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빗장 푼 벙커,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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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빗장 푼 벙커, 과연 무엇이 될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11.2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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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벙커’간판 달고 20일 개방, 쓰임새 도민 공모 받아
김영환 지사 벙커-당산-도의회 잇는 구도심 발전계획 구상
​​​​​​​“충북도청 인근을 ‘청주의 몽마르트르’만들겠다” 밝히기도

50년 만에 충북도청 충무시설인 당산터널의 지하 벙커가 빗장을 열었다. 충북도는 1120일 당산터널을 개방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시민 아이디어를 받을 예정이다. 그래서 당산터널 앞 입구에도 당산 생각의 벙커라고 써 붙였다.

 

당산터널 지하벙커 입구엔 ‘당산 생각의 터널’표지판이 붙어있다.
지하벙커 내부
지하벙커 내부

 

당산터널은 197312월 충북도청 옆 당산 지하에 벙커 형태로 조성됐다. ‘정부기관 비상 피해시설 설치에 관한 규정’(행정안전부 훈령 42)에 따라 도청에서 250m 안에 설치됐었다.

전체 면적은 2156(652), 길이는 200m 정도다.

당산터널은 약 10m 가까운 높이의 철 대문을 열면 또 20~30두께의 이중 철문이 나온다. 그동안 비밀의 공간이었던 회색 콘크리트 터널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널 안은 꽤 넓다. 방과 화장실 등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2003, 20~6611곳 등 크고 작은 공간 14곳이 있다.

한 때 충무시설로 쓰였던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방 형태의 별도 공간도 있지만 중간에 비상통로 등도 마련돼 있어 유사시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 엿보인다. 터널은 폭 4m, 높이 5.2m 정도의 아치형으로 유사시 작은 화물차가 물자 등을 운반할 수 있다. 천장·벽면 등도 시멘트 등으로 마감했지만 현재 상태가 말끔하지는 않다. 벽면엔 배전반·통신 장비, 전등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당산터널은 1년에 몇 번 문을 열지 않았다. 을지·화랑훈련 등 비상시에만 문을 열었다. 김은관 충북도 비상대비민방위팀장은 도청 공무원 약 1800명 가운데 3분의 1600여명이 유사시 이곳에 배치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당시 벙커를 지을 때 한 평당 공무원 1명을 기준으로 삼아 공간을 구상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50년 동안 충무시설로 사용했지만 시설이 낡고 평상시엔 문이 닫혀있어 습기·결로 등으로 통신·전자 장비를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민방위팀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충무시설 이전을 건의했고, 충북도는 지난 9월부터 도청 주변 별도 공간에 95000만원을 들여 당산터널 기능을 대체할 비상시설을 설치하고 이전했다. 김은관 충북도 민방위팀장은 새롭게 조성된 공간은 국가통신망·국가지도통신망·영상회의 시스템 등을 설치해 항상 운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공간보다 작은 120명 정도를 배치할 수 있는 곳이어서 500명 안팎을 추가 배치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벙커 통해 구도심 르네상스?

 

한때 전국 자치단체 등 주변엔 비슷한 성격의 충무시설이 설치됐다. 하지만 지금은 도청이 모두 신청사를 짓는 바람에 도 단위 충무시설로 남아있는 곳은 현재 충북도가 유일하다. 또 지하 벙커를 이렇게 개방한 것도 처음이다. 게다가 충북도는 이곳을 문화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김영환 지사의 결단으로 당산터널은 일단 개방됐다. 김 지사는 당산터널과 주변을 청주의 몽마르트르로 키우겠다는 안을 밝히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산터널 벙커 위 당산은 2만평(66000) 정도의 공원이고, 도청 앞 성안길-도청-벙커-충북문화관-청주향교 등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청주의 몽마르트르가 되기에 충분하다. 도민께 새 활용 방안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곳을 보수하고, 활용방안 등을 도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충북도는 성안길, 당산터널 지하 벙커 등을 묶는 충북도청 중심 원도심 도보 관광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등을 위한 연구를 발주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시티르네상스인 문화의 바다사업의 하나로 이 일대를 구도심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꾸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지사는 벙커를 좋아해

청남대 초소 벙커피갤러리오픈

 

청남대 초소를 벙커피갤러리로 꾸몄다.
청남대 초소를 벙커피갤러리로 꾸몄다.
청남대 벙커 안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청남대 벙커 안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영환 지사는 문화공간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당산터널 지하 벙커도 이번에 김 지사를 만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미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있는 벙커가 한 평 짜리 작은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청남대 헬기장 사면과 양어장 앞에 위치한 벙커 2곳을 미술관으로 꾸며 최근 개관했다. 이름은 벙커와 커피, 갤러리를 묶어 벙커피갤러리라고 지었다.

청남대 대표 명소인 메타세쿼이아 숲 근처에 위치한 소형 초소를 우선 미술관으로 바꾼 것이다. 벙커피갤러리 안에는 무인 커피판매기에서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충북도는 연말까지 수영장과 오각정, 솔바람길에 위치한 벙커 3곳을 추가로 손봐 벙커피갤러리로 만들 예정이다. 내년에는 청남대 내 90여개의 벙커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벙커는 약 20년간 문을 닫고 있었다. 벙커엔 작가들의 작품이 벽에 걸리거나 설치될 예정이다. 이미 몇몇 작가들이 작품을 넣기로 약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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