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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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0.13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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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특별전형 청주시 공무원 6년차 이수빈 주무관
회계과 근무…전화상담‧계약자가 방문하니 ‘업무 척척’
2018년 장애인전형으로 청주시 공무원이 된 이수빈 주무관. 회계과에서 계약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2018년 장애인전형으로 청주시 공무원이 된 이수빈 주무관. 회계과에서 계약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선택의 폭이 좁은 건 사실이지만 저도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아무래도 저에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죠. 목표요? (웃음) 정년까지 일하고 싶어요.”

이수빈(37) 청주시청 회계과 계약1팀 주무관은 2018년에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청주시 9(일반행정) 공무원이 됐다. 세 살 무렵부터 아팠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부모님 등에 업혀서 등하교할 정도였다. 그의 자립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목발에서 시작됐다.

·하반신에 모두 장애가 있다 보니 휠체어를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인도의 높낮이가 거의 없지만 그때는 휠체어의 기동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목발을 선택했어요. 속도만 조금 느릴 뿐 혼자 움직이는 게 가능하니까요.”

그에게 목발 보행은 온몸운동이다. 보행의 안정성이나 속도도 개선되고 있다. 스물두 살 때는 자동차운전면허를 땄다. 오토바이처럼 손으로 가속기를 당기는 장애인용 승용차가 아니라 일반 차량을 운전한다. 손 크기가 조금 작은 편이어서 오히려 일반 차량 조작이 더 쉽단다.

이 주무관의 주요 업무는 본청 물품 입찰과 계약이다. 고객은 자영업 소상공인들이다. 외부 출장을 다녀야 할 때도 있지만, 주로 사무실에서 전화로 응대하고, 계약자가 방문하는 형태로 일한다. 활동반경이 넓지 않도록 배려해 준 덕분이다.

청원구청으로 첫 발령을 받았어요. 민원실에서도 일했고, 주민센터에서도 민원인을 응대하는 일을 맡았죠. 감정노동이라서 힘들 때도 있지만 즐겁게 일하는 편이에요.”

이수빈 주무관은 밝고 낙천적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 결심한 시점이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잖아요. 그때 주로 어르신들을 접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때 결심했어요.”

그때 그 결심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니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이 이어졌을 것이다.


신체조건 고려해 시험방식 적용


그렇다면 이수빈 주무관은 어떻게 공무원이 됐을까? 이수빈 주무관은 공무원이 되기 전 한동안 홈페이지를 만드는 웹디자이너로 일했단다. 30대 초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잠시 휴지기를 가지는 동안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행정 도우미로 일한 것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동 주민센터에서 사무보조로 일했어요. 행정을 그때 처음 경험한 거죠. 4년 동안 일했는데, 매년 새로 신청하고 면접 봐서 일하는 단기계약직이었어요. (공무원) 언니들이 시험 봐서 정식 공무원이 돼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단기계약직으로 일한 4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기간이기도 하다. 특별히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 강의로 시험을 준비했다. 첫 번째 시험은 일반전형으로 응시했으나 떨어졌다.

스무 문항씩 다섯 과목, 그러니까 100문제를 100분 안에 풀어야 하는데 제가 상지(上肢, ) 장애가 있잖아요. 시간 안에 OMR카드 처리가 어려웠어요. 장애인전형에서는 신체적 조건을 고려해주기 때문에 조금 더 긴 수험시간을 인정받았어요.”

이 주무관이 합격하던 해 청주시에서는 다섯 명을 장애인전형으로 뽑았다는데, 이 주무관은 그들이 누군지 잘 모른다고 했다.

해피콜로 출퇴근하는 분도 있지만, 겉으로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분도 있고, 장애가 있더라도 일반전형으로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그냥 섞여서 일하니까 누가 어떤 전형으로 일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상적이다. 사실 장애의 정도와 범주는 통념일 뿐, 누구나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형편과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서 일하면 된다.

공무원이 된 건 잘한 일 같아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니까요. 작은 업체에서 일할 때는 그게 쉽지 않아서 서로 불편했는데,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이수빈 주무관은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근무부서 지정에 장애직원 의견 반영

이선주 인사팀장 중증이라서 채용 거절 없어


장애인전형으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대개 채용 전부터 자신이 일할만한 자리를 알아보고 들어와요. 담당 부서와 협의해 지정한 근무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선주 청주시 인사담당관실 인사팀장에 따르면 202310월 현재, 장애 직원은 모두 아흔아홉 명이다. 이 가운데 마흔아홉 명은 장애인전형으로 들어왔고, 쉰 명은 일반전형이다.

이선주 팀장은 중증이든 경증이든 같은 보수를 받으며, 장애 정도를 고려해 채용을 거절한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나거나 업무에 차질이 있을 정도가 아니면 장애 여부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이 팀장은 경우에 따라 주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례도 있지만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일부 중증 직원들은 자원에 의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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