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4군 2810㎢에 1명…송파구 34㎢에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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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4군 2810㎢에 1명…송파구 34㎢에 3명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0.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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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만 의존한 표의 등가성에 정치적 버팀목 먼저 붕괴
양원제-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 등 다양한 변화 필요해
의원 각각의 이해관계 얽혀…헛도는 논의, 사실상 ‘시늉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 비례대표 47석을 더해 총 300석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정치혐오를 의식해 의원 수 감축과 비례대표 폐지를 외치지만, 이는 철저한 쇼에 불과하다. 비례대표를 없애거나 의원정수를 줄일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인구비례를 고려할 때 다른 나라보다 매우 적다. 한국은 국회의원 한 사람이 국민 172483명을 대표한다. 이는 OECD 36개국 중에 미국, 멕시코, 일본에 이어 네 번째(표 참조).

더 큰 문제는 표의 등가성을 지나치게 인구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날로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수도권 초집중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먼 군()일수록 인구나 지역소멸의 버팀목 역할을 할 정치가 먼저 붕괴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개 양원제(兩院制)’를 통해 틈을 좁히고 있다. 상원(上院)은 인구와 상관없이 주()나 도() 같은 행정단위 별로 동등한 인원을 뽑는다. 이에 반해 하원은 우리처럼 인구비례다. 우리보다 의원 1인당 국민 수가 많은 미국, 멕시코, 일본은 모두 양원제를 채택했다. 특히 미국은 의회(국회)보다도 주의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방제 국가다.


남부 3군 하한선동남부 4


2013년 현재 충북의 국회의원 의석은 청주상당 청주청원 청주서원 청주흥덕 충주 제천단양 증평진천음성 보은옥천영동괴산 등 모두 여덟 석이다. 충북은 이 여덟 석을 지키기 위해 2016년 적지 않은 내홍을 겪어야 했다.

헌법재판소까지 갔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기준은 총인구를 선거구 수(253)로 나누어 선거구당 평균 인구수를 산출한다. 여기에다 33.3%를 가중하거나 빼면 각각 상한선과 하한선이 나오는데, 이 상한선을 넘거나, 하한선에 미달하면 선거구를 만들거나 없애야 한다. “하한선의 경우 상한선의 2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충북은 2016년 이전 남부 3(보은옥천영동)’이 한 선거구였으나 인구 감소로 하한선에 처했다. ‘청주상당에서 미원면만 떼어내 남부 3군에 붙이느냐, 역시 인구가 남아도는 중부 4(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괴산을 떼어내는가논란 끝에 현행 동남부 4(보은옥천영동괴산)’이라는 선거구가 탄생한 것이다.

2016년 중부 4군에 속한 괴산을 남부 3군으로 보내는 선거구 획정에 대해 괴산군민들이 크게 반대했지만, 동남부 4군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사진=뉴시스
2016년 중부 4군에 속한 괴산을 남부 3군으로 보내는 선거구 획정에 대해 괴산군민들이 크게 반대했지만, 동남부 4군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사진=뉴시스

괴산을 다시 중부 4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712,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주최한 공식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박노일 정의당 충북도당 조직국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가 심화하면서 비수도권의 지역 대표성이 약화하고 있다동남부 4군과 같이 4개 이상 시·군 단위를 묶은 과대 면적 지역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명주 진보당 청주시당위원장도 괴산 지역의 생활권은 충주와 음성, 증평이지만 선거구는 전혀 다른 보은, 옥천, 영동과 통합됐다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뿐 아니라 면적과 행정단위도 고려해아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괴산이 다시 예전 선거구에 달라붙을 가능성은 없다.

수도권은 계속 인구가 늘어나 선거구가 분구되는 반면에, 지역은 선거구 소멸을 막기 위해 이처럼 게리맨더링(인위적 선거구 조정)’으로 버텨보지만 결국은 지역의 이해와 요구라는 정치생태계를 지킬 정치인이 멸종하는 지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의석이 전체 47.8%


실제로 현재 수도권 의석은 서울 49, 경기 59, 인천 13석 등 121석으로, 전체 지역구 253석의 절반 수준인 47.8%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스물다섯 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강서, 노원, 송파 선거구 등 네 곳은 각각 갑병으로 세 명씩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나머지 스물한 개 구는 갑을 두 명을 뽑는다.

동남부 4군은 충북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2810에서 단 한 명을 뽑지만, 서울 송파구는 34에 불과한 면적에서 세 명을 뽑으니 무려 255배가 넘는 불평등이 발생하는 셈이다.

정치권(국회)에서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 중이지만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거대 양당 사이의 이해관계를 시작으로 양원제 도입 여부,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다당제로의 변화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까닭이다. 이는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사여탈과도 맞닿아 있어서 300명의 300가지 생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인구에 따른 표의 등가성도 선거의 중요한 원칙이지만 단원제인 상황에서는 지리·문화적 정체성, 행정 통합성, 면적과 도민 의견 등도 선거구 획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약 양원제로 간다면 하원은 인구비례로, 상원은 도 별로 같은 인원을 뽑게 된다. 단원제를 유지한다면 도시는 중선거구제로 여러 명을 뽑고,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시군당 무조건 한 명씩을 뽑는 방법도 있다. 후자일 경우 의원 정수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정상호 교수는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고 권역별로 비례를 할당하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학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이 모든 변화는 의원정수를 늘리고, 현역들이 기득권을 버릴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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