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지원예산 0원, 지역 책문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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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지원예산 0원, 지역 책문화 위기다.
  • 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23.09.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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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표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기준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예산 11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문체부는 서점 개별 지원에서 업계 전반의 공동 지원체제를 구조화했다며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125000만 원 포함, 오히려 지역서점 지원예산이 151000만 원으로 증액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런 정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현 정부가 소위 이권 카르텔이라 부르며 정부 보조금 사업을 전격 중단, 축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당장 내년부터 전국 지역서점에서 진행되던 750여 개 문화프로그램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서점을 지역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해왔던 서점인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동시에 그동안 서점을 통해 책문화를 향유 해온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정부는 올해 3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동네마다 슬리퍼를 신고 즐기는 문화생활 ‘15분 문화슬세권을 조성하겠다고 했고 그 하나로 지역중소형 서점에 문화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점을 비롯한 동네 문화공간을 확충해 지역 경쟁력과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해놓고서 정작 지역서점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어이없는 정책을 세운 것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역서점 문화활동지원사업, 심야책방,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 문화가 있는 날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사업 등 그동안 이어져 온 서점 지원사업은 소액이나마 서점이 지역에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마중물 기능을 해왔다.

사업마다 예산 규모는 다르지만 보통 1년 일정에 작게는 몇십만 원부터 최대 몇백만 원까지 서점주에게 돌아가는 인건비 하나 없이 실비 정산해 국가 정산시스템에 따라 성실히 처리해왔고 결과보고서 및 정산서 작성하느라 고생해왔는데 여기에 무슨 이권 카르텔이 있을 수 있는지, 지역에서 직접 책방을 운영해오는 사람으로서 정부의 이런 결정에 실로 개탄스럽다.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동네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책방들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독서모임을 꾸렸고 매달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해나가면서 이제는 서점이 생활문화시설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과거처럼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각종 강연과 교육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인문 정신 확산에도 한몫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외국의 경우 이미 서점은 지역을 거점으로 해 주민 생활문화공간이 되었고 우리도 이제 그런 단계에 정착화되어가는 시기에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가 발표되어 매우 유감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실질적인 지역서점 지원이 이뤄져야 함에도 오히려 서점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는 현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책문화 종사자들을 이권 카르텔 프레임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출판, 서점,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예산이 계속해 삭감되는 것을 보면서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싶을 정도다. 설사 아무리 정권에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국민들의 지식 접근과 알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정치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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