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의 자기 착취나 타인에게 고된 노동 전가할 수밖에
착한가격업소(이하 착한가게)’라는 이름은 과연 정당한가? ‘출발부터가 공정을 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평균가격보다 비싸면 나쁜 가게냐?’는 볼멘 반문도 들린다. 그보다는 ‘그렇게라도 해서 버텨보려는 수고가 눈물 겹다’는 격려가 마음을 울린다.
권영진 ‘충청북도 누리소통방 블로그기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충청북도의 소상공인들을 홍보하고 있다. 파워블로거인 권영진 블로그기자는 2010년 충청북도홍보대사를 시작으로, 사진과 글쓰기로 충북도를 홍보하고 있다. 그는 주로 먹거리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인 ‘해피진의 함께하는 세상’에 게시물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착한가격업소’와 ‘밥맛좋은집’을 다수 취재했다. 이 분야에 명성이 쌓이다 보니 월간지인 세종이코노미에 맛집을 연재했고, KBS청주 라디오 아침프로그램에 ‘권영진의 푸드락’이라는 코너로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권영진 블로그기자는 “착한가게 중 식당은 주로 전통시장에 있다”며 “청주 북부시장의 곰탕집 같은 경우는 한우로 끓인 탕류가 7000~8000원인데, 정육점을 하면서 고기를 대량으로 유통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 블로그기자는 “칼국수는 5000원, 된장찌개는 6000원 안팎이었으나 재료비나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그 가격을 지키기 어려워 하는 것 같다”며 “올갱잇국을 7000원에 팔던 식당이 1만2000원까지 올린 예도 있지만, 상차림을 보면 사실 그만큼 받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그 식당은 결국 착한가게를 포기했다.
권 블로그기자는 “솔직히 착한가게를 신청하기 위해 전체 메뉴 중 한두 가지만 싸게 파는 식당도 적지 않다”며 “오죽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지정을 받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1만 원짜리 이하가 거의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 11월 ‘실속 EX-FOOD 메뉴’ 20여개를 선정했는데, 5500원 이하의 싼값이면서 가성비가 좋은 식사 메뉴다.
이런 품목은 된장찌개나 해장국 등 대개 한 휴게소에 하나씩이다. 지금은 값이 올라 6500원 안팎이 대부분이다.
“가격이 비싸면 나쁜 가게냐”
이필재 전 충북대학교 로스쿨 초빙교수는 몇 년 전부터 소상공인들의 마케팅을 돕다가 2022년 8월, 아예 마케팅 강사로 전업했다. 법학을 전공하는 동안에도 컴퓨터를 장난감 삼아 놀다가 SNS 컨텐츠 제작에 빠져들게 됐다. 지인들의 홍보물을 만들어주다가 입소문이 났고 ‘Law&Com’이라는 사업자도 냈다. 그는 음식 등 제품 사진을 잘 찍는 전문가로 통한다.
이필재 대표는 “처음에는 장비도 좋지 않았고 사진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보정에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실력이 늘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필재 대표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고 공짜로 도와줄 곳과 돈을 받아야 할 곳, 많이 받아도 되는 곳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다.
이 대표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인 담쟁이국수의 음식 사진과 포스터는 무료로 작업해줬다”며 “담쟁이국수는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잔치국수와 어묵국수를 각각 4500원과 5000원에 파는 진짜로 착한가게가 맞다”고 홍보했다.
이필재 대표와 만나 함께 점심을 먹은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의 식당도 정갈한 청국장이 7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이 대표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찬을 줄이고, 아니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은규 ‘인권연대 숨’ 대표는 착한가게라는 이름이 불편하다고 했다. 실제로 건물주가 아닌 이상 다른 가게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서비스 제공하는 건 쉽지 않다. 때로는 물가상승률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
이은규 대표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최소한의 이윤을 얻으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고, 종업원에게도 더 고된 노동을 요구해야 한다”며 “착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착취나 타인에게 전가한 수고가 숨어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은규 대표는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겠지만 착한가게를 뺀 나머지 가게들이 모두 ‘나쁜가게’가 아닌 것처럼, 화폐가치로만 착한가게를 포장하지 말고 일한 사람들이 모두 정당한 이윤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근로환경이 중요한 것처럼, 자영업자들의 희생으로 포장한 착한가게는 부당하다는 얘기다.
박리다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짜장면 4000원 받는 C반점 “근데 착한 가격이 뭐예요?” 1993년부터 한 자리서 ‘배달은 불가…대기는 얼마든지!’
장사만 잘되면 몸은 고달프더라도 ‘박리다매(薄利多賣)’가 가능하다. 그러려면 맛도 좋고 값도 싸야 소문이 나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다.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주택가에 있는 ‘C반점’은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허름한 상가, 그것도 2층에 자리를 잡았지만, 점심시간에는 무조건 줄을 서야 한다. 최근에는 복도에 의자를 줄지어 놓았다. 앉아서 기다리라는 배려다. 커피숍처럼 호출 벨도 나눠준다. 배달은 하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집의 대표 메뉴를 검색하면 짜장면이나 간짜장, 짬뽕 등 면류가 나오기도 하고, 볶음밥이 최고라고도 한다. 탕수육이나 양장피, 팔보채 등 요리가 맛있다는 사람도 있다. 다 맛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곳에서 양장피를 먹어본 사람들은 ‘이게 양장피가 맞느냐’고 묻는다. 전분으로 만든 넓적한 피(皮) 위에 각종 채소와 해물, 고기 등을 듬뿍 얹은 뒤에 달걀노른자와 ‘송화단(검게 삭힌 달걀이나 오리알)’까지 토핑해주기 때문이다. 채 썬 냉채류를 겨자에 비벼 먹는 접시 음식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 집에 손님이 많은 이유는 비단 맛집이라서만은 아니다. 가격 때문에라도 겉만 번지르르한 중국 요릿집보다 C반점을 선호하는 마니아들도 적잖다. 짜장면은 4000원, 짬뽕은 6000원이다. 호객용 미끼가 아니다. 탕수육도 9000원부터 시작하고, 양장피도 3만 원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시책으로 장려하는 ‘착한가격업소(이하 착한 가게)’는 아니다. 굳이 ‘착한 가게’라는 명패를 내걸지 않아도 손님들이 가격과 맛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대표 A씨는 착한가격업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A씨는 “1993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신뢰를 판다’는 정신으로 30년째 장사하고 있다. 2층은 내 집으로 사서 등기했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팔 수 있다”고 귀띔했다. 5년 전 C반점을 품평했던 64만 유튜버 ‘맛상무’는 “아직도 짜장면이 4000원이라니 놀랍다”면서 “지금은 많이 유행하지만 맵고 달콤한 사천탕수육이나 양파에 그을린 자국이 있을 정도로 불맛과 단맛이 풍부한 하얀짬뽕은 매우 유니크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