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이 기후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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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교통이 기후정의다
  •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 승인 2023.09.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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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어느 책에선가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바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승용차를 혼자 운전해서 이동한다고 했을 때, 몸무게 100kg이 넘지 않는 사람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그보다 10배 이상이나 무거운 자동차를 움직여야 하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묻고 있었다.

자신의 두 다리로 스스로 이동하거나 몸무게보다 가벼운 자전거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에 대비하면, 그 비합리성은 극적으로 부각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 중에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한쪽에서 제로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비윤리적으로까지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당장 코웃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걷기와 자전거로 먼 거리, 예를 들어 서울과 대전 사이를 단시간에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제기될 일이다. 맞다. 먼 거리를 걷기와 자전거를 이용해서 가자고는 할 수 없다. 그럼 도시 안의 이동처럼, 가까운 거리에도 불가능한 일일까?

도시 내 출근, 통학, 쇼핑, 병원 방문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동에 승용차를 이용하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할 수 없다. 게다가 함께 이용하는 자동차, 즉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나 홀로 승용차 이용의 비합리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파리에서 시작된 ‘15분 도시실험은 많은 상상력을 준다. 오해는 말자. 도시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초고속 교통수단으로 15분 만에 돌파한다는 이야긴 아니다. 어느 부산시장 출마자는 그런 의미로 ‘20분 도시를 공약하기도 했다.

‘15분 도시의 핵심은 도시 내 승용차 이용을 어렵게 그리고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시 내 자동차 속도 제한을 강화하고(시속 30km), 도심 주차장을 줄여나가며, 자동차 도로를 자전거 도로로 전환한다. 그럴 뿐만 아니라 주거지 인근에, 학교, 병원, 상가, 관공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과 상점을 위치시켜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자는 거다. 기후위기에 맞서 도시를 어떻게 바꿀지 토론하는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다.

그래도 도시 내 그리고 도시 간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나 홀로 승용차 이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대다수에게 가장 필요한 대안은 버스와 철도,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저렴하고 안전하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데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그런 원칙을 되새기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고속철도를 KTXSRT로 일부러 쪼개고 경쟁시키면서 철도 공공성을 약화하려는 시도에 맞서기 위한 파업이다. 알짜 노선을 SRT로 돌리면서 서민의 발인 무궁화 노선의 적자를 메꿔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교차보조 구조를 망가뜨렸다. 이를 바로잡고 녹색철도이자 평등철도인 공공철도를 강화하려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시민들이 지지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

여기에다 사업자의 이익만 보장해주는 반면 버스의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은 현행 버스 준공영제의 개혁도 중요하다. 사업자들은 버스 노선을 사유재산처럼 간주하면서 현금 출금기처럼 사용하고 있을 뿐, 시민 불편의 원인인 꼬불꼬불 노선과 중복 노선은 개선하지 않는다.

필요한 지역에 버스 노선을 제공하지 않으며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은 없애고 있다. 비도시 지역의 교통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흥시처럼 사업자가 제공하지 않는 버스 노선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례처럼, 지자체가 공공교통을 확대하는데 나서야 할 일이다. 그럴수록 승용차 이용은 줄어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이제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지역에서 교통과 도시를 어떻게 바꿀지 이야기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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