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의 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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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의 갈 곳…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0.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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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 정우택 꺾을 대항마로, ‘청주상당’ 출마설 퍼져
가장 편한 곳은 ‘청주흥덕’…‘돌아갈 방법’ 찾는 中?
노 “결정된 것 없고 출마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치적 에너지는 소진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기 정치를 떠나 부름에 응답하는 정치인이 된 지 오래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치적 에너지는 소진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기 정치를 떠나 부름에 응답하는 정치인이 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중국 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치적 에너지를 소진하는 자리로만 돌았던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열세로 예상됐던 지난 충북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김영환 현 지사에게 16.39%p 차로 패배했다. 이쯤 되면 에너지 고갈 상태라고 봐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또 노영민 이름이 나온다. 2024년 총선에서 국회 부의장이자 5선인 정우택(국민의힘) 의원의 대항마로, 청주 상당에 출마하기를 바라는 민주당 내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청주 상당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후보군은 이강일 청주상당지역위원장, 김시진 청주상당청년정책위원장,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 이현웅 미래포럼 대표 등이다. 하지만 정치적 무게감으로 볼 때 노영민 전 실장의 등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노영민 전 실장의 자기 정치보다는 필요에 따라 불려 나가는 정치에 의욕이 생기겠냐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 멤버였던 노영민 전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출마를 준비했었고, 당시 이시종 지사의 암묵적 동의도 얻은 상태였다. 충북지사를 끝으로 이른바 노영민 사단라스트쇼를 준비했던 것.

하지만 사드 문제로 악화된 대중 관계를 풀라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주중대사로 떠난 것은 문고리 권력을 가까이 두지 않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도 깔린 것이었다. 비록 노영민의 계획은 빗나갔지만, 이장섭 전 보좌관은 청사진대로 정무부지사를 거쳐 지난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상식 비서관도 충북도의회에 입성했으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에 대통령을 보필할 비서실장을 맡게 될 때 노 전 실장은 측근들에게 그 자리가 가고 싶다고 가고,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자리냐고 말했다는 것이 당시 주변인의 전언이었다. 그런데 충북지사 낙선에 이어 또 청주상당 구원 등판이 마음에 내키겠느냐는 얘기다.


노영민은 지쳐있을 수도


노영민 전 실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총선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출마 여부는 물론이고, 그곳이 청주상당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전 실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개인적으로는 출마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노영민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Q씨의 말은 달랐다. Q씨는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이 또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위성 정당을 만들 테고, 민주당으로서는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청주상당에서 정우택 의원을 꺾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노영민의 쓰임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이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구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있다. 어디가 됐든 노영민 전 실장은 출마할 자리를 찾고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3선 지역구였던 청주흥덕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노영민 전 실장은 올해 들어 몇몇 문화계 인사들과 만나 의중을 떠보기도 하고 완곡하게 흥덕 출마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노영민 전 실장이 도종환 의원에게 자신(노영민)의 의사를 전달해 달라는 뉘앙스를 느꼈지만 실제로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노 전 실장은 3선 의원 시절 자신의 시집 출판기념회에 카드체크기까지 가져다 놓고, 이튿날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도 책을 팔았다가 논란이 되자,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봉투에 넣은 격려금을 받는 것보다 훨씬 투명한 방법임에도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한 셈이다.

비례대표 당선 이후 청주 흥덕에 둥지를 튼 도종환 의원과 노영민 사단의 불편한 관계는 심심찮게 노출되기도 했다.


흥덕구는 도종환으로 가자


Q씨는 노 전 실장의 흥덕행에 대해 손사레를 치며 반론을 폈다. Q씨는 거기(흥덕)는 도종환 의원으로도 이길 수 있는 곳이다. 만약에 노영민 전 실장이 청주흥덕에 나간다고 하면 나라도 말리겠다. 노영민 전 실장의 출마는 당의 명운을 위해서이기 때문이지 본인 의사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하나의 가설이 더 필요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이 적어도 청주 네 개 지역구에서 우위를 점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으로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굳이 노영민 전 실장이 등판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비공식이지만 의미심장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민주당 내 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이 824, 25일 공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국민의힘과 총선 구도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적어도 청주권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내 소식통은 비공표용 조사이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지역위원장에게만 해당하는 결과를 구두로 결과를 귀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청주권은 현 지역위원장들로도 승산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너 달 뒤의 정국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답답한 것은 자기 정치를 떠나 부름에 응답해온 노영민 전 실장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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