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문제 없다면서 왜?···철저한 안전시공, 불안 해소해야
고층 건물에 실금이나 크랙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삼풍아파트, 우암상가, 성수대교 등과 같은 붕괴로 큰 충격과 함께 피해를 안겨줬던 과거의 아픔이 자신도 모르게 떠오를 것이다.
최근에도 광주와 인천에서 대기업이 시공하는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를 잇달아 접한 시민들로선 이런 현상을 보는 순간 더욱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 터여서 불안감은 증폭된다. 실제로 올 들어 우리나라에는 총 7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월 9일 인천 강화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4월 30일 옥천군 동쪽 16㎞에서 3.1, 5월 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4.5, 10월 10일엔 전북 장수군 북쪽 18㎞에서 3.5, 7월 29일엔 충남 공주시 남남서쪽 12㎞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작년 10월 29일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각각 3.5. 4.1 규모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기도 해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지진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건물 안전 시공에 관심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 꼭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입주 얼마 안 돼 퍼티작업 왜?
청주지역에 신축된 지 몇 년 안 된 일부 고층 아파트 건물에 실금이나 크랙이 거미줄처럼 가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아파트들은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시공했는데 안전 여부에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요즘 들어 실금이나 크랙 등으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보기 흉하고 불안한 아파트는 3~4곳에 이른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시공한 청주시 청원구 A 아파트는 준공 5년여밖에 안 됐는데도 외벽 도장 공사가 한창이다.
이 아파트 창틀과 벽면 등 외벽엔 보기가 흉측할 정도로 페인트 덧칠을 해 놓았다. 퍼티작업을 해 놓은 것이다. 현장용어로 ‘빠데’로 불리는 퍼티(Putty)작업은 벽의 틈새를 메꾸고 벽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도장작업 전 필수과정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일부 세대에 누수가 있고 외벽에 실금과 크랙이 생겨 5년 하자보수 합의 사항에 따라 시공사 부담으로 이달 말까지 보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 B 아파트는 지난 여름 외벽 도장공사를 마쳤다.
2017~2018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역시 대기업이 시공했는데 외벽 전체에 퍼티작업을 할 정도여서 안전 시공에 의문이 제기됐다.
출·퇴근시 항상 이 아파트 옆을 지나다닌다는 한 시민은 “신축한 지 얼마 안 된 아파트 벽면 전체에 거미줄처럼 페인트 덧칠이 돼 있어 미관상 좋지 않았고, 볼 때마다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벽면에 일부 크랙이 생겨 5년 차 하자보수 합의에 따라 시공사에 완벽한 보수공사를 요구했고 그러다 보니 페인트 덧칠이 더 많아져 안 좋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 C 아파트 경우는 시공사를 상대로 한 하자소송에서 승소해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고 45층 규모의 이 아파트는 누수에다 외벽 역시 크랙이 많아 퍼티작업을 마치고 도장공사를 시작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데
아파트 건설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안전에는 큰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역의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외벽을 재도장하기 위한 바탕면 작업이다. 균열 보수라기보다는 도장작업을 위한 도장면 평탄작업, 미세균열 틈 메꿈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인데 하자가 없다면 왜 퍼티작업을 하느냐는 물음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시민들은 “청주지역의 수많은 아파트 중 오래된 대부분의 아파트는 멀쩡한데 신축된 지 얼마 안 된 이 아파트들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문제 아닌가”라며 “건설 관계자 말대로 안전에는 이상이 없기를 바라지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기를 바란다. 건설사들은 안전시공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