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로 본 인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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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로 본 인류의 역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9.0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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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개막, 10월 15일까지 문화제조창에서 45일간의 대장정
‘사물의 지도’주제로 57개국 251여명 작가(팀) 3000여점 전시
본전시 참여 작품 80%가 신작… 전시, 워크숍, 체험, 마켓 다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1일부터 1015일까지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세계 57개국 251작가팀의 작품 3000여점이 소개됐다.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 조직위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할 미래 지형도를 그렸다고 밝혔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횟수로 올해 24년이 됐다. 조직위는 “‘공예의 본질에 충실한 전시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자평했다.

 

문화제조창 전시장 풍경.
문화제조창 전시장 풍경.

 

조화의 손부터 사물의 지도까지공예의 서사

세기말,‘조화의 손(1999)’으로 자연의 숨결(2001)’을 빚기 시작해 공예의 가장 큰 미덕인 쓰임(2003)’으로 세계의 시선을 청주로 유혹(2005)’하기 시작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깊고 느리게 그러나 꾸준한 호흡으로 창조적 진화(2007)’를 이루며 인류와의 만남을 찾아서(2009)’ 탐험을 멈추지 않았고, ‘유용지물(2011)’을 넘어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2013)’으로 삶과의 확장과 공존(2015)’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에 품다(2017)’가 꺼내놓은 미래와 꿈의 공예(2019)’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공생의 도구(2021)’가 되었다.

 

양유완 작가의 작품 
아리 바유아지 작가의 작품
아리 바유아지 작가의 작품

 

축제의 서막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의 총 상금 14300만원이었다. 역대급 규모로 치러졌다.

기획분야인 공예도시랩에서 영예의 대상은, UVV(김남정, 안희진, 이지성, 최은지)취약한 도시가 차지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친절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공예적인 대안을 내놓는다.

대상작 ‘The wishes(소원들)’을 작업한 고혜정 작가는 무려 3,000여개에 달하는 민들레 꽃씨 모양 금속 유닛을 이어붙이는 반복적이면서도 수행적인 작업으로 넉넉한 형태의 항아리를 빚어 올렸다. 고 작가는 매 순간 매초 마다 불어넣은 간절한 소망과 소원들이 금속임에도 온기를 품게 한 원동력이라며 자연의 온기를 머금은 나의 작업이 관람객에게 치유의 시간과 더 나은 삶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작품공모 부분 대상에는 6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고, 각 분야 대상을 비롯한 총 103점의 작품이 비엔날레 기간 동안 관람객을 만난다.

 

올해 초대국가관은 '스페인'이었다.
올해 초대국가관은 '스페인'이었다.

 

공예의 지형도를 탐험하는 여정 본전시

이번 비엔날레는 대지, 생명과 호흡하며 진화해온 사물들을 통해 공예의 지형도를 탐험하는 여정이 될 전망이다. ‘공예가 인간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천연자원의 남획에 일조해 오지는 않았을까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이번 비엔날레는 생명애Biophili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예정신이 다섯 가지 서사로 펼쳐진다. 특히 80%에 달하는 본전시 참여작가들이 신작을 내놓았다는 점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위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1.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땅에 묻힌 금속의 변색된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작가 아디 토크부터 원시 식물의 풍경을 테라코타로 빚는 김명진, 도자 넝쿨과 풀꽃으로 정원을 구축하는 작가 다카하시 하루키까지, 국적도 작품세계도 모두 다르지만 첫 번째 서사에 함께한 작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지와 호흡하고 마주하는 관찰자들이라는 점이다. 이 땅위에 살아가며 마주치는 모든 생명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그 시간을 통해 우러나온 경외심. 어쩌면 이 작가들이야말로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이 아닐까.

 

#2. 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공예는 인류의 태초부터 함께 해 온 장르지만 대대로 이어진 가업과 지역, 문명권마다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되었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돼 왔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로병사, 그리고 의식주와 가장 밀접한 예술이기에 공예는 전통과 현대를 잇고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3. ,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방식과 기술들

30kg의 은을 오로지 두드림만으로 단조한 원시적인 작업부터 수학적 규칙의 아름다움을 3D도자로 구현해낸 작품까지 극과 극의 제작방식과 기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세 번째 서사의 특이점은 기록이라는 문명을 만들어낸 연금술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장부터 벼루장, 활자장, 필장과 배첩장까지, ‘직지라는 인류가 창조해낸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태동한 청주의 공예적 DNA에 관한 헌사의 공간을 마련했다.

 

#4.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

산업 폐기물로만 치부되던 구리 조각과 덩어리를 아름다운 가구와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스튜디오 더스댓, 버려진 플라스틱 로프와 어망을 수집해 지역의 직공들과 협업해 타피스트리로 제작하는 아리 바유아지, 해진 옷과 버려지는 사물을 수선해 정서적인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실리아 핌, 동물 실험 반대와 친환경 캠페인을 실천하는 기업 러쉬LUSH’까지 선보인다.

 

#5.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

공예가들의 올바른 생태적 실천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 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청주에서 나고 자랐고, 또 생을 다한 팽나무로 제작된 유르겐 베이 작가의 벤치부터 죽은 생명체를 표본화해 맑고 투영한 유리 속에 오래도록 살게 한 양유완 작가의 작품까지, 공예는 인간과 자연, 사물을 사랑으로 잇고 새로운 생명사랑의 그물망을 만드는 사물의 지도.

강재영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주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 1층에 들어서면서부터 처음 마주하게 되는 류종대 작가의 디지털 크래프트 작품부터 엄청난 스케일로 시선을 압도하는 황란 작가의 대형 섬유작품을 지나 마지막에 만나게 될 오마스페이스의 몰입적인 음향 공예작품까지, 본전시장의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자 추천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부터 어린이 관객까지 모두에게 ‘YES!’- 열린 비엔날레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첫 비엔날레답게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 열린 비엔날레를 지향한다. 국내외 공예 관련 석학들의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7개국 13작가팀이 진행하는 국제공예워크숍부터 어린 시절 공예비엔날레를 보며 자란 일명 비엔날레 키즈들이 구현한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에서 조물조물 두둥 탁!’ 공예를 체험하는 어린이 비엔날레까지 선보인다. 전시, 공연, 마켓, 워크숍과 토크콘서트가 지루할 틈 없이 릴레이로 펼쳐지는 어마어마 페스티벌도 마련된다.

 

슬기로운 공예비엔날레 생활 AI 오디오 가이드, 도슨트
 

사물의 지도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처럼 전시장내 주요 작품과 작가의 작업세계를 친절하고도 세세하게 안내해주는 AI 오디오 가이드는 리플릿과 가이드북에서 언제 어디서든 QR코드로 접속할 수 있다. 본전시와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전 등 대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답변해주는 대화형 인공지능(GPT) 서비스는 문화제조창 본관 3층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문적인 전시 가이드와 함께 깊이 있게 비엔날레를 돌아보고 싶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매일 10, 11, 14, 15, 16시 총 5차례 사전예약으로 운영하며 회당 20명까지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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