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한글사랑, 간판‧축제명 등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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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한글사랑, 간판‧축제명 등 아쉬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10.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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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간판‧외래어 축제명 늘어…조례 규정 강제화 필요
충주 다이브페스티벌 야경 모습.

지난 9일 577돌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국어사용 촉진과 발전과 보전 등을 위해 ‘국어기본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법령은 ‘공공기관등’에게 국어책임관을 지정하고 임무를 부여하게 했다. 국어책임관의 임무는 △정책의 효과적 홍보를 위한 쉬운 용어의 개발‧보급과 정확한 문장의 사용 장려 △업무 대상자의 국어 사용 환경 개선 시책의 수립과 추진 △공공기관등 직원의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시책의 수립과 추진이다.

아울러 시행령 3조3항은 중앙행정기관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책임관이 추진한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의 실적과 자체평가 결과를 매년 1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21년 12월 개정돼 시행 중이다.

충북의 경우 도와 11개 시‧군은 모두 문화관련 부서장을 국어책임관으로 지정하고, 2021년도와 2022년도의 업무실적 자료를 문체부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청주시, 음성군, 영동군, 괴산군은 국어 또는 한글 진흥 관련 조례가 없었다.

제출된 실적 자료를 검토한 결과 많은 지자체가 의례적인 절차로 인식한 듯 실증적인 실적 결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대개는 공문서, 시행문, 보도자료, 조례 등 공공언어 사용 실태점검 및 개선을 적었다. 아울러 자치법규 입안 시 한자어, 외래어 등 용어의 정비 기준을 반영 후 자치법규를 공포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전 부서 공공언어 지킴이 지정‧운영, 내부게시판 우리말 지키미 운영 등과 전직원 관련 온라인 학습 실시, 관련 연수 실시 등도 실적으로 올렸다.

지자체, 국어책임관 등 운용

다만 청주시의 경우 자치법규 공공언어 일제 정비의 결과로 ‘다듬은 우리말’ 5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일본식 한자어의 경우는 행선지→목적지, 자연부락→마을로 변경했다. 우리말 사용이 가능한 영어 표기는 스마트팜 교육장→지능형농장 교육장, 키즈파크→어린이공원, 업사이클→새활용으로 정비했다고 밝혔다.

또한 누리집(홈페이지)에 게재된 외국어 점검을 통해 순우리말로 변경한 내용도 적었다. 변경 사례는 홈페이지‧사이트→누리집, 사이트맵→누리집 지도의 경우다. 또한 시민 참여형 공모를 통해 온라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청주팡’으로 선정했다. 도미시장의 신선함과 빠른 배송의 의미가 담겼다고 청주시는 전했다.

충주시의 경우는 ‘공공언어 바로쓰기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지난해 12월 ‘한글 우선사용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전국 공모를 통해 충주시 상징 구호를 ‘Good 충주’에서 순우리 말인 ‘더 가까이, 충주’로 변경했다. 더불어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재 안내판 정비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 3개, 도 지정문화재 6개다.

증평군은 한글사랑 경조사 봉투 및 한글사랑 경조사 도장을 제작해 직원들의 사용을 당부했다. 어려운 한자 대신 이해하기 쉽고 사용이 편리한 한글 문구가 이용됐다. 제작 문구는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이며 도장은 한자 대신 한글로 새겼다. 음성군의 경우는 여러명의 강사를 두고 다수의 ‘찾아가는 문해학교’를 운영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런 국어기본법과 관련 조례의 시행에도 새로운 축제 이름에선 외래어가 남용되는 추세다. 음성군은 지난해부터 음성명작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음성군에서 생산되는 고추, 인삼, 수박, 복숭아, 화훼 등 명품 농작물을 홍보하기 위한 축제다. 통합 음성농산물명품제인데 페스티벌이란 외래어를 가져다 쓰면서 명칭이 길고 발음이 어렵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한글을 외면한다는 인식이 떠오르게 된다.

간판, 한글 병기 의무화해야

올해 ‘충주호수축제’를 새롭게 ‘충주다이브(DIVE)페스티벌’로 선보인 충주시의 경우는 축제명이 긴데다 모두 외래어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129개 시민 제안 명칭 중 ‘충주 풍덩축제’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시는 밝혔다. 시는 '풍덩'의 역동적인 이미지에 ‘빠지다’라는 의미를 가진 '다이브(DIVE)'로 변형해 축제의 몰입을 강조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충주시는 앞서 위촉된 ‘공공언어 바로쓰기 자문위원’들과의 협의나 시행에 들어가 ‘한글 우선사용 조례’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선 한글로 구성된 충주강변페스티벌, 충주남한강축제 등도 축제 의미에 손색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충주시 축제 관계자는 “축제 이름을 다소 급하게 정하다 보니 자문위원이나 조례 취지를 미처 감안하지 못한 점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음성명작페스티벌이나 충주다이브페스티벌이 사실상 신설된 상황에서 성공적 개최라는 평가가 높지만 축제 이름에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축제와 별개로 각 지역의 점포들 간판이 점점 외래어를 넘어 외국어가 점령하는 현상이 일고 있다. 청주나 충주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는 더욱 외국어 간판이 넘쳐 나고 있다. 아예 한글이 한글자도 들어가지 않은 간판이 쉽게 눈에 들어와 한국 상가인지 외국의 상가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이는 옥외광고물법에 한글 병기가 임의규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듯 충북의 10곳 모두의 지자체가 ‘한글을 병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의 ‘조례로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한 것인데 소극적 반영으로 일관한 것이다. 충북도 조례에서 아예 한글 병기 관련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국제적으로 한글의 우수성이 높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국내의 한글 외면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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