켜 물의 적체를 가져왔다비정상적인 물의 흐름이 급변류를 가져와 물의 수위와 압력이 높아지고 유속이 낮아지다가 제방의 제일 약한 부분으로 흘러 와류(소용돌이)가 돼 제방을 세굴(바위나 토사가 씻겨 패는 일)시켜 붕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또 임시제방 공사는 단순한 토공작업처럼 근로자 6명이 삽 들고 작업하고, 굴삭기 한 대가 동원됐지만 처삼촌 벌초하듯 허술하게 시공했다. 다짐도 하지 않고 톤백도 제대로 쌓지 않았다톤백과 비닐천막, 굴삭기, 다짐로울러, 작업 인력 등을 사전에 준비해 제방의 제내지와 제외지 양쪽 호안을 톤백으로 철저히 쌓아놓고 시공을 했더라면 물이 넘치더라도 제방 붕괴를 막고 물의 흐름을 늦춰 충분한 대피시간이 확보돼 인적재난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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