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USA, 노조 방해에 도종환 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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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USA, 노조 방해에 도종환 詩 인용
  • 황상호 전문기자
  • 승인 2023.11.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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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멀리 가는 물‘ 전문과 함께 노동조합 비난 이메일
도 의원, “마음에 불편함 주는 형태로 전달되는 것 유감”
노조 후원회, 기금 마련해 신문광고와 거리 캠페인 벌여

(LA=황상호 전문기자)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코웨이 미주법인인 코웨이USA(이하 코웨이)‘를 상대로 노동조합 결성 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코웨이 측이 도종환 국회의원의 시 멀리가는 물을 인용 노조 결성을 방해해, 반감을 사고 있다.

코웨이USA 노조활동가들이 노조 결성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코웨이USA 노조
코웨이USA 노조활동가들이 노조 결성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코웨이USA 노조

이에 대해 도종환 의원은 노조를 준비하는 코디, 코닥 분들의 마음에 불편함을 주는 형태로 시가 쓰인 데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디, 코닥은 코웨이 정수기 필터를 교환하는 직원을 말한다.

코웨이 서부지역 노조준비위원회는 수년 간 임금이 제자리이며 직장 상해보험도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노조 설립 운동을 추진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하지만 설립 과정에서 코웨이 노조의 상급 단체인 캘리포니아 식당 소매업 노동조합(California Restaurant and Retail Workers Union, 이하 CRRWU)’이 노동자 친화적인 엘레나 두라조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게 구두로 지지 선언을 받은 것을 서류로 받은 것처럼 꾸민 것이 확인돼, 지난 9월 승인이 취소됐다. 이후, 118(현지시각) 재투표가 시작했고 1130일 개표한다.

이유진 노조 후원회 활동가가 11월 12일 LA의 한 교회에서 노조 결성을 지지해달라는 기도 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황상호
이유진 노조 후원회 활동가가 11월 12일 LA의 한 교회에서 노조 결성을 지지해달라는 기도 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황상호

이런 가운데 코웨이 측이 노조 결성을 심사숙고해 달라는 취지로 도종환의 시 멀리 가는 물전문에 자필 의견을 더해, 1110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권 모 씨는 편지에 먼저 일련의 불편한 과정을 겪게 해드려서 영업본부를 대표해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투표하기 전에 지금 우리를 갈라치고 소통하려 하지 않고 분노와 미움만을 부추기는 게 누구인지를 생각해 주시고, 그게 CRRWU든 회사이든 그 대상을 향해 반대해 주십시오라고 썼다.

 

이에 대해 핵심 노조 활동가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낀다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시에서 나오는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이냐고 반박했다.


시를 쓴 본래의 의미 훼손


이 소식을 들은 도종환 의원은 1111일 사측에 유감 표명을 밝혔다. 도 의원은 코웨이USA에서 제 시를 인용한 것을 보았습니다. 인용한 시 멀리 가는 물이 노조를 준비하는 코디, 코닥분들의 마음에 불편함을 주는 형태로 전달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 의원은 이 시를 인용해서 서한문을 쓰신 분과 이 시를 받아보는 분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적 갈등에 이 시가 끼어들어 어느 한쪽을 힘들고 불편하게 한다면 그것은 제가 멀리 가는 물이라는 이 시를 쓴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이 시가 지닌 참뜻대로 시가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의견문을 전달했다.

11월 11일 LA 지역작가 문동호씨가 자신의 판화 작품을 노조 활동가에게 선물했다. 사진=황상호
11월 11일 LA 지역작가 문동호씨가 자신의 판화 작품을 노조 활동가에게 선물했다. 사진=황상호

한편,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코웨이 노동조합 결성을 후원하는 풀뿌리 주민 운동이 한창이다. 코웨이 노동조합 후원회는 112일 미국 자선모금 플랫폼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모금 시작 5일 만에 1차 목표액인 3500달러(460만 원)를 초과했다. 이번 모금에는 기업인과 공무원, 의사, 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한인과 타 인종 7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지난 11일 지역 문화 단체인 우리문화 나눔회에서 목공예품 및 판화 전시회를 해 거둔 수익금 3000달러 상당(약 390만 원)을 노조 후원 활동에 전액 기부했다. 우리문화 나눔회 박영준 활동가는 우리 회원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깎은 판화와 목공예 작품이 좋은 곳에 쓰여 기쁘게 생각한다우리 지역을 위해 일하는 한인 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해야 지역 전체가 잘살 수 있다고 말했다.

1112일에는 이유진 활동가가 향린교회와 세인트제임스 성공회 성당을 방문해 노조 결성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이 씨는 저도 싱글맘으로 어렵게 회사에 다니며 가정을 책임진 적이 있다"저임금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 힘든 현실"이라며 노조의 필요성을 말했다.

LA지역신문 미주한국일보에 게재된 전면 광고다. 하단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LA지역신문 미주한국일보에 게재된 전면 광고다. 하단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코웨이 노조후원회는 1114~16일까지 미국 현지 언론사인 한국일보에 3차례에 걸쳐 노조 결성을 응원하는 전면 광고를 낸다. 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온라인 광고를 하고 있으며, 거리에 벽보를 붙이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할 예정이다.

이밖에, 미국 최대 규모 노동조합 중 하나인 서비스노동자국제연대(SEIU,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1113일 코웨이 노조의 상급 단체인 CCRWU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비스노동자국제연대는 성명에 코웨이 노동자의 노조 결성을 위해 인적, 물적, 법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웨이USA 노조 후원회 활동가들이 LA 모처 카페에 모여 캠페인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황상호
코웨이USA 노조 후원회 활동가들이 LA 모처 카페에 모여 캠페인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황상호

서비스노동자국제연대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를 설득해 아동 돌봄 노동자를 위한 의료 및 퇴직 기금 17500만 달러를 마련했다. 또 공립학교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위한 파업을 이끌고 있다.

●황상호

글 쓰는 사업가다. 청주방송(CJB)기자에 이어 미국 현지 중앙일보에서 신문기자를 했다. 이후 미국 인권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다, 현재 LA 컬처 투어리즘 업체 ‘소울트래블러17’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프로드 야생온천>, <내 뜻대로 산다>,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 <벼랑에 선 사람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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