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이 죄수복 같아 입기가 찝찝해요”
상태바
“색상이 죄수복 같아 입기가 찝찝해요”
  • 김영이 기자
  • 승인 2023.09.14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란색에서 청록색으로 바뀐 민방위복 바라보는 눈 ‘불편’
'노란색=안전’ 의미하는 데 왜 바꾸나, 자비로 구입 ‘불만’

 

뒤죽박죽···정부가 민방위복 색상을 바꾸었으나 착용률이 크게 저조해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22일 충북도에서 있은 을지연습 일일 상황보고회
뒤죽박죽···정부가 민방위복 색상을 바꾸었으나 착용률이 크게 저조해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22일 충북도에서 있은 을지연습 일일 상황보고회

 

노란색은 곧 안전을 의미하는데, 멀쩡한 옷을 놔두고 바꾸라니 말이 막힙니다. 그것도 자비로 구입해야 하니...”

요즘 신형 민방위복을 바라보는 공무원들 마음이 편치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작스럽게 바뀐 민방위복 때문이다.

노란색은 일반적으로 안전을 의미한다. 스쿨버스가 노란색인 게 말해준다.

노란색은 시인성(視認性·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이 좋다. 멀리서 잘 보이고 밤에도 눈에 잘 들어오는 색상이다. 도로의 중앙선, 신호등의 점멸색상, 어린이 우비 색상 등이 그래서 노란색이다.

미국은 1939년 노란색 스쿨버스를 도입했고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노란색 스쿨버스를 지정했다. 어린이가 타는 스쿨버스, 학원차량, 어린이집 차량 등은 의무적으로 노란색으로 도색하도록 했다.

민방위복이 노란색인 것도 시인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2005년 민방위대 창설 때부터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하필 바꿨다는 색상이 글쎄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9월 민방위 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민방위복 색상을 노란색에서 청록색으로 바꾸었다. 이어 지난 88일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하면서 청록색 민방위복을 확정했다.

그리고 민방위 표지장을 변경하고 왼쪽 가슴에 붙이도록 했다. 옷 오른쪽 팔엔 태극기 표지장을, 왼팔엔 소속기관 명칭 표지장을 부착하게 했다.

정부는 기능개선 필요성에 따라 민방위복을 바꿨다고 한다. 방수성, 내구성과 방수, 난연 기능이 강화됐고 활동성, 통기성이 좋게 디자인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새 민방위복을 바라보는 공무원이나 국민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색이 잘 보이고 1년에 몇 번 입지 않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노란색 민방위복을 두세 벌 갖고 있는데 갑자기 바꾼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솔직히 말해 바뀐 민방위복 색상이 죄수복 같기도 해 입기가 찝찝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기결수는 청록색 수의를 입는다. 경찰 제복과도 색상이 비슷해 구별이 잘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공무원은 비상시엔 눈에 잘 띄는 제복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기껏 바꿨다는 게 저런 색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오겜 운동복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있다.

 

기존 민방위복(왼쪽)과 신형 민방위복
기존 민방위복(왼쪽)과 신형 민방위복

 

두꺼워 땀 범벅...착용 ‘3.7%’

 

옷이 두꺼워 땀으로 범벅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올여름 신형 민방위복을 입고 을지연습에 참가한 공무원들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바꿨다는 게 기존 민방위복보다 두꺼워 실용성에서 크게 떨어졌다고 했다.

민방위복 착용 대상은 제복을 입는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을 제외한 전체 공무원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민방위대원을 합치면 수십만 명에 달한다.

더 큰 불만은 바뀐 민방위복을 개인 돈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행안부는 혼용방침을 정했지만 기존 민방위복을 마냥 입는 게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달 21일부터 34일 동안 전국적으로 실시된 을지훈련을 앞두고 충북도가 도내 공무원을 대상으로 파악한 신형 민방위복 구매 현황을 보면 충북도 216, 청주시 25, 충북도립대 3, 청주시(의회 48 포함) 271, 진천군 25명 등 515명에 불과하다.

충북도··군 전체 공무원(소방 제외) 13769명의 3.7%만이 민방위복을 구입했다는 얘기다.

민방위복 단가도 45000원부터 79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정부는 을지훈련을 앞두고 각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들에게 신형 민방위복을 구입해 제공했다.

갑작스레 민방위복을 바꾼 것에 대해 누군가 뒤에서 제작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바꾸려고 했는데 탄핵이 되면서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한 공무원은 어떤 이유로든 민방위복 색상을 바꾼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비상 재난 시 잘 보이는 제복을 입고 역할을 구분해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뜬금없이 색상을 바꿔 혼란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기존 민방위복과 혼용이 불가피해 통일성이 결여되고 뒤죽박죽 모습을 피하기 어려워 비상 재난 대응 분위기가 산만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