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설성문화제, 고질 속 한줄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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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설성문화제, 고질 속 한줄기 희망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10.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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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판소리‧각골 줄다리기 등 흥겨운 전통공연에 박수
음성 설성문화제에서 ‘염계달 명창 기념 음성판소리 잔치’ 공연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 염계달 선생은 음성 가섭사에서 10년 간 득음의 시간을 갖고 조선 8대 명창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속보=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 제42회 설성문화제는 '음성의 전통 문화의 보존과 계승' 및 '음성, 문화와 예술을 잇다'라는 주제로 개최됐다.<본보 3월 24일자. 음성 설성문화제, 전통문화제 명예 찾을까>

코로나 여파로 4년 만에 개최된 올해 설성문화제는 음성문화원(원장 이한철) 주최로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공원 야외음악당 일원에서 진행됐다.

12일 첫날 음성문화원 동아리공연과 실버태권도, 숟가락난타 등 지역주민들의 공연을 시작으로 출향인고향의 밤, 개막식 불꽃놀이로 문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초청가수 정수라씨의 공연에 이어 예선을 걸친 제1회 상상대로 음성 전국가수왕선발대회가 열렸다. 대상 수상자에겐 상금 200만원과 가수인증서가 전달됐다.

초저녁인 오후 5시 군청 대회의실에서 음성문화원장 초청으로 열린 ‘출향인 고향의 밤’ 행사에는 100여 명의 출향인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설성공원 행사장으로 이동해 문화제 공연을 즐겼다.

둘째 날인 13일 ‘음성소리의 날’에는 서경덕 교수의 ‘한국 문화와 역사 홍보, 왜 중요한가?’의 주제 특강이 음성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됐다. 주무대에는 실버가요제, 충북무형문화재 이상래 시조창, 퓨전 여창가곡 및 국악연주, 경기서도민요, 힙합과 시조창의 콜라보, 미스트롯 김다현 공연 등이 올랐다.

셋째 날 ‘세계문화의 날’에는 중국 기예단, 러시아 전통 민속공연, 브라스밴드, 남미 삼바 등 세계문화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다문화 가족이 각국의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경쟁한 글로벌페스티벌과 가수 민혜경 초청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 날인 15일 ‘전통문화의 날’ 낮 시간에는 음성의 전통 민속놀이를 시연하는 음성민속예술한마당이 열렸다. 길놀이를 시작으로 전통혼례, 집터다지기, 판소리전수자 함수연의 상수연 공연, 나무꾼소리, 각골줄다리기 등이 시연됐다.

염계달 명창, 음성서 잇자

이어서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염계달 명창기념 음성판소리잔치’는 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음성판소리잔치 공연은 음성 가섭사에서 득음한 고 염계달 명창에 대한 추모 및 판소리 대중화‧세계화를 기원하는 행사로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공연은 ‘음성 가섭사 염계달명창기념사업회’가 주관해 정통 판소리 명창 등이 초청돼 무대를 빛냈다. 가섭사에서 10년 동안 소리를 연마한 것으로 알려진 염계달 명창은 중고제 판소리 등의 성음 표준을 만든 인물로 조선시대 판소리 8명창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공연은 충북의 조동언 판소리 명창이 사회와 해설을 맡아 열렸다. 왕해경 국악 가수와 김명숙 명창의 소리에 이어 최병재 국립국악원무용단 안무자의 승무와 채수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판소리 춘향가가 무대의 열기를 끌어 올렸다. 또한 신영희 명창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 춘향가의 긴 사랑가를 뽑으며 환호를 받았다. 전인삼 전남대 교수는 춘향가 등을 불러 관중들의 웃음과 흥을 한층 높였다. 조성환 풍류악단 대표의 한성준류 피리시나위 공연에 이어 소리꾼 모두가 다시 나와 진도아리랑, 강강술래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올해 설성문화제의 막을 내렸다.

공연 중간 중간 조동언 사회자와 전인삼 명창은 관객들에게 염계달 명창의 업적과 명성을 강조하며 음성의 자랑으로 여길 것을 당부했다. 가섭사의 석상인 주지 스님도 음성군이 중고제 판소리, 염계달, 가섭사 3가지가 하나로 연결돼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병옥 군수와 김기명 축제추진위원장에게 염계달 명창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아줘 고맙다는 뜻도 공표했다. 판소리의 고장으로 충북의 음성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나 나흘 간 이어진 설성문화제는 관람객이 예년 행사보다 더 눈에 띄게 줄었다. 첫날은 출향인사들 영향인지 그나마 객석을 메웠고, 토요일인 셋째 날 저녁은 경품행사가 곁들이면서 발길을 잡아 놓는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음성공설운동장에서 별도로 개최된 음성군민체육대회와 오후 시간까지 맞물려 운영된 것이 관내 주민을 분리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주최 측인 음성문화원의 요청과 음성군의 동의로 계획된 것으로 관람객 동원에 상승효과를 노렸지만 역효과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민 A씨는 “개인 일정이 있었지만 읍면 대항이라 어쩔 수 없이 체육대회에는 참가했지만 설성문화제에는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행들이 잠깐이라도 둘러보려다 차량을 다시 이동해 어렵게 주차하는 것도 귀찮아 해 다들 집으로 왔다”고 했다. 공무원 B씨 또한 “주민들이 체육 경기를 마치고 피곤해 하고, 얼마 전 명작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이 있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기간 축소하고 실속 있게”

두 행사를 모두 지켜 본 공무원 C씨는 “매회 마다 지적하지만 설성공원과 공설운동장 간에는 이격 거리와 고갯길 특성으로 걸어서 이동하며 행사에 참가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복잡한 두 곳 행사 현장을 차량으로 오간다는 것도 어려워 동시 개최는 악수가 됐다”고 혹평했다.

올해 설성문화제는 용역을 거치고도 지난해 뒤늦게 개최를 포기해 비판을 자초한 뒤 열린 것으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용역에서 행사 기간을 3일로 축소할 것을 권유 받고도 올해도 4일 동안 개최돼 눈총을 샀다. 기간이 축소되면 외지 식당 등 업자들이 참여를 꺼려 유지해야 한다는 게 문화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관내 식당이나 각 읍면 식당 체제로 운영하면 얼마든지 참여도를 높여가는 효자 식당가가 될 전망이 높지만 4일 동안 진행됐다. 식당, 게임 등의 부스 이용료를 받아 활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설성문화제의 대주제 ‘음성의 전통 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실속 있는 행사를 위해서도 기간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나흘 간 행사를 지켜 본 뜻있는 관객들은 문화제 주제에 중점을 둔 행사가 해답이란 반응을 보였다. 주로 “마지막 날 프로그램에서 희망을 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구동성으로 집터 다지기, 액몰이 밟기, 각골 줄다리기, 음성판소리 잔치 등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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