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 ‘금강’전문 비롯한 대형작품 11점 전시
도암 박수훈 서예가의 8번째 전시회가 9월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2층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서예’의 틀을 벗어나 ‘미술’의 영역까지 확장된 모습을 보여줬다.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전시기법을 선보였다. 10만자 분량의 방대한 글씨뿐만 아니라 돌과 나무에 홍범도, 신채호 등 애국지사의 얼굴을 새겼다. ‘직지의 재해석’ 작품 외에도 대한독립만세 전문 등을 전시했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나눈 한글편지 글을 전시한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 서예가는 “10여 년 전 이황과 기대승 선생이 나눈 한글편지를 엮은 책을 보게 됐다. 책을 읽어가듯이 화선지에 글자로 옮겼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많은 걸 느꼈다. 스무살이 넘는 나이 차에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했다. 기대승이 잘못된 모습을 지적할 때 이황이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념이 달라 극단으로 치닫는 현재의 모습을 반추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둘의 ‘소통’을 기록하면서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길 바랐다는 것. 또한 그는 애국지사들을 돌과 나무에 새겼다. 돌에 40명, 나무에 40명이다. 지역의 인물들도 새겼다. 단재 신채호, 김복진 조각가뿐만 아니라 왕철수 화백, 김배철 전 충북대총장, 시민운동의 대부 최병준 선생 등도 기록했다.
“글씨를 종이에 쓰는 것뿐만 아니라 나무와 돌에 새겼다. 소재만 바뀌었을 뿐 새기는 작업은 똑같다. 틈틈이 배우기도 했고, 독학도 했다.”
박 서예가는 내년이면 서예인생 50년을 맞이한다. 17세 때 서예에 입문했다. 지금도 서예 쓰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좋다고 말한다. “하루에 많이 쓸 때는 4000자 정도 쓴다. 글씨는 매번 다르게 쓸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글씨는 몸이 기억할 정도로 쓰면 스스로 나온다. 이럴 때까지 집중해서 쓰고 또 쓴다.”
지난 2021년 전시 이후 줄곧 이번 전시를 준비해왔다. 서예 전문 갤러리가 아닌 미술 갤러리를 택한 것도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평가받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신동엽 시인의 ‘금강’시 전문을 비롯한 11점의 대작들과 소품들이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