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뉴스타파와 함께 ‘검찰 금고’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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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 뉴스타파와 함께 ‘검찰 금고’ 연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8.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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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뉴스민‧뉴스하다‧부산MBC 등 6개사 공동취재
대검‧중앙지검 外 전국 65개 청 예산 및 증빙 자료 수령‧분석
2년 6개월치 특활비 292억中 지역 내려온 80억원 우선 검토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광경이 아니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대검찰청이 쓴 특활비 등 예산 자료를 파란 박스에 담아 검찰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검찰 예산 공동취재단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광경이 아니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대검찰청이 쓴 특활비 등 예산 자료를 파란 박스에 담아 검찰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검찰 예산 공동취재단

충청리뷰가 뉴스타파를 주축으로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과 함께 꾸린 <검찰 예산 공동취재단>에 가세해 굳게 닫혀있던 검찰의 금고를 열기로 했다.

뉴스타파를 비롯해 세금도둑 잡아라 함께 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세 개 시민단체는 201911월부터 검찰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이하 특경비),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를 비롯해 집행 명세와 증빙자료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에 들어가 20234, 35개월 만에 승소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철저하게 감춰왔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등 예산 자료 16735장을 처음으로 받아내,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예산의 실체와 오남용 의혹을 5주 동안 기획시리즈로 보도했다. 특활비 검증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보존 연한 5년으로 있어야 할 집행 자료는 조직적으로 무단 폐기됐고, 회계 처리도 엉망진창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검찰 스스로 특활비 제도를 개선했다는 20179월 이후 집행 명세에서도 영수증 한 장 남아 있지 않아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는 무증빙지출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영수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글씨가 휘발되거나 복사상태가 불량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61%나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인 2017년 상반기의 특활비 74억 원은 집행기록이 통째로 사라졌다. 무단 폐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5년간 292억 원 가운데 156억 원이 정기 배분됐으며, 매달 정기적으로 받는 의문의 15인이 누군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시즌1 보도만으로도 공공기록물법과 국가재정법 위반은 물론 업무상횡령죄, 국고손실죄 등 범죄 혐의 의혹까지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시즌1 보도에서 그런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별다르게 조치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 핵심부에서 저지른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와 오남용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즌2 914일 시작 예정

 

스타파와 함께 공동취재단을 꾸린 참여사는 참여사는 충청리뷰(충북)와 경남도민일보, 뉴스민(대구‧경북), 뉴스하다(인천), 부산MBC다. 사진은 뉴스타 사옥. 사진=이재표 기자
스타파와 함께 공동취재단을 꾸린 참여사는 참여사는 충청리뷰(충북)와 경남도민일보, 뉴스민(대구‧경북), 뉴스하다(인천), 부산MBC다. 사진은 뉴스타 사옥. 사진=이재표 기자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7월부터 시즌2 준비에 들어갔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외에 전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 등 나머지 65개 검찰 조직에서 쓴 특활비와 특경비, 업추비도 함께 검증하기 위해서다. 대검과 중앙지검의 자료만으로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완벽하게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대법원 확정판결 닷새 뒤인 419, 전국 65개 검찰청에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특활비 공개 판례가 최초로 확립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승소한 123심의 판결문을 첨부해 사법부 결정대로 예산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은 무너졌다. 이로부터 4주 뒤인 517, 전국 65개 검찰청이 일제히 특활비 등 예산의 세부 집행정보와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세 가지 예산 항목과 함께 각각의 집행 명세와 카드 영수증, 현금수령증 등 지출 증빙자료까지다. 공개 기간은 20171월부터 최대 20234월까지다.

자료가 방대해 이를 받아내고, 기초 분석해 입력하는 과정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뉴스타파가 다섯 개 독립언론·공영방송과 함께 공동취재단을 꾸린 이유다. 참여사는 충청리뷰(충북)와 경남도민일보, 뉴스민(대구경북), 뉴스하다(인천), 부산MBC. 공동취재단은 7월 초 첫 모임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으며, 8월 초 참여를 결정한 충청리뷰는 826,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열린 2차 회의부터 본격 활동에 가세했다.

20175월부터 20199월까지 25개월간 검찰이 쓴 특활비 292억 원 중에 805000만 원은 전국 65개 지방검찰청에 내려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우선 이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공동취재단의 몫이다.


리뷰, 청주지검 등 4곳 맨투맨


공동취재단 보도를 총괄하는 박중석 뉴스타파 탐사1팀장은 권력 기관 감시를 위한 전국 단위의 공동취재단 구성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청리뷰는 96일 충주지청을 시작으로, 97일 청주지방검찰청, 914일 영동지청, 915일 제천지청 등 충북도내 네 개 기관의 예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정리가 덜 됐거나 빠진 자료를 추가로 받아내기도 한다. 731,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추가로 받은 것도 그 예다. 수령 자료는 201910월부터 20234월까지 대검이 쓴 특수활동비 집행 명세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20개월 동안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모두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금도둑 잡아라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도 국민의 감시를 받고 문제가 있으면 해명도 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의미로 파란색 압수 수색 박스에 자료를 받아왔다검찰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권력 집단인 것처럼 보여왔던 이미지를 깨고, 국민의 통제 아래에 두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수령 과정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취재단은 914일부터 시즌2 보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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