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경계에 선 기업들, 새로운 활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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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경계에 선 기업들, 새로운 활로 찾기
  • 조창완 전문기자
  • 승인 2023.10.0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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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판매 2016년의 5분의 1, 반도체도 출구 전략 시급
4,5년 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가치사슬 훼손
30년 뒤엔 한‧중 모두 ‘초초고령화’ 동병상련 잘 활용해야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했다. 사진=조창완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했다. 

사드로 무너진 중국에 코로나가 설상가상으로 작용했다. 중국 내 한국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도 같이 무너지고 있다. 거기에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뇌관은 여전히 위태롭다. 나올 수도,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나 기아의 지난해 실적은 대규모 흑자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20232분기 매출은 422497억원, 영업이익 42379억원, 당기순이익 334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매출은 17.4%, 영업이익은 42.2% 상승했다. 글로벌 판매도 15% 이상 성장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서만은 웃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드 전인 2015년만 해도 베이징 공장 하나로 110만대를 생산했다. 이후 상용차 기지인 쓰촨 공장과 충칭, 창저우 공장을 증설하고도 판매량은 급감했다. 2016114만대였던 판매량은 201778만대, 201879만대, 201965만대로 추락했고, 2022년 판매량은 256400대로 2016년의 5분의 1수준이었다.

결국 현대차는 모든 현지 공장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 이전만 해도 중국 내 영향이 없을 것으로 주장했던 언론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다행히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 개척과 시대 흐름을 맞춘 시장 장악을 통해 건실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자신감을 잃은 모양새다.


갈길 잃은 한국 반도체

 

베이징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베이징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반면에 향후 대중국 사업에서 가장 복잡한 곳은 반도체업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안과 우시에 50조원을 넘게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40%를 생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다롄과 우시에서 각각 전체 낸드플래시와 D램의 20%, 40%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고립전략을 시작하면서 중국 내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법 보조금 안전장치 규정은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늘리면 안된다. 1

6나노 이하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도 생산량을 10%이상 확장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지급한 보조금은 모두 회수한다. 미국 시장 진출이나 국가 전략을 생각할 때,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보조금 규제로 중국에서의 설비 시설을 더 확장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50조원짜리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화웨이가 자체 생산한 7나노 반도체칩을 이용한 메이트 60프로핸드폰을 출시한 것이다. 중국이 궁여지책이지만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한 만큼 자체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알 수 없다. 과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던 역사를 반도체에서만 예외가 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반도체는 그나마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성주 골프장 부지 제공으로 도마에 오른 롯데의 유통이나 부동산 사업은 모두 철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GVC 규모 감소, 인정해야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중 경제를 규정하는 말 가운데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이하 GVC)이 있다. GVC는 우리 주변의 경제가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양한 사슬로 얽혀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국은 중국에 흑자를 보는 대신에 일본에 적자를 봐서 운영되는 국가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고립전략을 시작하면서 중국 내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법 보조금 안전장치 규정은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늘리면 안된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고립전략을 시작하면서 중국 내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법 보조금 안전장치 규정은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늘리면 안된다.

반면에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는 적자지만 미국과 일본에 흑자를 내서 산다. 일본은 한국과 대만에 흑자지만 중국에는 적자다. 대만 역시 중국에 흑자지만 일본에 적자여서 한국과 비슷한 구조다. 여기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한국과 대만은 지난 수십년 간 신기할 만큼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즉 이 상황은 누가 잘라서나 못나서가 아니라 그렇게 구조를 짜 놓고 돌아가는 체인이었다.

그런데 4~5년 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이 가치사슬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동아시아 글로벌 가치사슬의 가장 중요한 축에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은 이 사슬의 보이지 않는 한 축에서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만성 무역 적자국가다. 트럼프나 바이든 정부 역시 이 문제를 가장 어려운 본질로 보고 이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물론 내면적으로 보면 한 장의 원가가 40센트밖에 하지 않는 100달러짜리 지폐에 대한 지배력을 벗어나려는 중국의 기축통화 도전이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위협도 존재한다. 이런 배경을 논외로 하고, 미국의 문제제기로 인해 이 동아시아 GVC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소재 수출 등을 무기로 쓰면서 이 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그럼 해법은 없는 것일까. 바로 위에 있는 문장처럼 GVC를 잘 해석하고, 구조를 수정해야만 미래가 있다. 우선 무너진 위 체계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연착륙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를 단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첫단계는 그간 절대적인 수입국가였던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다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 원한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다. 제조업 부활이나 수입 경로의 다변화를 통해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시도할 것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이런 전제를 깔면 해법도 쉬워진다.

동아시아 가치사슬에서 미국 부분이 없다면 전체적인 규모는 확연히 줄어든다. 지난해 중국의 대외수출 24741억달러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이 4799억달러였고, 홍콩으로의 수출 3014억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의 도착지는 미국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대로 이 부분은 지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면서 시작한 일대일로는 결국 미국이나 일본으로 집중된 경제를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로 바꾸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존 시장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신흥시장의 성장은 더딜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동아시아 GVC에 주는 가장 큰 의미는 GVC의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나 대만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도 한국으로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두 번째 이 상황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도 있다. 일단 일본이 한국에 대한 특수한 분야(소재산업, 고기술산업)의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가야 하는가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GVC에서 일본을 배제할 수 있는가다. 논란이 있지만 당분간 일본의 반도체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수입이 막힐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을 대신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대만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 금지의 최종 목적지가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결을 벌이는 중국일 경우다. 이런 전제가 맞는다면 미국이나 일본의 전제는 동아시아 GVC의 사슬 전체를 끊어버리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때 관건은 한국이나 중국, 대만이 독자적인 가치사슬을 만들 수 있는가다. 이런 상황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하고 기술 개발이 가능한 한국, 대만이 자본과 시장을 갖춘 중국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 경우 중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심우도(尋牛圖)에 나타난 불교식 해법으로 이제 동아시아 GVC 자체를 잊는 것이다. 전경련은 “ICT 산업은 일본(소재 수출)한국(부품생산)··EU(제품화)의 가치사슬이 있다한국 업체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ICT 기업에도 악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면서 일본에 수출 제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발생한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포격을 시작한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의 중국 제조 2025’가 있다.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4차산업혁명을 실제화하는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로 미국은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그 결과는 무역을 포함한 패권 전쟁이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누가 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국제사회도 전쟁을 촉발시킨 미국과 전선을 확장시키는 일본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동아시아 GVC 자체를 잊는다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동아시아 가치사슬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기존에 수출입의 균형을 통해 각자가 생존하는 방식이었다. 그 패러다임을 깨는 것은 한국에게 있어서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대중국 수출이 기존처럼 제조업이 아닌 비제조업이나 서비스 등으로 바뀌는 것도 포함한다. 실제로 한국이 대일본 관광수지가 크게 역전한 것에서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농업관광문화가 미래먹거리


지난 30년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교류의 폭을 넓힌 한중관계는 더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는 않다. 미중 헤게모니 전쟁뿐만 아니라, 모든 국제 역할 관계에 쓸모없는 상대는 없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과 홍콩에 여전히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중국 봉쇄를 막을 때, 한국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꼭 이익을 따지지 않아도 한국에게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역할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앞으로 30년 뒤인 2052년에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나라들이다. 두나라 모두 초고령화를 넘어서 초초고령화 국가에 인구소멸의 가파른 미끄럼틀을 타야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뒤인 2052년에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나라들이다. 두나라 모두 초고령화를 넘어서 초초고령화 국가에 인구소멸의 가파른 미끄럼틀을 타야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중국에 팔 수 있는가다. 중국은 과거 불법카피의 천국이었지만 지금은 콘텐츠 유통이 거의 합법적인 망에서 팔린다. 아이치 등 IP텔레비전이 급성장했고,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언제나 거대한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농업도 중요한 미래 먹거리다.

지금까지도 일부 식품은 중국에서 수입하지만 이제 한중간 농산물 가격 격차는 거의 나지 않는다. 더욱이 한국은 오염되지 않고, 인삼처럼 좋은 기운을 가진 식품의 산지라는 것을 중국인들도 알고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엔 모델이 한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식품은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동남아에서도 유효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반도체나 조선처럼 앞선 분야는 계속해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중국이 로봇 등 4차산업혁명에서 빠른 진보를 보이는 만큼 우리의 역할을 잘 정리해야 한다. 중국은 응용력을 가진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한중간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앞으로 30년 뒤인 2052년에 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나라들이다. 두나라 모두 초고령화를 넘어서 초초고령화 국가에 인구소멸의 가파른 미끄럼틀을 타야할 것이다.

현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 노인인구가 40%를 차지하고, 14세 이하가 9%. 유엔인구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중국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으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역시 2050년 인구가 현재보다 1억명 가량 줄 것으로 예측한다. 동병상련의 두 나라의 해법은 비슷한 만큼 한 곳에서 유효한 방법은 옆 나라에서도 통용된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등에서 기자로, 차이나리뷰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IT회사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스마트에듀 담당 상무로 일한다.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문공무원. 보성그룹에서 마케팅담당 상무,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 경력이 있다. <달콤한 중국> 등 12권의 중국 관련 책을 썼고, <신중년이 온다> 등 인문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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