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제천시의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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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 날 없는 제천시의회 “어쩌나?”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3.09.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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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선거법 위반, 의원 간 협박에 자리싸움까지 갈수록 태산
종 사건사고와 여야 간 갈등으로 제천시의회에 바람잘 날이 없다. 왼쪽부터 이재신 부의장, 김수완, 이영순, 홍석용, 박영기 시의원.

 

소속 의원들의 음주운전과 선거법 위반, 당적 이탈 등으로 어수선한 제천시의회가 이번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등 연일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천시의회 여야 정당들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등 극한 갈등에 빠졌다.

지난 11일 열린 제천시의회 제327회 임시회에서는 상설로 전환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수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면 충돌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이정임 의장이 예결위 구성안을 임의로 작성해 직권 상정한 뒤 국민의힘 의원만으로 이를 가결한 데 대해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 8명만으로 구성된 예결위 구성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했다가 의도적으로 부결시켜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는 등 꼼수를 부렸다종전에는 예결위원장직을 돌아가며 맡았는데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독식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의 전제인 자기결정권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위원 구성에 양당 협의가 없었고, 당사자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 그 누구도 자기 의사에 반해 예결위원을 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예결위 구성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예결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다툼은 소속 의원 간 형사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 박영기 의원은 지난 14일 밤 부재중인 민주당 이재신 부의장 자택을 찾아 형님 다녀간다. 들어오는 즉시 연락 바람. 귀한 인연이 되자등의 문구를 적은 쪽지 위에 전지가위를 두고 가는 엽기적 행동을 벌였다.

이를 확인한 이 부의장은 박 의원이 자신을 상대로 사실상 협박을 한 것이라며 주거침입 및 협박 혐의로 박 의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지난달 829일에는 김수완 시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현장에서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김 의원이 속한 민주당 충북도당은 즉각 그에게 당원 자격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고,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도 곧 징계 수위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같은 당 소속 홍석용 의원이 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민주당 간판으로 3선에 오른 홍 의원이 갑자기 탈당 의사를 밝힌 속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당사자인 홍 의원은 시의회에 대한 지역위원회의 지나친 간섭을 탈당의 직접적 이유로 들고 있다. 그는 예결위원장 선출 파문에도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의원들을 압박하면서 정당 정치의 회의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3선에 이르도록 정치적 배경이 되어 준 소속 정당을 버린 홍 의원의 처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민의힘 이영순 의원이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선거구 유권자에게 2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원은 1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항소심 선고에서는 당선무효 기준인 100만 원을 훌쩍 넘긴 150만 원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형량이 아닌 법리를 중심으로 사건을 판단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의원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지 않는 한 재선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음주운전,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형 선고, 당적 이탈 등 제천시의원들의 도덕 불감증과 공적 판단력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다면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정당 간 다툼과 협박 논란은 시민을 대변해야 하는 시의회가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음을 보여주는 한심한 단면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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