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주 교사,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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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주 교사,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된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11.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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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김기연 러닝메이트로 단독 출마, 찬반투표 중
전교조 전국 수석부위원장 2회 당선…노조전임 10년
2024년 하반기 투쟁본부 결성해 ‘총궐기 투쟁’ 선언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받는 기쁨이 크죠. 외롭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제자들과 교감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보람도 있고요.”

노동을 탄압하는 정권이니 저의 앞길도 험난하겠죠. 오히려 험난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웃음) 제대로 싸워서 험난해지는 건 좋은 일 아닐까요?”

다정다감한 교사와 투철한 노동운동가, 다른 두 사람의 생각 같지만 말하는 이는 한 사람이다. 앞은 충북 음성군 남신초등학교 3학년 담임의 고백, 뒤는 2024년부터 3년 동안 13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를 이끌 본부장의 다짐일 따름이다.

박옥주 남신초 교사는 1121~27일까지 진행하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임원선거에 본부장 후보로 단독출마했다. 1022~26, 후보등록 기간에 박 교사와 김민우(수석부본부장김기연(사무처장)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나섰을 뿐 다른 입후보자가 없었다.

박옥주 교사는 김민우(수석부본부장)·김기연(사무처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 선거에 출마했다.
박옥주 교사는 김민우(수석부본부장)·김기연(사무처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 선거에 출마했다.

찬반투표라 당선은 확실하지만, 박 교사는 1027~1120일까지 3주간의 선거운동 기간 학교에 연가를 내고, 430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을 모두 만나겠다는 각오로 충북 전역을 돌며 공약을 알리고,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다른 입후보자가 없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박옥주 교사는 주변의 출마 권유에도 불구하고 오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고 엄중하기 때문이다.

박옥주 교사는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불법 집단으로 매도한 데 이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노조 회계 고시로 노동운동 전체를 탄압하려 한다이와 같은 민주노조 깨기에 맞서 제대로 싸워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충북은 그동안 투쟁사업장이 생기면 연대해서 승리한 풍부한 경험이 있다면서 산별을 강화함과 동시에 연대를 복원하는 것도 주요 공약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큰 공장, 정규직 중심의 노조에서 미()조직, 청년, 플랫폼 노동을 조직화하는 것도 임기 안에 꼭 이루려는 공약이다.


충북 민주노총 가입률 6.15%


박옥주 교사가 앞서 험난한 길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2024년 하반기 총궐기 투쟁을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410,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현 정부의 반() 노동성을 부각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선거가 현재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민주노총을 적극적인 투쟁조직, 즉 투쟁본부로 전환할 방침이다.

따라서 시급한 것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민주노총으로 묶는 것이다. 현재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민주노총 가입률은 6.15%에 불과하다. 박옥주 교사는 민주노조가 없어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특히 젊은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청년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사업장을 넘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역사기행, 독서모임, 영화모임, 젠더모임 등 다양한 모임의 틀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푯말 시위 중인 박옥주 교사.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푯말 시위 중인 박옥주 교사.

이밖에도 박 교사는 기후 정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기후 위기는 모두가 겪게 될 문제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부자보다 민중들이 더 큰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불평등의 문제인 까닭이다. 박 교사는 운동 방식으로 기후 정의 행진등을 구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박옥주 교사의 임기 중인 2026년에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박옥주 교사는 설문과 평가 등 활발한 논의를 통해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귀띔했다.


11기도 조종현 본부장도 전교조


청주교육대학교 88학번인 박옥주 교사는 1993년 교사의 길에 들어섰으니 올해가 30년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공작과 관련해 투쟁하다가 20161~20209월 복직까지 햇수로 5년 동안 해직교사로 교단을 떠나야 했다. 박옥주 교사는 해직 기간을 포함해 10년은 전교조 전임으로 노조활동에 전념했다.

특히 2014~2018년에는 전교조 중앙의 1718대 수석부위원장으로 일했다. 위원장은 바뀌었지만, 박 교사는 두 번 모두 수석부위원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옥주 교사는 “1989년 전교조를 창립하자마자 탄압이 시작됐고 해직된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학교의 현실에 관한 강의를 해줬다학생회 활동을 했던 터라 그때 많이 배우며 참교육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박 교사는 1127일 끝나는 투표에서 과반을 특표하면 20241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13기 본부장으로 취임해서 2026년 연말까지 일하게 된다. 전교조 교사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2020년에도 조종현 교사가 11기 본부장을 맡았다. 이밖에도 도종환 국회의원이 1991년 대의원제 선거 당시 부본부장을 맡은 선례가 있다.

박옥주 교사는 전교조는 노조 규약에 따라 노조가 전임자(專任者) 월급을 준다교사에 비해 심리적인 압박감도 있고 체력도 훨씬 더 필요한 일이지만 사명감으로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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