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원료는 □□…선별하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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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원료는 □□…선별하면 가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1.2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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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7위 생산국, 78%는 폐지가 원료
신문‧책‧복사지는 고급종이, 여섯 번까지 재생
미래이엔티, 따로 모아만 놓으면 어디든 수거
미래이엔티가 고급용지를 선별해서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남규 대표가 충청리뷰를 방문해 선별한 바구니를 옮기고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미래이엔티가 고급용지를 선별해서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남규 대표가 충청리뷰를 방문해 선별한 바구니를 옮기고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종이의 원료는 □□. 답을 나무목재라고 적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혹시 펄프(pulp)’라고 적는 이들은 이건 몰랐지?’라며 우쭐할지도 모르겠다. 펄프는 목재나 그 밖의 식물성 섬유를 기계적이나 화학적으로 뽑아낸 섬유소로 종이 제조 직전 단계의 원료다. 종이의 원료를 수입한다면 펄프 상태로 들여오는 게 맞다.

하지만 세계 7위의 종이 생산국인 대한민국에서는 나무나 펄프가 최적의 정답이 아니다. 재활용 과정을 거친 종이는 다시 종이의 원료가 된다. 2021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생산한 전체 종이 1160t 중 약 78%는 재활용한 종이가 원료였다. 그러니 사용한 종이를 싸잡아 폐지(廢紙)’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

오죽하면 한국제지연합회가 2022년 국어 전문가들로 폐지 용어 재개정위원회를 만들어 폐지라는 용어를 대체할 단어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전까지 개최했겠는가.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새 단어는 종이자원이다. 이제 소각하거나 땅에 묻지 않는 사용한 종이는 종이자원이라고 불러주자.


재활용 전문 사회적기업


충북 청주에 종이를 자원으로 대접하자는 기업이 있다. 2003년 자활공동체 미래자원으로 출발한 사회적기업 미래이엔티(대표이사 정남규). 미래이엔티는 재활용사업을 통해 청주시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사회적 목적으로 삼고 있다. 차량과 장비기사, 생산직원 등 약 서른 명이 함께 일한다.

현재는 청주시와 증평군, 충청북도교육청 등과 협력해 재활용품 회수 계약을 수행하고 있다. 청주시 공동주택 6만여 세대를 비롯해 청주 인근 7개 고속도로 휴게소, 기업체 사업장 등이 고객이다. 고철, 의류, 종이자원은 물론이고 폐플라스틱, 스티로폼 등도 선별, 압축해서 판매하는 중간재활용 기업이다.

미래이엔티가 종이자원에 눈을 돌린 것은 고급용지를 선별해서 회수하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종이를 순차적으로 여러 차례 재활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러 종류의 종이를 섞어서 배출하면 선별이 까다로워 쓰레기로 처리될 수 있고, 재활용한다고 해도 저급용지로 만들어져 한두 번 이상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남규 미래이엔티 대표는 종이는 이론적으로 여섯 번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고급용지에 속하는 사무용 A4용지, , 신문, 달력, 우편물 등은 화장지나 책 등 고급용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급용지로 떨어지지 않으면 종이로 여러 번 재탄생하기 마련이다.

미래이엔티는 이에 따라 2023년 하반기부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시민재단, 충북사회적기업협의회 등 시민사회와 협력해서 10월 말까지 110여 곳의 단체와 사업장 등에 600여 개의 고급용지 수거 바구니를 나눠줘 선별 수거에 들어갔다.

복사용지와 신문지, 책 등을 분리해서 모아만 놓으면 다시 가져가기 때문에, 일단 회수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승강기가 없는 건물 4층에 있는 충청리뷰도 미래이엔티의 종이 선별 수거에 동참하면서 폐지를 종이자원으로 처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일거리가 줄었다.

정남규 대표는 재활용하려는 종이도 제대로 회수가 안 되면 그냥 버려지는 사례가 많다분리만 해놓으면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


자원순환 공로 여러 번 수상


정 대표는 이 사업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더 생명력이 있다는 주장은 언뜻 허세(虛勢)처럼 받아들여졌다. 정 대표가 테이크아웃 플라스틱컵이나 우유팩, 종이컵 회수 사업과 비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정남규 대표는 일련의 회수 사업이 실패했거나 유명무실한 것은 실효성과 선별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낮아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업화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책임 주체도 불분명했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이에 반해 고급용지 선별회수는 일상적으로 많은 양이 발생하고 시장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사업성이 있다취지에 동참하는 개인이나 단체, 기업은 사업의 가치와 편리함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발적인 참여를 캠페인으로 전개하려는 이유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미래E이엔티에서 받은 바구니에 복사용지와 신문지, , 기타 종이를 분리해서 모은 뒤 수거를 요청하면 된다. 보안 때문에 파쇄가 필요할 경우에는 파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미래이엔티는 기업과 단체는 물론이고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와 가정 등, 12월까지 300여 곳으로 참여 폭을 넓힐 방침이다. 참여를 원하면 미래이엔티, 전화 (043) 216-7022로 문의하면 된다.

20241월에는 캠페인 참여 기관과 본격적으로 협약을 체결하고 수익금 일부를 나무 심기나 산림 가꾸기 활동 등 자원순환 지원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있다. 또 고급용지 선별 캠페인이 정착되면 플라스틱이나 커피 찌꺼기 등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의 재활용 캠페인으로 이어나가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정남규 대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자원순환은 필수적인 경쟁력이라며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4위의 오명을 가진 나라에서 시민의식 출발점이 된다고 역설했다.

미래이엔티는 그동안 자원순환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충북환경대상(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2008년 사회적기업 대상(실업극복국민재단) 2012년 시민이 주는 정도기업 대상(충북청주경실련) 2015년 노인일자리 우수기업(충북도청) 등의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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