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 아니요, 남 탓’이라는 이범석 청주시장
상태바
‘내 탓 아니요, 남 탓’이라는 이범석 청주시장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9.06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송 참사가 발생한 지 55일이 됐다. 시민 14명이 숨졌지만 이는 청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하나 치밀한 행정이 미친 데가 없는, 그래서 인재(人災), 관재(官災) 논란을 일으키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시민분향소를 놓고도 그랬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난 1일 시 소유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에 설치됐던 분향소를 기습 철거해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그렇지만 유가족협의회와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 50여 명이 지난 4일 청주시청 현관 내부로 진입해 몸싸움 등 4시간 가까이 농성을 벌이자 그제서야 분향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진작에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이런 물리적 충돌까지 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게 아닌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유가족들은 올 것이 온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오송 참사를 바라보는 이범석 청주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봤기에 서운한 감정에 앞서 한편으론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서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이 시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오송 참사 이후 첫 공식 만남이었다. 하기야 오송 참사 현장을 단 한 번 들른 이 시장이고 보면 이번 첫 만남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 시장은 오송 참사 이후 시장으로서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다는 쓴소리를 들어 왔다.

비록 구설에 여러 차례 오르긴 했어도 김영환 지사는 달랐다고 유가족들은 말한다. 진정성은 다소 부족했을지라도 사과와 지원 노력을 수차례 밝히고 유가족들을 어루만져주려 노력한 것과 비교됐다.

유가족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실망시킨 것은 이 시장의 태도였다. 오송 참사가 청주에서 발생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청주시다.

이 시장은 만나자마자 이번 만남이 유가족의 요청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만난다는 선 긋기부터 한 것이다. 49재를 앞두고 대외 홍보용으로 유족들을 만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유가족들이 이 시장에게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듣는다는 것은 욕심에 불과했다.

이경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첫 만남에서 이범석 시장이 청주시장이 맞냐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청주시는 미호강 유지 보수 책임만 있을 뿐이지 책임은 충북도·행복청에 있다며 떠넘기기에 급급한 그가 과연 단체장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의 아픔에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청주시장, 모든 권한을 가졌지만 책임을 미루는 청주시장, 참사 앞에 무능한 청주시장의 모습에 유가족들은 실망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고 했다.

내 탓 아니요, 남 탓이라는 이범석 시장과는 더 이상 얘기할 가치를 못 느껴 유가족들은 1시간 반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