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판 활성화, 괴산책문화네트워크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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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 활성화, 괴산책문화네트워크의 실험
  • 천정한 (문화잇다 대표,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23.10.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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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이 그리워 알마티로 갔다

지역문화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습득된 지식과 역사, 예술 등 모든 능력과 문화를 포함하는 총체이다. 출판이 기록문화의 매체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 전승해왔다는 점에서 지역문화를 기록하고 출판하는 것은 주민들의 실제적인 생활기반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이 책으로 콘텐츠화됨으로써 지역의 문화자원이 풍부해지고 지적 자산이 집적되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지역의 다양한 지식정보와 문화콘텐츠 발굴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지역출판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지역출판은 출판 전문인력 부족, 독서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침체가 지속화되고 있고 특히 사회경제 및 문화 분야의 지역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각 지자체 별로 지역출판,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지원을 수립해 시행하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충북의 경우 2021210일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지역출판 활성화 조례는 만들어지지조차 않았다.

열악한 지역출판 환경 속에서 인구 37000여 명에 불과한 괴산에 출판사와 책방이 펼치고 있는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2021년부터 괴산으로 문화귀촌한 출판사 네 곳과 책방 두 곳이 괴산책문화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설립했다. 이들은 서울에서 작은도서관 활동가와 편집자, 잡지사 기자로 또 영화마케터로 활동하다가 괴산으로 와 책방과 출판사,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문화를 발굴해 기록하고 다양한 책문화 활동을 펼치겠다고 시작된 단체다. 이중 열매문고는 괴산에서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익힌 요령들을 글짓기에 적용한 <옥수수밭에서 배운 글짓기> 책을 펴냈고 독립출판사 쿠쿠루쿠쿠는 괴산에 내려와 느낀 시골 생활의 기록을 에세이로 담아 <괴산일기>를 출간했다.

사진관을 하며 책을 출판하는 자루북스는 괴산의 여러 콘텐츠를 책으로 담아내면서 귀농귀촌 입문서 <귀농귀촌이야기>, 책방과 출판 및 문화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문화잇다는 올해 괴산 시골버스 기사가 쓴 책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를 펴냈다.

이처럼 지역출판사로서 꾸준히 지역콘텐츠를 내온 이들이 작년부터 괴산로컬잡지 <>을 출간하며 화제가 되었다. 특히 올해 나온 <> 2호는 지역에서 결혼한 노년세대와 괴산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청년세대의 인터뷰를 지면에 담아 세대별 결혼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한 괴산의 독서모임들을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지역 독서문화 환경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초판 2000~1500부가 정식유통 판매되어 출간 두 달 만에 완판 되었으니 전국적인 판매실적도 갖추었다.

더불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괴산교육도서관과 괴산책문화축제를 기획해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지역문화를 좀 더 다채롭게 변화시켰고 지역 책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출판사와 서점이 함께 모여 잡지를 내고 책 축제까지 주도적으로 기획 개최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괴산이 유일하다.

향후 2년 이내 괴산군립도서관이 건립되면 책문화 생태계 중심 주체인 출판-서점-도서관이 지역 내에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괴산의 사례는 전남 영암군을 비롯한 여러 작은 지방도시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다.

결국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출판,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무엇보다 지역 내 책문화생태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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