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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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 이재표 편집국장
  • 승인 2023.10.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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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 [외딴 우물]
이 칼럼은 1287호(9월 29일 자) 지면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편집권 침탈로 무단 삭제됐습니다. 치욕의 역사도 반면교사로 기록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남깁니다. 

 

지난 915일은 충청리뷰 창사 30주년이었다. 1993년 지역일간지를 박차고 나온 다섯 명의 기자들이 1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추렴해 만든 월간 충청리뷰가 그 시작이다. 해직교사였던 도종환 시인이 첫 대표를 맡았다. 1995년 주간지로 전환해 여기까지 왔다. ‘열한 번 이사를 다녔다는 홍강희 선임기자의 기사는 나를 울렸다.

2023915일 자 창간특집호(지령 1285호 표지)에 나는 다섯 줄짜리 에세이를 썼다. 참 많이도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잎을 떨어내며 버텼습니다. 늘 목말랐습니다. 그래도 다른 샘을 찾지 않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를 꿈꿉니다. 가뭄에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이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의 제목은 용비어천가였다. 김진석 사진작가가 비행기 안에서 찍은 저물녘 대청호의 모습은 금빛 용()이었다.

사실 충청리뷰는 지금도 흔들리는 중이다. 그래서 위의 글은 다짐이기도 하다. 지난 30년을 잎을 떨어내며 버티고, 아무리 목이 말라도 다른 샘을 찾지 않은 것으로 요약하고 나니 앞으로 갈 길이 보이는 것도 같다.

충청리뷰는 뉴스타파 등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검사장과 지청장 업무추진비를 분석하는 보도를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청주지방검찰청을 비롯해 충주지청, 제천지청, 영동지청 등 충북에 있는 4개 검찰청과 지청의 관련 서류(2017~20234) 대부분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냈다.

하지만 아직 보도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충청리뷰 총체(總體)’의 동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30년 충청리뷰의 총체는 충청리뷰에 속한 모든 이들이 공유한다. 충청리뷰에 속한 이는 직원과 전() 직원, 독자, 주주들, 그리고 충청리뷰의 영욕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다.

충청리뷰를 자본으로 소유한 이들은 충청리뷰를 사고팔 때 매겨지는 가격의 그 지분만큼을 소유했을 뿐이다. 충청리뷰가 30년 동안 쌓아온 이름값이 허명(虛名)’이 된다면,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것이다.

1996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5년 충청리뷰로 왔다. 2013년까지 일하다가 행성B를 찾으라라는 임무를 띠고 4년간 자회사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행성B는 찾지 못하고 우주미아로 떠돌다가 작년부터 다시 충청리뷰에 속했다.

24면이던 지면을 32면으로 늘렸고, 왕년의 기자 열댓 명을 전문기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지면으로 소환했다. 1년 동안 네 차례 정례 여론조사도 하고 있다. SNS 플랫폼 구축과 동영상 뉴스 제공, 출판업 진출 등 꿈만 꾸고 실천하지 못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핵심은 할 말은 반드시 하는충청리뷰로 다시 서는 것이다. 2005년 내가 취재하던 기사가 출고도 되기 전부터 안팎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외압도 어마어마했다. 그 기사는 그 주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편집국장은 내 기사에 배정된 한 면을 백지로 내서 추락한 자존심이 짓밟히는 것을 막아줬다. 그리고 그다음 주, 결국 그 기사는 활자화됐다. 내가 충청리뷰에 진 빚이다. 갈 때는 가더라도 빚은 갚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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