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 안팎에서 다 ‘민주당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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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 안팎에서 다 ‘민주당이라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0.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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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부터 12월 12일까지 서명…반환점 돌았다
현재 수임인 700명 미만에 서명도 절반 미달 추정
이현웅 대표 “내 선거 생각했으면 맡을 이유 없어”
이현웅(일어선 사람) 수임인 대표와 수임인들은 매일 오후 4시 성안길 산업은행 앞에서 서명대를 놓고 주민소환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이현웅(일어선 사람) 수임인 대표와 수임인들은 매일 오후 4시 성안길 산업은행 앞에서 서명대를 놓고 주민소환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선출직인 도지사를 해임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유권자에게 있다. 그게 주민소환이다.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총수의 10% 이상 서명을 받아야 한다. 충북은 대략 136000명이다.

김영환 충북지사를 소환하기 위한 서명이 814일 시작됐으니 이제 두 달여가 지났다. 주어진 서명 기한이 1212일까지 넉 달이니 이미 절반이 흘러간 셈이다. 그렇지만 청구에 필요한 서명인 수를 채우는 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주축이 돼서 주민소환에 나섰지만, 당에서는 어떤 루트로도 힘을 싣지 않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딴지를 걸기도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주민소환이라 힘을 실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당원들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소환 서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주의 집단학습 과정


주민소환은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제도 중 하나로 2007년에 도입됐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 중 우리나라는 국민투표만 이뤄지고 있다. 국가 선출직을 해임하는 국민소환은 불가능하다. 지역 선출직이라도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은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라 얻어낸 성과가 분명하다. 이제까지의 결과만 놓고 가능성도 없는 걸 무엇 하러 추진하느냐고 말하거나 예산 낭비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결과를 떠나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과정 전반이 민주주의에 대한 집단학습이다. 성사 여부를 떠나서 소환의 대상이 된 선출직이 근신하고 자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이 또한 소환의 효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언제든 주민들이 뜻을 모으면 해임될 수 있다는 각인 효과는 선출직에 나서는 이들의 자세를 다르게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투표에 임할 때 표의 무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됨은 물론이다.

그런데 주민소환 성사 여부만 놓고 보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작년 1231일까지 총 125건의 주민소환이 청구됐다. 그중 서명 정족수를 채워 주민소환투표까지 간 사례는 열한 건이었다. 이 중에서 두 명이 공직을 박탈당했다. 자치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고 둘 다 경기도 하남시의회 의원이다.

공직을 잃지는 않았으나 주민소환투표까지 간 단체장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 이들이 살아남은 건 투표함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3분의 1, 즉 투표율이 33.33%를 넘어야만 개표한다.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아예 투표하지 않아서 개표기준에 미달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기 마련이다.

따라서 투표율을 충족시키면 소환이 성사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공직을 박탈당한 하남시의원들의 소환 찬성률은 각각 91.7%83.0%였다. ‘뚜껑이 열리면 죽는 셈이다.

충북에서는 그동안 다섯 건의 주민소환이 추진됐으나 단 한 건도 투표까지 가지 못했다. 두 건은 서명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세 건은 중간에 서명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12일 현재 수임인 656


반환점을 돈 충북지사 주민소환의 하프타임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서명대에서도 받지만, 수임인(소환청구인대표로부터 서명 요청권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서명 용지를 들고 각각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간 집계가 불가능하다. 수임인의 수로 상황을 가늠해 볼 따름이다.

주민소환운동본부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 관계자는 “2016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당시 약 2000명의 수임인이 활동해서 서명 기준에 근접했다. 우리는 1000명이면 충분한데 현재 약 700명이 수임인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현웅 준비위 대표는 “(12일 현재) 정확한 수임인 수는 656명이다. 수임인이 700명이라면 200명씩만 받아도 서명 기준을 넘어서지만 계산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혼자서 1000명 이상을 받은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현웅 대표의 고민은 크다. 2020년 총선에서 청주 상당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고, 2024년 총선에도 출마 예정인 그가 주민소환을 주도하자,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눈초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을 흘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부에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계산적이지 않다. 주민소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치적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또 선거를 준비하는 것도 바쁜 시점에 모든 노력과 시간을 주민소환에 쏟아붓고 있다. 자신의 선거를 생각했다면 맡을 이유가 없다.

이현웅 대표는 지난 3나도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발언 이후 도지사를 주민소환 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모임인 민주시민연대에서 수임인 대표를 맡아달라고 찾아와서 나라도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주민소환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내가 민주당이라서 노동계나 시민사회가 결합하지 않는다면 탈당과 총선 불출마라도 감수하려고도 했다지금은 하루하루를 쏟아서 주민소환과 선거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 이재명 대표가 권해도 움직이는 척

괜히 역풍 불까 염려지금 분위기 나쁘지 않은데


민주당 충북도당은 공식적으로 주민소환 운동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도 수임인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수가 서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현웅 수임인 대표는 이재명 당대표가 단식 중일 때 문병 가니, 이 대표가 직접 임호선 도당위원장에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도와주라고 당부했는데도 다음 날 임호선 위원장과 지방의원 몇 명이 서명하고 간 것이 전부라고 귀띔했다. 이현웅 대표는 지역의 중견 정치인이 되지도 않을 것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퍼뜨린다고 하더라데모 한 번 한다고 민주주의가 오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음으로 양으로 주민소환을 돕는 국회의원, 지방의원들도 앞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A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도당 차원에서는 실패할 경우 역풍이 불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지금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데 위험 부담 떠안을 필요 있느냐는 여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B도의원은 조직력 없이는 서명을 많이 받을 수 없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다. 나도 나서서 받고 싶지만, 일단은 의정활동으로 도정을 비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C도의원도 개인적으로는 서명했지만, 도의원으로서 수임인을 맡을 수는 없다. 도지사와 의정활동이 아닌 방식으로 맞서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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