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지역인재전형에 할 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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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지역인재전형에 할 말 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10.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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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작년부터 비수도권대학 로스쿨 지역인재전형 의무 못박아
“경찰대·카이스트·한국교원대 같은 전국구 대학 졸업자들이 지역인재냐”
충북대 로스쿨 "우리도 고민했으나 정부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비수도권대학 로스쿨의 지역인재전형은 의무사항이 됐다. 정부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15조(대학의 입학기회 확대)’에 따라 일정비율을 지역 출신으로 선발토록 못박았다. 이전에는 20% 지역인재전형이 있었으나 권고사항이었다.

이에 따라 11개 지역대학 로스쿨 중 충북대·충남대·경북대·동아대·부산대·원광대·전남대·전북대가 15%, 강원대 10%, 제주대는 5% 이상을 해당지역 소재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할 예정인 자를 선발한다. 이 비율도 정부가 정했다. 지역인재전형의 근본 취지는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아 지역대학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전국구 대학과 경쟁하라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충북대와 충남대 등 충청권대학 로스쿨 지역인재전형에 경찰대와 카이스트, 한국교원대 등이 들어가자 일부 수험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찰대는 충남 아산시, 카이스트는 대전광역시, 한국교원대는 충북 청주시에 있다. 비수도권 11개 로스쿨은 강원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대전·세종·충남·충북권, 광주·전남·전북권, 제주권 등 6개 권역으로 구분돼 있다. 그래서 충북대와 충남대는 양 지역 출신대 졸업생들을 같이 뽑는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한 수험생은 “지역대학 출신들을 우대해 지역대학을 살리겠다는 것이 지역인재전형이다. 그런데 경찰대와 카이스트, 한국교원대는 지역대학이 아니고 전국 대학이다. 경찰대는 경찰간부, 카이스트는 과학인재, 한국교원대는 교사를 길러내는 곳이다. 특수 목적을 띠고 있는 대학들은 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대학 출신자들까지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면 일반 지역대 출신자들은 로스쿨에 원서도 못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무리 경쟁사회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상위권 대학들이 차지한다면 일반 대학 출신들은 어떻게 살겠나. 그 지역에 있는 대학은 가릴 것도 없이 모두 다 지역인재전형이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다른 지역과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태규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전국 25개 로스쿨로부터 받은 2023년 학년도 입학생 출신대학 자료에 따르면 충북대와 충남대 로스쿨의 지역인재 입학생 모두 충남대, 경찰대, 한국교원대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니…"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학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역인재전형 초기에 전문가들은 “지역인재로 들어온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변호사시험 성적 등에서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지방대 로스쿨과 수도권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5년간의 합격률 추이를 통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태규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로스쿨 변호사시험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동안 비수도권 로스쿨 11곳에 지역인재를 통해 입학한 학생 795명 중 변시 합격자는 444명이고 합격률은 55.8%였다. 충북대는 자료를 내지 않아 이 통계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일반 학생은 3505명이 입학해 2182명이 시험에 합격, 62.3%를 보였다. 따라서 일반이 지역인재보다 평균 6.4%p 높았다. 크게는 17.4%p까지 차이가 나자 지역인재전형이 비수도권 로스쿨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로스쿨들은 지역인재 기준을 해당지역 고교 졸업생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지역의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이 지역대 로스쿨에 들어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몇 년전부터 이를 주장해왔다.

한편 장석천 충북대 로스쿨 원장은 “대학에서도 지역인재전형을 놓고 고민했다. 소위 전국구 대학이라 할 수 있는 경찰대, 카이스트, 한국교원대 출신 학생들을 지역인재라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니 정부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창기 때는 지역인재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다소 낮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많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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