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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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는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관문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11.0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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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강인욱, 신간 '세상 모든 것의 기원' 펴내
36가지 키워드로 본 세상의 기원및 인류문명의 연결
​​​​​​​청주 2년 남짓 살기도…본사 필진으로 올해부터 참여

고고학자 강인욱의 글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문학과 예술, 역사를 넘나든다. 역사학자가 역사 기록을 토대로 우리의 근원을 탐구한다면 고고학자는 오랜 시간의 벽을 뚫고 나온 유물을 통해 여러 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세상 모든 것의 기원/흐름출판>을 펴냈다.

책 제목은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1991년작)’에서 따왔다. 지난 1025일 청주 운천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영화에서 내일은 다시 오지 않고 우리의 기원은 어젯밤의 기억이라는 대사가 나와요. 무덤을 파헤쳐야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과거를 만나는 고고학자의 기막힌 운명이 떠올랐죠. 다만 우리의 기원은 매일 바뀌어요. 새로운 유물이 발견되면 새로운 역사가 쓰이니까요. 고고학자는 세상의 기원을 찾아 한 장 한 장 일기를 쓰는 사람이에요.”

 

고고학자 강인욱
고고학자 강인욱

 

재즈의 명반을 고고학으로 옮겨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한 권의 책에 담는 데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는 재즈아티스트 마일스 데이비스의 기념비적인 즉흥앨범처럼 4가지 주제를 정하고 각각의 주제에 맞는 8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번 책에선 총 32편의 이야기를 잔치, 놀이, 명품, 영원이라는 키워드로 기록했다.

지금 마시는 막걸리는 누가 처음 만들어냈는지, 인삼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낸 이는 누구인지,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고고학자는 유물사진과 역사적인 지식을 곁들여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가 책에 기록한 36가지 키워드는 막걸리, 소주, 김치, 삼겹살, 소고기, , 상어고기, 해장국, 놀이, 고인돌, 씨름, 축구, 여행, 낙서, , 고양이, 석기, 실크, 황금, 신라 금관, 인삼, 기후와 유물, 도굴, 모방, 벽화, 추모, 미라, 발굴괴담, 마스크, 문신, 점복, 메신저다.

이집트 빗살무늬 토기가 에콰도르 지역에서도 출토돼요. 처음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새가 비슷했다고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그 옛날에도 지구촌은 연결돼 있었고 서로 교류했었죠. 중국이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까지 무역한 것은 역사로 여기는 데 한반도 사람들이 만주를 너머 중앙아시아에 살았다는 것은 의아하게 여기죠. 식민사관도 문제지만 우리의 고정관념때문이기도 해요. 고고학은 한가한 옛날이야기를 들추는 사람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예견하는 학문입니다.”

고고학의 본질은 즉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마주하는 데 있다. 매일 수백 건의 고고학 논문이 발표되고 수만 건의 유물이 출토된다. 그래서 늘 흥미진진하다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자료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완성형이 아니라 늘 진행형이다.

 

청주는 모두가 갖고 싶은 땅

 

그런 그가 청주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것들이라 했다. 참고로 강 교수는 2010년부터 약 2년 동안 청주 분평동에 거주했다. 아내가 국립청주박물관에 근무하고 있어서 청주에서 주말부부를 했다고 한다. 2003년 서울대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시베리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충북대에서 1년 정도 시간강사를 했다. 여러 인연으로 그는 충청리뷰에 올해부터 전문필진으로 합류해 글을 쓰고 있다. “전국에서도 진보적인 매체를 찾기 힘든데 충청리뷰는 그 색깔을 잃지 않고 있고, 종이신문이라서 더 좋았어요. 청주에 대한 기억은 늘 좋아요. 사람들도 따뜻하고요.”

다만 그는 중원문화의 중심지 청주가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청주사람들이 알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청주가 유라시아로 가는 중심 관문이라고 봐요. 삼국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는 것은 그만큼 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알 수 있어요. 전쟁을 하는 이유는 그 땅이 정말 좋기 때문입니다.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으니까요. 넓혀보면 이제 청주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넘어서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시작점이라고 봅니다.”

세상은 이미 초연결사회다. 호모사피엔스의 세계는 점점 더 공고해졌으며 자연과 맞서며 지구촌의 수많은 동식물을 파괴하며 성장했다. 과거의 시간을 담은 타임캡슐과도 같은 유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고고학자에게 마지막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어느 문명도 기후위기와 자연재해에서 살아남은 적은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호모사피엔스도 분명히 멸망하겠죠. 구석기 시대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고 난 뒤 인간의 신체능력은 어쩌면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단 우리들은 인간의 문명이 무한발전한다고 믿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과거의 역사를 돌아봐야죠, 어쩌면 지난 80년이 인류사에서 지나치게 아름다운 평화의 시간이었어요. 문명은 반드시 망해요. 이 내용이 다음 책의 주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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