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석 신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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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신당에 대하여
  • 우석훈 경제학자
  • 승인 2023.11.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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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21년에 만들어진 일본 TBS<동경 이엠알>이라는 의료 드라마를 아주 재밌게 보았다. 팬데믹 당시 의료진이 붕괴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일본에서 믿을 수 있는 의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그런 질문을 던진 드라마다. 현장에 출동한 차량 내부의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드라마의 기본 갈등은 이 특수팀을 만든 동경도 지사와 의료 관기기관인 후생성 장관 사이의 경쟁에서 발생한다. 둘 다 여성이고, 누가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인가, 음모와 음모가 얽히는 정치적 갈등이 의료 현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둘 다 같은 정당 소속이지만, 중앙당의 간사장파와 반대파 사이의 투쟁이 얘기의 기본 구조를 형성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문득 대통령과 이준석의 갈등이 생각났다. 둘 다 같은 정당 소속이지만, 이제는 서로 화해하기 어려운 곳으로, 너무 멀리 갔다. 두 사람 사이의 가장 명언은 그깟 종이 쪼가리를 믿느냐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멋있는 말이었지만, 관련 단어는 뒤통수혹은 뒷끝정도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잠재적 결론이라면, 집권당 당대표였던 이준석은 세게 뒤통수 맞았고, 대통령의 뒷끝이 어마어마했다. 만약 우리 헌법에 대통령 피선거권자가 40세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아마 지난 대선의 흐름이 좀 달랐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준석을 싸가지없는 어린 것정도로 치부하지만, 그도 이제는 헌법상의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춘 상태다.

정치인으로서의 이준석은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본다. 박근혜에게 결국 밀려난 박세일을 비롯해서 한국에서는 멀쩡한 보수혹은 따뜻한 보수의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준석은 이 계보를 잇는다. 한국 보수의 주요 흐름은 반북 보수와 경제 보수로 나뉘어진다. 빨갱이 타령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는 보수는 반북 보수이고, 경제적 능력을 중심으로 삼으면 경제 보수다. 반북 보수는 태극기 사건 이후로 점점 더 극우파가 되었고, 이 구도 속에서 경제 보수는 개혁파였다. “일 잘하는 사람을 표방한 이명박이 대표적 경제 보수였다. 그렇지만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그는 블랙리스트를 만지작 거리고, 이데올로기적 언론 장악의 길을 걸었다. 반면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를 내걸고, 경제 보수로 대선을 치뤘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자마자 경제 민주화 노선을 버렸고, 다시 반북 보수 노선으로 갔다.

대통령은 경제 보수 정도가 아닐까 하는 사람들의 믿음을 버리고 강력한 이념으로 무장한 반북 보수의 길을 맹렬히 걸었다. 그렇게 생겨난 경제 보수의 빈 공간이 현재 이준석이 딛고 있는 공간이다. 같은 보수 신문이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차이가 대체적으로 이렇다. 그런데 이준석은 경제라는 상징이 없다. 그는 경제 담론 대신, 세대와 젠더라는 현대 한국을 관통하는 예민한 최전선에서 정치적 힘을 만들었다. 만약 그가 습관적으로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하고, 그가 가진 경제적 비전을 조금씩 제시했다면 이준석은 이미 돌풍이 되었을 것이다. 그게 김종인과 이준석의 결정적 차이다. 두 사람은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다.

이준석이 김종인 그리고 또 다른 경제 보수인 유승민과 손을 잡고 창당을 하면, 아마 역사적으로는 처음인 경제 보수의 독자 창당이 될 것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 늘 갈등했지만, 반북 보수와 경제 보수가 이렇게 각자 살림살이를 따로 차린 적은 없었다. 성공 가능성은 구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준석의 경제적 비전에 있다. 자신의 경제적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보수는 유승민의 중부담 중복지이후로는 아직 없었다. 이재명도 내 편 니 편만 있지, 경제적 비전은 아직 보여준 게 없다. 이 빈 공간으로 이준석이 이동한다면, 다음 대통령은 이준석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기편 사람들만 모으는 일만 죽어라고 한다면, 대중은 그의 싸가지성만 볼 것이다.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지금은 반반이다. 대통령의 강렬한 반북주의가 그의 정치적 에너지를 만들었지만, 그의 비전이 뭔지, 아직 우리는 본 적이 없다. 그걸 만들어낸다면 그가 다음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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