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달리는 자전거처럼
상태바
내 힘으로 달리는 자전거처럼
  • 류정환 시인
  • 승인 2023.09.20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리뷰 창간 멤버가 서른 살 충청리뷰에게

나는 한때 예비군이었다. 그 전에 현역이었음은 물론이다. 전역을 하고 몇 년은 해마다 동원예비군으로 부르고, 그 다음 몇 년은 일반예비군으로, 그다음엔 잊을 만하면 민방위라고 불러서 생사를 확인하더니 언제부턴가 연락도 없다. 진짜 잊고 살다가 한순간 서글펐던 적이 있다. , 나는 이제 끝났구나, 용도 폐기된 자원이로구나, 재활용될 가능성은 없구나, 깨닫고는 이내 홀가분해졌다.

군대 얘기냐고? 그렇다. 군대 얘기이기도 하고, 충청리뷰 얘기이기도 하다. 내가 충청리뷰 창간에 관여했다는 건 창사 15주년에 즈음해서 기고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어제의 용사로서 편집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달려가 손을 보태는 예비군 노릇을 한동안 했던 것도 얘기한 거로 기억한다. 그리고 피차 한참 잊었고, 연락도 없더니 30주년이 됐다고 호출을 하니 감개무량하다.

30년이라니! 한세월 멀미가 난다는 말을 15주년 때 써버렸으니 이제 뭐라고 말해야 하나. 우선 축하 좀 하자. 그 세월을 견디며 정론 직필의 의지를 지켜 온 충청리뷰와 그 가족들에게 축하와 위로를 전한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시절이지만 그래도 언론하면 우리 지역에서 나는 먼저 충청리뷰를 떠올린다.

사실 충청리뷰가 창간 때 세운 뜻은 엄청난 게 아니다. 언론사라면 으레 하는 말인데,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애썼다는 게 오히려 특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권력과의 전선(戰線)도 벅찬데 자본에 대한 경계도 늦출 수 없고, 뭔가 느슨해졌다고 판단될 때마다 스스로 혁신안을 세우고 새로워지기 위해 조이고 몸부림치며 고군분투한 시간을 가늠하자니 단내가 맡아진다.

역사란 아()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일갈한 단재의 문장에 나는 격하게 공감한다. 그것이 어찌 나라와 나라의 관계뿐이겠는가. 기업이나 기관단체도 그렇고, 심지어 개인도 그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천변만화하는 비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시나브로 역사의 무대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

세상이 또 격변해서 낡은 형식이 돼 버린 종이 신문을 붙들고 생존해야 하는 형편은 보기에 딱한 것이다. 물론 그걸 몰라서 미련을 못 버리는 건 아닐 것이다. 하여간 고백하자면, 기사의 탄력성이나 지면의 진부함을 보다 못해 나는 몇 년 전부터 냉담자가 되었고, 최근의 지면 쇄신을 지켜보는 중이다.

나는 요즘 자전거를 즐겨 탄다. 틈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 도로를 달리거나 산길 혹은 들길을 어슬렁거리는 일은 여간 상쾌한 게 아니어서, 자전거가 몸에도 좋은 운동이지만 정신건강에 더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자전거의 장점 중에서도 구르는 바퀴 위에 앉아 노면의 상태와 주변의 동태(動態)를 살피고 대응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점, 오롯이 나의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참 좋다. 충청리뷰도 그랬으면 좋겠다. 자력(自力)으로 씽씽 신나게 달리면서 예리한 균형감각으로 세상일을 살피고 기록함으로써 독자들의 심신을 시원하게 하는 충청리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